<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1편밖에 보지 않았다), 유키노는 그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글은 유키노라는 캐릭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런 종류의 논리수사학에 유키노라는 이름이 붙혀지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하겠다.
어차피 세상사에서 논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소크라테스는 그걸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 이 비논리적인 세상에서 설득의 수사학을 좀 더 효율적으로 구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한 지인과 지속되는 대화 속에서 깨달은 비법이다.
유키노 논리수사학은 ‘솔직함, 비일치, 인내, 수긍’이라는 네 단계로 구성된다. 주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앙탈부려 얻고자 하는, 그런 우리의 일상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들에 적용하면 좋다. 유키노 수사논리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지게 될 것이다.
유키노 수사논리학을 구사하고 싶은 화자는 솔직해야 한다. 즉 자기성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청자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계속해서 잦은 통화를 원하는 상대방에게 아래와 같은 솔직한 어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전화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하지만 이미 화자와 청자는 ‘통화’를 하고 있다! 이것이 ‘비일치’다. 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이미 둘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너와 전화하고 있자나?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아둔하므로, 한 번의 사건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는 없다. 여기서 바로 ‘인내’가 요구된다. 통화를 싫어하는 화자는 통화를 요구하는 청자와 몇 번에 걸쳐 통화를 주고 받는 ‘인내’와 ‘아량’을 보여준다.
오늘도 전화했네?
이러한 유키노 수사논리학이 잘 구사된다면, 보편적인 청자는 곧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수긍’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유키노씨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구나!
이것이 유키노 논리수사학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 필적하는 논법이라 할 만하다. 연인 사이에 써먹으면 참 좋고, 논쟁에서 써먹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말로 논쟁을 시작하면 된다.
내가 원래 논쟁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유키노 수사논리학의 전통을 따라 수련을 거듭하게 되면 토이상스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제가 원래 댓글 다는 것 안 좋아하는데요…글이 너무 좋아서요
제가 원래 답변을 잘 안하는데…… 누구냐 넌?
오늘 글. 댓글 안 달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