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통속적인 주제에 대한 집착이야 그러려니 하고 (그건 모든 자연사 프로그램의 문제이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의 주요 가정들이 지나치게 가정에 불과하다는 학문적인 문제, 그리고 언젠가 내가 지적했던 진화의학과의 충돌 문제, 나아가 라카토슈의 의견을 따라 연구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기한을 넉넉하게 준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진지한 과학 연구프로그램으로서의) 진화심리학은 끝났다. 미안하지만.
라카토슈의 책 초반부에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경계 문제가 등장한다. 진화심리학은 딱 그 경계에 걸려 있다. 제 딴에는 진지하게 학문(비센샤프트가 아니다) 혹은 과학인 척 하지만, 가끔은 이들의 주장들이 라깡 덕후들의 황망한 주장과 다를게 무엇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젠 이런 글을 자세히 써(주는) 것도 지겹다.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줘봐야, 어차피 그런 말이 통할 공간이 아니다.
추신: 아 그렇다고 라깡이 이겼다는 뜻은 아니다. 두 부류가 거기서 거기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둘이 놀면 좋을 듯 하다. 황망하고 허공을 떠다니는 거창한 주제와 화두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출판시장에 봇물을 이룰 것임을 확신해 드릴 수 있다. 화이팅!
남녀 소비생활에 관한 어느 TV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어느 학자가 나와 진화심리학이라면서,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더군요. 너무 끼워 맞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