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한윤형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글로 만났을 뿐이다. 아마도 그와 처음으로 만난건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블로그와 이후 트위터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아이추판다, 노정태, 이택광 등과 엮여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논쟁 비슷한 것이 있었고, 이후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에 관해 쓴 글들이 블로그에 산재해 있고, 아마 그의 댓글도 (운이 좋다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스에 취직해서 꽤 많은 매체평론들을 쓰고 있다는 것, 칼럼과 강연, 좌담회 등에 자주 출몰한다는 정도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며 끄덕거렸을 뿐이다. 2013년 한국에 갔을 때, 지인을 통해 넌즈시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했지만, 약속이 꼬여 만나지 못했다. 이택광 교수와의 사이에서 서로 논쟁 비슷한걸 했었지만, 대화가 가능한 논객이라 생각하고 지냈다. 오늘 그 논객에게 불미스러운 소문이 들린다.

저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윤형과 연애를 하였고, 그 동안 여러 차례 구타당한 사람입니다. 업 중에 하나가 긴 글을 정리해서 쓰는 거라 각 잡고 그렇게 쓸까 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엄두가 안 나서 이런 부족한 형태로 남깁니다. 소스: 두메 :: 한윤형의 데이트 폭력에 관하여

데이트 폭력이 사실인지의 문제는 밝히면 될 일이고, 한윤형의 발언을 기다려야 할 일이다. 다만 이 기회에 그가 썼던 글을 회람해보고, 이 사태에 관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진 논객이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는 2013년에 이런 글을 썼다. “한윤형. (2013).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문화과학, 185–201.” 아마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한윤형 스스로의 생각이 집약되어 있어야만 하는 그런 글일 것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 자신이 썼던 다음의 칼럼을 모두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2030 은근발랄] 한국 남성들은 과연 행복한 걸까” 이 칼럼은 한국사회의 남녀 불평등에 내재한 특수성을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이라는 책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는 글이다. 문화과학의 글은 한윤형의 식으로 “한국사회의 여성혐오”를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사회적 조건과, 한 가지 문화적 조건을 나열하고 그 조건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윤형에 따르면, 각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남녀성비 불균형 문제다. 해나 로진 의 말처럼 한국사회에서도 남아선호현상이 많이 줄었다지만 그것은 최근 아이를 낳는 부모들의 선택일 뿐 불과 2~30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문화가 달랐다….

둘째는 한국의 여성 고등교육 진학률이 호전되어 일자리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의 불평등은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글에서 비교적 명료하게 지적했지만 출산 및 육아 이후 정규직으로 돌아올 수 없는 한국적 현실이다….

또 하나, 사회적인 조건들과는 별개로 문화적인 조건을 추가해야겠다. 이는 특 히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는 극단적인 외모지상주의와 정보 통신기술(ICT)의 발달이 결합하여 ‘매력자본’을 현금으로 쉽게 환전할 수 있는 세상 이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자들이 ‘예쁜 여성’이 너무 쉽게 돈을 번다고 분통 을 터트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한윤형. (2013).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문화과학, 185–200에서 부분발췌.”

이런 조건들에 대한 정당화를 마치고, 그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한국사회의 남성은 생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여성들에 비해 확률적으로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소득은 학벌과 학력에 긴밀하게 결합해 있지만, 남성 소득은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장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방금 언급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시기를 황금기로 기억하는 현재의 청춘들의 자조섞인 ‘세상 인식’의 반영이다.

한국사회에서 남성은, 여전히 여성에 비해 유리하다. 하지만 남성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또한 그 유리함이란 것이 희망찬 내일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나 같은 정치평론가처럼 머리 아프게 사회변혁의 방법을 고민할 생각이 없 다면, ‘된장녀’를 욕하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손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사회문제를 총체적으로 지각하는 시선이 사라진 이 시대에, 정치적 변혁을 원하는 이들이나 인문주의자들은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걸어야 할 것인가? 오래된 고민 의 이유를 정리해 보면서 새로운 고민이 자라나게 되었다.

“한윤형. (2013).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문화과학, 200–201.”

이 글은 한국사회 젋은 20~30대들의 서브컬쳐와 대중문화, 예를 들어 <응답하라> 시리즈를 한국 남성들의 여성혐오와 엮어가며 쓰여진 일종의 사회평론쯤 될 것이다. 글에서 제시한 조건들의 타당성과,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증의 유효성과는 별개로, 한윤형은 한국사회 남성들의 고민 없는 여성혐오를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그 구조와 기저를 분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사회의 남성들이 평균적으로 여성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따라나올 윤리적 대안은 뻔한 것이다.

한윤형은 현재의 20대 루저/잉여 문화를 대변하는 논객이다. 현장 속에 있었고, 산만하긴 하지만 정제된 논증으로 글을 쓸 줄 알았다. 발표되지 않은 글들과, 칼럼을 제외하고, 학술적으로 서지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글들과 책들의 목록을 적어 옮긴다. 조선일보 논술상을 거부하고, 안티조선 운동을 하면서부터, 엄청난 양의 글을 썼을테고, 2002년 ‘월간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글들만 해도 이만큼이다. 그는 엄청나게 생산적인 논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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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위원회당대비평, 서동진, 정진웅, 김진호, 이상길, 김성태, … 김보경. (2009).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서울 :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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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민, 김수환, 김홍중, 서동진, 소영현, 송제숙, … 백욱인. (2013). 속물과 잉여. 서울  : 지식공작소.
  • 김상봉, 김진호, 김항, 김민하, 전규찬, 이택광, … 권수정. (2012). 당신들의 대통령. 서울  : 문주.
  • 김상봉, 전규찬, 김진호, 이택광, 김항, 한윤형, … 권수정. (2012). (당신들의) 대통령. 서울  : 문주.
  • 노회찬, 김어준, 진중권, 홍세화, 김정진, 홍기빈, … 우석훈. (2010). 진보의 재탄생. 서울 : 꾸리에.
  • 이원재, 강성민, 김공회, 김류미, 김민웅, 김민하, … 한윤형. (2015). 이따위 불평등. 서울  : 북바이북.
  • 한기호, 강경석, 이윤주, 금정연, 강유정, 조은영, … 박연. (2011). 20대. 서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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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윤형. (2009a). [사회] 문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담아내는가? 작가세계, 21(3), 352–367.
  • 한윤형. (2009b). 뉴라이트 사용후기. 서울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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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윤형. (2010a). 안티조선 운동사. 서울  :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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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윤형. (2011b). 장하준의 “더 나은 자본주의”, 그리고 한국 사회. 작가세계, 23(2), 320–337.
  • 한윤형. (2012a). 사람들은 왜 파업을 불편해 하는가. 황해문화, 78–98.
  • 한윤형. (2012b). 안철수 밀어서 잠금 해제. 서울: 한솔씨앤엠 :
  • 한윤형. (2013a). 왜 한국 남성은 한국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 문화과학, 185–201.
  • 한윤형. (2013b).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서울  : 어크로스.
  • 한윤형. (2013c). 한국 좌우파 투쟁의 흐름 속에서 “일베”를 바라보다. 진보평론, (57), 14–32.
  • 한윤형, 이재훈, 김완, & 김민하. (2011a).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서울  : 메디치.
  • 한윤형, 이재훈, 김완, & 김민하. (2011b).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서울 : (주)블루마운틴소프트.
  • 한윤형, 최태섭, & 김정근. (2011a).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서울 : 웅진지식하우스:
  • 한윤형, 최태섭, & 김정근. (2011b).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서울  : 웅진지식하우스 :
  • 한윤형, 최태섭, & 김정근. (2011c). 착취를 정당화하는 마법의 주문, 열정노동 :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월간 한국노총, 472(-), 48.

트위터에 적어둔 글도 옮긴다.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야 한다.

적당한 육체노동이 글쟁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번번히 느낀다. 뇌가 몸보다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정신의 피폐는 반드시 나타나는 귀결인 것 같다. 지의 향연을 펼치는 논객들도 결국 생물학에 종속되어 간다는 씁쓸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목도하고 있다.

한 때 블로그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엮였던 상대로써, 현재의 사태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만나고 싶었고, 지인을 통해 술한잔 사주겠다 연락도 넣어봤었고, 우연히 들리는 여러 소문들은 한 귀로 흘리고, 가끔 그의 글에만 집중했었다.

한 시대를 평하고 그 속에서 정의를 찾아나섰던 것이라 믿는다.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전열을 갖추어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아마도 글을 쓰면 될 일이다. 쓸 데 없는 결정을 하지 않기 바란다. 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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