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언제나 게다가 모든 사안에 대해 비판만을 일삼는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성격이 극과 극이라서 어중간한 태도를 못참아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책임한 한국의 어떤 좌파들처럼 비판만을 해대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건 그동안 사이언스타임즈에 써온 내 글들을 차근히 읽어내려가보면 알 일인데, 문제는 그걸 읽을 사람이 없다는 거겠지만.
여하튼, 내가 누군가를, 어떤 집단을 비판만 한다고, 삐딱이라고 생각하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착한왕 이상하를, 철학자 김영건을, 서평꾼 강유원을 존경한다. 그 존경은 때로는 상당히 무조건적이라서 가끔 내 자신에게 냉정해지라고 충고를 해야할 지경이다. 나는 국가대표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그 감수성을 존경하고, 나의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존경한다. 나는 광신을 멀리하는 성공회 신부를 존경하고, 합리적인 정치를 만들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한 수학자를 사랑하며, 내 귀에 들리는 한 끝없이 누군가 들어주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 모두를 존경한다. 나는 그 현장의 이들에게 한없이 빚을 지고 있다고 여기며,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한번도 거절한 적 없다.
내가 비판의 칼을 높게 세우고, 그 태도가 남들 눈에 상당히 거슬리는 그런 거친 상태가 되는 때는, 배부르고, 등따시며, 사회의 위계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그런 집단, 그런 인간들을 향할 때다. 그것조차 태도의 문제로 환원되어야 한다면 나는 언제고 글을 접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