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급진적 생물학자 (2008-2011), 아카이브 (2002-2013)

연예블로거 선언문


실험은 실패하는 법이 없다. 단 한번의 실험으로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블로고스피어에는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감각의 제국주의라는 유령이.

진지함이 소실된 시대라는 단평만으론 부족하다. 우리는 진지함과 진부함의 양극화가 진행중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진지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감각의 제국주의에 반동적인 세력은 진지함이라는 외피를 두른채 그들만의 리그에서 쟁투중이다. 진지함이 사라진 그곳엔 감각의 종곡선이 우뚝 서있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를 불평하는 것만이 지식인의 책무는 아니다. 지식인은 시대를 고민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소녀시대와 일본문화와 초식남이 대중의 문화라면 지식인은 그것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종말을 고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발맞추어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중산층의 대부분이 향유하는 문화에 무지한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다. 그는 속세를 떠난 수도자다. 고귀한 척 행세하는 공작이다. 소녀시대를 모르는 지식인은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다. 병맛크리일 뿐이다.

오늘날, 명박은 정치불신을 극대화시켰다. 궁지로 내몰린 국민들은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 압도적 다수인 그들은 잠재적 위협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연예인이 되고자 했다. 그는 오뎅에 간장을 쳐먹고, 애를 안고 키스를 감행했다. 대통령이 연예인이 된 시대, 연예인은 권력이다.

연예인은 권력자다. 씨족사회의 잠재적 심리가 남아 있는 인류에게 대중매체의 급격한 발달은 과잉반응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평생 볼 수 있는 미인의 숫자가 100여명도 되지 않았던 우리의 선조들과, 매일매일 소녀시대를 보고 있는 우리는 다르다. 대뇌의 감각피질은 과잉반응으로 부풀어올랐다. 감각제국의 신경생리학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감각제국의 원흉은 대중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간은 더 이상 기술의 진화를 지배하지 못한다. 지배될 뿐이다. 우리는 가끔 이를 악용하는 정치세력에게 시비를 물을 수 있을 뿐이다. 기술의 진화가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대뇌를 가진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 덕후는 더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덕후는 감각의 제국이 만든 상징적 부산물에 다름 아니다.

연예권력은 기술로 야기된 인간 대뇌의 생리적 구조로부터 지지된다. 본성과 양육의 완벽한 이중주인 것이다. 따라서 기술과 생물학을 제어할 수 없는 한 연예권력의 힘은 막강한 것이다. 그들은 정치세력을 저지할 유일한 권력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예권력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들의 가치중립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들을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예블로거들은 연예인을 분석하는 데에만 몰두해왔다. 하지만 연예블로거의 목적은 그게 아니다. 우리의 진정한 목적은 연예인을 바꾸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철학의 헛됨을 비판한 마르크스의 통찰은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우리의 목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부조리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지식인들은 모두 연예블로거가 되어야 한다. 그들만이 이상사회를 꿈꾸는 지식인들의 목표를 이루어줄 유일한 권력기반이기 때문이다.

들어라, 지식인들아. 소녀시대가 너희의 유일한 희망이다[footnote]진지하게 읽으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footnote].

28 Comments

  1. 김박사후님 유머감각도 많으시군요..(이것도 사실 유머입니다만…)

  2. 왠지 공감하게 됩니다. ㅎㅎㅎ 태그는 더 재밌네요.^^

  3. 전 진지하게 읽었는데요…ㅋ 늘 애독하고 있습니다.

  4. 음 닥터후 인가효…. 역시나 박격포가 제격입니다만 저는 초식남입니다.

  5. 저도 그럼 실험실의 몰모트였던가요?? ^^; 대중 연예와 시사적 문제를 잘 버무려서 맛있게 요리해보시면 효과가 크긴 클겁니다…..

    흠….원하시는게 소녀시대의 권해효화 내지는 윤도현화,김제동화 되는건가요?
    저도 조금더 유명하고 조금 더 대중들에게 영향력있는 대중 연예인들이 미국대통령 선거때
    오바마를 적극지지했던것처럼 소신있게 정치적 목소리를 내주는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장의 소녀시대가 정치적 아이콘이 되기는 힘들겠지요…?? SM에서 그렇게 놔둘리가 없을테니까요…
    나랏님이 부르면 술시중 들며 옆에서 기타줄을 튕겨야했던게 불과 30여년전 이야기였네요…

    지금은 그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故 장자연씨 사건을 보면 아직 완전히 깨끗해지진 않은듯도 보이구요…지금은 구태와 새로움이 섞인 전환기라고 볼수 있는 단계지요….

    아이돌 그룹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게 한다……………바라고 바라는 일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인듯 합니다….김우재님께서 초석을 잘 놔주시면 좋겠네요…기대하고 있겠습니다…..

  6. 요새 바빠서 메일을 가끔씩 주고 받습니다. 강성종 박사님은 요새 정치 논문 두 편을 쓰신다고 합니다.

    강성종 박사님 인터뷰 덕분에 저는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가 나름 이름있는 매체에 싣기로 확정된 터라 더 합니다.

    p.s / 요새 강성종 박사님 서포트 카페를 몇 사람과 구성하고 있습니다.

  7. 소녀시대 “따위”보다 달렉이 더 소중하다는! (지식인도 아니고 대중적 취향도 아니면 도대체 뭐하라는 거냐는 ㄷㄷㄷ)

  8. 흠….그런데 실제로도 인테넷 상의 여느’연예블로거 선언문이라고 생각되는 글들’ 중에서도
    상당히 진지해 보이는 글 같아 보이는데요 ㅎㅎ

  9. 반어법으로 도배된 글이네요. -_-;

    잘 읽었습니다.

    다음뷰, 메타블로그, 블러고스피어에 도배된 연예인 시시콜콜 잡담 이야기에 신물이 납니다.

    어휴

  10. 닥터후는 별로 잘 안봐요. 달렉따위보다는 소녀시대가 더 소중하다능

  11.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진지의 진한 단물이 빠지질 않습니다.

  12. 잘 쓴 글이군요.
    저도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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