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김우재 (2014-)

과학자에게 모자를 씌우는 나라

중국 원사(院士) 제도에 비추어 본 ‘국가과학기술자’

정부가 ‘국가과학기술자’를 뽑는다. 지난 8월 31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제5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6~2030)」의 간판 정책이다. 대상은 한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서 연구하는 만 55세 이하 연구자다. 이 가운데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를 올해 20명 뽑고, 2030년까지 모두 100명가량을 선정한다.

선정되면 칭호와 대통령 명의의 증서, 현판을 받는다. 출입국 패스트트랙, 국가 주요 행사 주빈 초청, 해마다 한 번 대통령과의 대화 같은 예우도 따른다. 연 1억 원의 지원금은 최대 5년간 나온다.

내년부터는 ‘차세대 국가과학기술자’도 뽑는다. 조교수 임용 10년 이내의 연구자가 대상이고, 해마다 200명씩 5년간 모두 1000명을 골라 연 5천만 원씩 지원한다. 리더급 공고는 9월 11일에 났고, 12월이면 첫 20명의 이름이 공개된다.

작년 11월 처음 발표될 때 이 제도의 이름은 ‘국가과학자’였다.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중국의 원사 제도를 참고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종안은 종신 예우가 아닌 5년 한시 지원으로 설계되었다. 그래도 발상의 뿌리는 같다. 국가가 최고의 과학자를 골라 이름을 붙여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중국 하얼빈의 한 대학에서 초파리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대학에서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원사와, 그 아래로 줄지어 선 ‘모자(帽子)’들의 위계를 모른 척하기 어렵다. 그래서 먼저 한국 정부가 참고했다는 그 제도를 살펴보려 한다. 어떻게 태어나 무엇이 되었는지, 그리고 중국 스스로 무엇을 고치려 애쓰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중국이 지금 벗으려 애쓰는 모자를 새로 짜고 있다.

원사라는 칭호의 탄생

중국 원사 제도의 뿌리는 1955년 중국과학원이 만든 ‘학부위원(学部委员)’이다.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원사(академик) 제도를 본뜬 것으로, 그해 국무원 명령으로 233명이 첫 학부위원이 되었다. 이 명단에는 학문적 업적으로 뽑힌 과학자들과 함께 학술기관을 이끌던 당원 간부들도 이름을 올렸다. 학술과 정치가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셈이다.

문화대혁명으로 멈췄던 선출은 1980년에 재개되었다. 1993년 명칭이 ‘원사’로 바뀌었고, 이듬해 중국공정원이 문을 열면서 오늘날의 ‘양원(两院) 원사’ 체제가 갖춰졌다.

원사는 지금도 2년마다 증선(增选)으로 새로 뽑힌다. 2025년 선거에서 중국과학원 73명, 중국공정원 71명이 새로 원사가 되었다. 이로써 원사 수는 과학원 908명, 공정원 1002명이 되었다(외국적 원사는 별도). 14억 인구의 나라에서 2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희소성이 곧 칭호의 힘이다.

명예 칭호의 값은 누가 매기나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결같다. 원사는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학술 칭호이자 종신 명예일 뿐, 이익이 딸린 칭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가 지급하는 원사 수당은 2009년 인상된 뒤에도 월 1000위안, 우리 돈 2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 원사가 ‘부부급(副部级)’, 즉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것도 근거가 약하다. 1990년대 초 베이징 원사들의 진료 편의를 위해 의료 대우를 정한 데서 비롯된 통설이라는 설명이 있다. 차관급에 준하는 주택이나 전용차는 받지 않는다고 직접 반박한 원사도 있다.

그러나 칭호의 값은 국가가 정하지 않는다. 값을 매기는 것은 생태계다.

지방정부와 대학은 원사를 모셔 오려고 연봉과 연구착수금, 주택을 묶은 패키지를 경쟁적으로 내걸었고, 원사 영입은 대학 간 쟁탈전이 되었다. 학과 평가와 ‘쌍일류(双一流)’ 사업에서 원사 보유 수가 무게를 갖자, 원사 한 사람이 곧 기관의 자산이 되었다. 원사들은 국가 연구비와 과학기술상 심사, 인재 선발의 상층부에 앉는다. 중국 매체의 한 좌담에서는 원사인지 아닌지가 총장 선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가 주는 수당은 20만 원이지만, 그 칭호가 끌어당기는 자원과 권력은 수당과 비교할 수 없다.

칭호가 자원이 될 때

2013년 9월, 베이징의 한 법정에서 옛 철도부 운수국장 장수광(张曙光)의 뇌물 사건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그가 기업인들에게서 받아낸 돈 가운데 2300만 위안이 중국과학원 원사 선거와 관련돼 있다고 보았다. 그는 원사에 도전하려면 돈이 든다는 이유를 들며 이를 인정했다.

그는 철도부 추천으로 2007년 원사 후보에 올랐다가 7표 차로 떨어졌고, 2009년에 다시 도전했다가 또 고배를 마셨다. 한 표만 더 얻었더라면 당선될 뻔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원사 선거의 로비가 법정 기록으로 남은 순간이었다. 그 전부터 원로 원사들은 일부 기관이 돈을 들여 후보를 ‘포장’하고 표를 모으는 일을 기관의 핵심 업무처럼 여긴다고 공개 비판해 왔다.

리닝(李宁) 사건은 또 다른 얼굴이다. 동물 유전육종 분야의 저명한 학자였던 그는 2007년 중국공정원 원사로 뽑혔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이렇다. 그는 이듬해인 2008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자신이 책임진 국가 중대 과제의 연구비 3410만 위안을 빼돌렸다. 그중 2092만 위안은 과제팀 다른 연구원 명의의 돈이었다. 빼돌린 돈은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옮겨 지분을 가진 회사들에 투자했다.

2020년 1심에서 징역 12년, 같은 해 12월 2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되었고, 공정원은 이듬해 1월 그의 원사 칭호를 박탈했다. 이 사건을 원사 제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국가 칭호와 대형 국가과제의 관리 권한이 한 사람에게 겹쳐 있을 때, 견제가 얼마나 쉽게 무뎌지는지는 분명히 보여준다.

셰젠핑(谢剑平) 사건은 한번 준 칭호를 거두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국영 담배회사 산하 연구원의 연구자였던 그는 담배의 유해성을 줄이는 연구로 2011년 공정원 원사에 뽑혔다. 금연 운동가와 공중보건학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종난산(钟南山) 같은 원사도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비판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이른바 ‘저타르·저위해 담배’라는 전제 자체가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건강과 직결된 업적을 의학 전문가가 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러 의학·공중보건 단체가 칭호 박탈을 청원했다.

공정원은 선출 절차와 그의 수상 경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본인에게 자진 사퇴를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결국 앞으로 담배 분야 후보를 받지 않겠다는 선에서 논란을 봉합했고, 알려진 바로는 그는 최근까지도 원사 칭호를 유지하고 있다.

선출 과정 자체를 향한 비판도 있다. 2011년 선거에서 베이징대의 라오이(饶毅)는 1차 심사에서 탈락하자 다시는 과학원 원사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해 말 칭화대의 스이궁(施一公)마저 떨어지자, 라오이는 ‘역도태(逆淘汰)’, 즉 뛰어난 사람이 밀려나는 현상을 거론했다. 원사 선출이 학문적 수준이 아닌 다른 것을 보상한다는 공개 비판이었다.

두 사람은 바로 한 해 전 『사이언스』에 글을 함께 써서, 중국의 연구비 배분이 연구의 질보다 인맥과 관료에 좌우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스이궁은 2013년 원사가 되었다.

중국은 무엇을 고쳤나

장수광 재판 두 달 뒤인 2013년 11월, 공산당 18기 3중전회는 원사 제도 개혁을 공식 과제로 올렸다. 2014년 6월에는 양원 원사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개혁을 주문했다. 뒤이은 개정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 정부 부처와 기관이 후보를 추천하던 경로를 없애고 원사 추천과 학술단체 추천만 남겼다. 장수광을 후보로 올린 것이 철도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조치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둘째, 처급 이상 당정 간부는 원칙적으로 후보가 될 수 없게 했다. 최근의 공정원 규정은 기업 책임자에게도 재직 중에는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셋째, 칭호를 거둘 수 있는 퇴출 규정을 만들었다. 2024년 개정된 장정은 퇴출 규정을 한층 분명히 했고, 중국 언론은 ‘원사 종신제가 사라졌다’는 제목을 달았다.

공정원 원장도 원사 칭호를 물질적 이익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학이 원사를 겸직으로 모셔 이름만 걸어두는 이른바 ‘쌍빙(双聘) 원사’ 관행도 끊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 몇 장으로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는 2025년 연구비 지침에서, 심사위원에게 청탁 연락이 가는 고질적 병폐를 따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연구비 심사에서조차 그런 단속을 공언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칭호를 자원으로 바꾸는 생태계, 곧 대학 평가와 채용과 연봉 체계는 개혁 문건 한 장으로 바뀌지 않는다.

모자의 사다리

원사는 꼭대기일 뿐이다. 그 아래로 중국 과학계에는 ‘모자’라고 불리는 인재 칭호의 사다리가 촘촘하게 놓여 있다. 국가자연과학기금의 ‘걸출청년(杰青)’과 ‘우수청년(优青)’, 교육부의 ‘창장학자(长江学者)’,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만인계획’ 같은 것들이다. 걸출청년 한 명에게는 400만 위안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 칭호들의 힘은 연구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의 채용 조건과 연봉은 어떤 모자를 썼느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학과가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지, 박사과정을 열 수 있을지도 모자의 수에 달렸다는 불만이 중국 학계 안에서 나온다. 한번 쓰면 벗지 않는 이 칭호들을 두고 ‘작은 원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젊은 연구자의 목표가 좋은 질문이 아니라 다음 모자가 되는 현상, 중국에서는 이를 ‘모자화(帽子化)’라고 부른다.

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2018년 무렵부터 논문·직함·학력·수상 실적만 따지는 평가를 깨겠다는 ‘파사유(破四唯)’ 구호가 나왔고, 여기에 모자를 더한 ‘파오유(破五唯)’라는 말도 쓰였다. 인재 칭호를 딱지처럼 쓰지 말라는 지침도 거듭 나왔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는 2025년부터 아예 이름을 바꿨다.

  • ‘국가걸출청년과학기금’ → ‘청년과학기금(A류)’
  • ‘우수청년과학기금’ → ‘청년과학기금(B류)’
  • 일반 청년 과제 → ‘청년과학기금(C류)’

위원회가 밝힌 이유는 모자화를 비롯한 변질된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1994년부터 30년 넘게 써온 ‘걸출’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알파벳만 남긴 것이다. 2025년 원사 증선에 대한 공식 설명에도 모자로 인재를 재단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굳이 들어갔다.

이름을 바꾼다고 모자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중국은 지금 젊은 과학자의 머리에서 모자를 벗기려 하고 있다.

다시, 한국의 국가과학기술자

이제 한국의 제도를 다시 보자. 과기정통부는 과거의 실패를 의식한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종신 예우가 아니라, 3년 지원 뒤 평가를 거쳐 2년을 더하는 한시 사업이다. 리더급에는 만 55세라는 나이 상한을 두어 원로의 명예직이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개인 신청을 없애고 민간 전문가 중심의 독립 심사위원회를 두었다. 보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차관급 예우 같은 파격적 특혜를 주는 원사식 제도가 과학계 내부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한다. 특혜가 아니라 영예라는 것이다.

이 점은 공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종신 원사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보다는 분명히 나은 설계다. 한편에서는 5년짜리 예우로 무슨 권위가 서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정반대 방향에 있다. 중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설계는 핵심을 비껴간다.

첫째, 칭호의 값은 정부가 아니라 생태계가 매긴다

중국 원사의 국가 수당은 월 1000위안에 불과하지만, 대학과 지방정부와 평가 체계가 그 칭호를 자원으로 바꾸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대학과 출연연이 ‘국가과학기술자 보유’를 홍보 문구와 기관 평가 자료에 올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교수 채용과 승진, 다른 연구비 심사에서 이 칭호가 보이지 않는 가점으로 작동하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아무리 특혜가 아닌 영예라고 강조해도, 영예를 특혜로 바꿔 주는 시장은 제도 바깥에 있다.

둘째, 추천 구조가 중국이 버린 쪽으로 가고 있다

새 제도는 개인 신청을 없애고 소속 기관의 공식 추천이나 국내외 석학의 공동 추천을 거치도록 했다. 자기 추천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중국이 2014년 개혁의 핵심으로 없앤 것이 바로 부처와 기관의 추천 경로였다.

기관이 후보를 내는 순간 칭호 획득은 기관의 사업이 되고, 기관은 후보를 포장하기 시작한다. 장수광을 후보로 만든 것도 철도부였다. 한국의 대학과 출연연이 ‘국가과학기술자 배출’을 성과 지표로 삼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셋째, ‘차세대’라는 칭호가 문제다

중국이 청년 과제에서 ‘걸출’과 ‘우수’를 떼어내고 A, B, C라는 무미건조한 기호만 남긴 지 1년 반 남짓 지났다. 그런데 한국은 임용 10년 이내의 젊은 연구자 1000명에게 ‘국가’가 붙은 칭호를 주겠다고 나섰다.

연 5천만 원은 실험실 하나를 꾸리기에 넉넉한 돈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업의 무게중심은 돈보다 이름에 있다. 이름이 곧 실질인 제도, 그것이 모자다.

한국에서도 연구비 사업의 이름이 이력서 위에서 위계처럼 읽히는 일은 낯설지 않다. 여기에 국가가 공인한 청년 칭호가 하나 더 얹히면, 30대와 40대 연구자들이 좋은 질문 대신 다음 칭호를 좇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돈의 규모도 따져 볼 만하다. 리더급 100명과 차세대 1000명을 모두 최대 기간 지원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3천억 원 규모다. 같은 돈으로 칭호 없는 기초연구 과제를 얼마나 더 지원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우리는 이미 해봤다

2005년 6월 과학기술부는 황우석을 ‘제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하고 해마다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해 말 논문 조작이 드러났고, 이듬해 3월 정부는 최고과학자 선정을 철회했다. 그때는 이미 30억 원이 다 쓰인 뒤였다.

제도는 ‘국가과학자’로 이름을 바꾸고 지원금을 연 15억 원으로 줄여, 2006년부터 2012년까지 10명을 선정했다. 그러나 소수에게 거액을 몰아준다는 비판을 받다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출범과 맞물려 막을 내렸고, 선정자 가운데 절반은 IBS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공고의 공식 사업명이 ‘2026년 국가과학자 지원사업’이라는 사실은 우연이라기엔 의미심장하다. 황우석이 받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올해 7월에야, 수상 22년 만에 최종 취소되었다. 국가가 준 칭호는 주기는 쉬워도 거두기는 이토록 어렵다.

한국에는 종신 명예와 수당이 결합된 기관도 이미 있다.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은 매달 180만 원의 수당을 평생 받는다. 폐쇄적인 선출 방식과 종신제는 오래전부터 비판을 받았다. 2021년에는 문인 744명이 자매기관인 예술원을 향해 수당 폐지와 회원 선출 방식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종신 명예가 학문의 활력으로 이어졌느냐는 물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증거는 무엇을 말하나

소수에게 몰아주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은 직관적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대체로 반대쪽을 가리킨다.

캐나다 자연과학공학연구위원회(NSERC)의 연구비와 성과를 분석한 포틴과 커리(2013)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비가 늘수록 과학적 영향력도 커지지만, 그 증가 폭은 점점 줄어들었다. 두 사람은 전체 성과를 키우려면 소수에게 크게 주기보다 다수에게 나누어 주는 전략이 낫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국립일반의학연구소(NIGMS) 소장이던 제러미 버그의 분석에서도, 연구실당 연구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논문 산출이 더는 늘지 않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7년 이런 수익 체감을 근거로 연구자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총량에 상한을 두려 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한 달여 만에 계획을 접었다. 집중을 줄이는 일은 증거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덴마크 연구진이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리뷰(2020)도 연구비 규모와 성과 사이에서 수익 체감을 보고한 연구가 적지 않다고 정리했다. 집중이 언제나 효율적이라는 가정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칭호가 연구를 북돋는다는 믿음도 흔들린다. 경제학자 보르하스와 도런(2015)은 필즈상 수상자들을, 상을 받지 못한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들과 비교했다. 수상자들은 상을 받은 뒤 논문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졌고, 익숙하지 않은 새 주제를 탐색하는 쪽으로 옮겨 갔다.

로버트 머튼은 이미 인정받은 과학자에게 인정과 자원이 더 몰리는 경향을 ‘마태 효과’라고 불렀다. 이 효과는 칭호 제도 속에서 증폭된다. 국가가 공인한 칭호는 마태 효과의 확성기다.

물론 사람에게 투자하는 방식이 효과를 낸 사례도 있다.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의 연구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줄레이와 동료들(2011)은 HHMI 연구원들이 비슷한 수준의 NIH 지원 연구자들보다 파급력 큰 논문을 더 많이 냈고, 동시에 실패작도 더 많이 냈음을 보였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칭호가 아니었다. 긴 지원 기간, 실패를 용인하는 평가, 연구 방향을 바꿀 자유였다. HHMI는 국가가 주는 칭호가 아니라 민간 재단의 계약이며, 정기 심사에서 갱신이 끊기기도 한다.

국가과학기술자 제도가 HHMI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름이 아니라 시간과 자유다. 그리고 시간과 자유는 20명이 아니라 모든 연구자에게 필요하다.

모자가 아니라 흙

한국 과학계는 불과 2년 전 33년 만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겪었다. 2024년 R&D 예산은 26조 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4.7% 줄었다. 그 충격은 신진 연구자와 학생 연구원, 기초연구의 작은 과제처럼 가장 약한 고리에서 먼저 터졌다. 예산은 다시 늘었지만, 한 번 흔들린 신뢰가 한꺼번에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번 기본계획에도 반가운 내용은 있다. 박사후연구원을 대학의 공식 구성원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이 그렇다. 문제는 그런 조용한 개혁보다 ‘국가과학기술자’라는 간판이 계획 전체의 얼굴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공계를 떠나는 학생들과 해외로 나가는 젊은 연구자들 앞에서 정부가 내민 답이 ‘국가’라는 이름의 칭호라면, 그 처방은 진단과 어긋나 있다. 젊은 과학자들이 떠나는 이유는 칭호가 없어서가 아니다. 안정된 자리와 예측 가능한 연구비,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다.

그래도 제도를 시행하겠다면 최소한 네 가지는 지켜야 한다.

  • 국가과학기술자 칭호를 대학 평가와 기관 평가, 채용과 승진, 다른 연구비 심사의 가점으로 쓸 수 없도록 사업 규정에 못 박아야 한다. 중국은 모자화가 뿌리내린 뒤에야 모자로 인재를 재단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적어 넣었다.
  • 차세대 트랙은 칭호를 떼고 평범한 연구비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 중국이 왜 이름을 A, B, C로 바꿨는지 생각해 보면 답은 분명하다.
  • 기관 추천의 사유와 심사위원 명단은 적어도 사후에라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기관 간 ‘배출 경쟁’과 후보 포장을 견제할 수 있다.
  • 5년이라는 한시성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훗날 ‘명예 국가과학기술자’ 같은 이름으로 칭호가 종신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토머스 헌트 모건의 플라이룸을 떠올린다. 컬럼비아 대학의 비좁은 실험실에서, 병 닦는 일로 들어온 캘빈 브리지스와 학부생이던 앨프리드 스터티번트가 모건과 함께 현대 유전학의 기초를 놓았다. 그 방의 힘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초파리 계통과 아이디어를 조건 없이 나누는 문화에서 나왔다.

과학사학자 로버트 콜러는 초파리 연구자들의 이런 관행을 ‘도덕 경제’라고 불렀다. 그 전통은 지금도 초파리 계통을 공공재로 나누는 스톡센터로 이어진다. 모건은 노벨상 상금을 자기 아이들뿐 아니라 브리지스와 스터티번트의 아이들과도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좋은 과학은 국가가 골라 씌워 주는 모자에서 자라지 않는다. 모두가 딛고 설 수 있는 흙에서 자란다. 한국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스무 명의 머리에 씌울 모자를 짜는 일이 아니다. 모든 연구자의 발밑에 흙을 까는 일이다.


참고자료

한국 제도와 선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가과학기술자’ 본격 추진…최고 인재, 국가가 직접 발굴·지원」(2026.8)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7093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가과학자’ 선정, R&D 전폭 지원…우수 과학기술인재 확보 속도」(2025.11)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54433
  • 서울신문,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 선정 착수(2026.9.11) https://www.seoul.co.kr/news/society/science-news/2026/09/11/20260911500141
  • 연합뉴스(네이트 뉴스), 「’차세대 국가과학기술자’ 1천명 키운다」(2026.8.31) https://m.news.nate.com/view/20260831n30047
  • 네이트 뉴스, 「”황우석 특혜 꼬리표 뗐다”…국가대표 과학자 1100명」(2026.8.31) https://m.news.nate.com/view/20260831n30153
  • 블로터, 「특혜 아닌 ‘영예’로…과기정통부, 국가과학기술자 제도 재가동」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71771
  • 머니투데이 기자수첩, 「원사(院士)는 아닌, 국가과학기술자」(2026.9.7) https://www.mt.co.kr/opinion/2026/09/07/2026090416333729676
  • 한국일보, 「황우석 최고과학자 지위 박탈」(2006.3.22)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0603230065615072
  • 이데일리, 「22년 만에 지워진 황우석 영예」(2026.7.15)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5270966645514848
  • Wikipedia, National Scientist of the Republic of Korea 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_Scientist_of_the_Republic_of_Korea
  • 대학지성 In&Out,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수당 보도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92
  • 서울신문, 「문인 744명 “예술원 회원 수당 폐지하고 회원 선출 방식 개혁을”」(2021.8.25) https://www.seoul.co.kr/news/life/publication-literature/2021/08/25/20210825500146

중국 원사 제도와 인재 칭호

  • 人民网, 「中国院士制度的演变」 http://cpc.people.com.cn/n/2013/0601/c64387-21697962.html
  • 科技日报, 2025년 양원 원사 증선 결과 https://www.stdaily.com/web/gdxw/2025-11/21/content_435302.html
  • 凤凰网, 「中国院士待遇究竟如何?」 https://news.ifeng.com/a/20170227/50736364_0.shtml
  • 中国青年报, 「张曙光增选院士过程还原」(2013.9.18) https://zqb.cyol.com/html/2013-09/18/nw.D110000zgqnb_20130918_1-07.htm
  • 人民网(南方日报 평론), 「不可忽视张曙光”贿选”这一恶例」(2013.9.13) http://cpc.people.com.cn/pinglun/n/2013/0913/c78779-22916296.html
  • 新民周刊, 「张曙光坐实了院士评选黑幕?」 https://m.xinminweekly.com.cn/content/2953.html
  • 中央纪委国家监委网站, 李宁 사건 2심 판결 http://m.ccdi.gov.cn/content/c2/07/70397.html
  • 新京报(华声在线 전재), 「中国工程院撤销李宁院士称号」(2021.1.11) https://m.voc.com.cn/xhn/news/202101/13478990.html
  • China Daily, 「Critique smolders for honor to tobacco scientist」(2011.12.13) https://www.chinadaily.com.cn/china/2011-12/13/content_14255505.htm
  • 中国经济网, 「工程院:谢剑平院士称号还不能撤 今后不再有”烟草院士”」(2013.2) http://www.ce.cn/cysc/sp/info/201302/06/t20130206_27498.shtml
  • 生物通, 「饶毅落选院士引热议」 https://www.ebiotrade.com/custom/ebiotrade/zt/110822/
  • 中国新闻网, 「评论:院士制度改革迈出关键一步」(2014.6.13) https://www.chinanews.com/gn/2014/06-13/6277109.shtml
  • 界面新闻, 「今后处级以上领导干部原则上不再有资格参选院士」 https://www.jiemian.com/article/222658.html
  • 中国工程院, 「中国工程院院士增选工作实施办法」 https://www.cae.cn/cae/html/main/col244/2025-04/24/20250424165602108464710_1.html
  • 华声在线, 「院士终身制,没了!」(2024.7) https://m.voc.com.cn/xhn/news/202407/20273272.html
  • 学术桥, 「官方明确:杜绝”双聘院士”!」(2023.12) https://www.acabridge.cn/news/202312/t20231211_2548076.shtml
  • 科学网, 「避免”帽子化”,杰青、优青更名为青年科学基金项目A类B类」(2025.1) https://news.sciencenet.cn/htmlnews/2025/1/537918.shtm
  • 第一财经, 「杰青、优青称号将消失,国自然今年还有哪些大改」 https://www.yicai.com/news/102454366.html
  • 财新网 知识分子 블로그, 「如何看待科研人员”帽子”满天飞的现象?」 https://zhishifenzi.blog.caixin.com/archives/259197

연구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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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rjas GJ, Doran KB (2015). Prizes and Productivity: How Winning the Fields Medal Affects Scientific Output. Journal of Human Resources 50(3): 72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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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hler RE (1994). Lords of the Fly: Drosophila Genetics and the Experimental Lif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중국 원사(院士) 제도 심층 리포트 — 한국 ‘국가과학기술자’ 제도 비판을 위한 자료

핵심 요약 (TL;DR)

  • 중국 원사(院士) 제도는 ‘명예 칭호’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부부급(副部级) 대우설, 지방정부·대학의 거액 영입 패키지, 연구비·평가·인재선발 권력이 결합된 ‘칭호=자원’ 구조이며, 그 정점을 향해 걸출청년(杰青)·우수청년(优青)·창장학자(长江学者) 같은 ‘인재 모자(人才帽子)’ 사다리가 늘어서 이공계를 서열화했다. 중국 정부 스스로 2014년 이후 이 폐해를 인정하고 개혁에 나섰다.
  • 한국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자'(2025년 ‘국가과학자’로 발표, 2026년 명칭 변경) 제도는 리더급 20명/년(만 55세 이하, 5년간 연 1억원)과 차세대 200명/년(총 1000명)을 선발하는 5년 한시 재정사업으로, 장관이 중국 원사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했으나 종신 예우가 아닌 한시 사업에 그쳐 정체성 논란이 있다.
  • 집중지원의 실증 근거(Fortin & Currie 2013, Borjas & Doran 2015, Berg 2010 등)는 ‘소수 엘리트에 대규모 집중’보다 ‘다수에 분산’이 논문·피인용 산출에서 더 효율적이며, 수상·칭호 이후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사례가 주는 교훈은 ‘칭호에 물질적 특권과 자원 배분 권한을 결합하지 말라’는 것이다.

1. 중국 원사 제도의 역사와 구조

중국의 원사 제도는 1955년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 CAS)의 ‘학부위원(学部委员)’ 제도로 출발했다. 1954년 1월 정무원 제204차 회의(저우언라이 주재)가 학부 설립을 비준했고, 1955년 6월 1일 학부 성립대회가 열렸으며 6월 3일 저우언라이가 서명한 국무원 명령으로 첫 233명의 학부위원 명단이 공포되었다(물리·수학·화학부 48, 생물·지학부 84, 기술과학부 40, 철학·사회과학부 61).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원사(академик) 모델의 영향을 받았으나 곧바로 ‘원사’를 도입하지는 않았는데, 당시 중국 과학 수준을 고려해 ‘학부위원’이라는 업무 칭호를 택했다(중국과학원 학부 사이트 casad.cas.cn, 인민망, 백도백과).

주목할 점은 첫 233명 중 상당수가 학술 업적으로 선발되었지만 일부는 학술기관을 이끄는 당원 간부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철학·사회과학부에 당원이 집중되었다(과학망 sciencenet.cn 기록). 이는 이 제도가 출발부터 ‘학술 권위’와 ‘정치적 지도’가 뒤섞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연혁은 다음과 같다. 1957년 21명 증빙(增聘), 문화대혁명기 중단, 1979~1980년 증보 선출(1980년 283명 신규, 철학·사회과학부는 1977년 중국사회과학원으로 분리되어 이때부터 문과 원사가 사실상 사라짐), 1990년 격년 증선 결정, 1991년 CAS 학부위원 총수 528명. 1993년 10월 국무원이 ‘학부위원’을 ‘원사(院士)’로 개칭했고, 같은 해 중국공정원(中国工程院, CAE)이 설립되었다. 1994년 첫 외적원사(外籍院士)가 선출되었고, 1998년 자심원사(资深院士) 제도가 도입되었다(80세 이상, 선거 투표권 없음). (백도백과, 위키백과)

2. 선출 절차와 주요 수치

원사 증선(增选)은 홀수 해에 격년으로 실시된다. 추천 경로는 (1) 원사 직접 추천, (2) 중국과학기술협회(中国科协) 등 학술단체 추천 두 가지이며 본인 신청은 받지 않는다. 2014년 개혁으로 과거 부처·부문·대학·기업·성(省) 추천 경로가 폐지되었다(중신망, 계면신문). 선출은 학부 심사와 전체 원사 무기명 투표를 거치며, CAE는 20% 차액 무기명 투표로 과반 찬성 후보가 당선된다.

최근 증선 수치:

  • 2023년: CAS 정원 79명(유효후보 583명) 중 59명 당선, CAE 정원 90명 이내(유효후보 655명 + 특별통로 34명) 중 74명 당선. 2023년은 당 20차 대회 후 첫 증선이자 개혁 후 첫 검증으로, 추천인이 실명(实名)으로 공개되었다(신화망, 과학망).
  • 2025년: CAS 73명, CAE 71명(합계 144명) 당선. 신임 CAS 원사 평균연령 57.2세(최소 44, 최대 66), 60세 이하 67.1%, 여성 13명(양원 합계). CAS 신규 외적원사 27명, CAE 24명. 증선 후 CAS 원사 총 908명(외적 173명), CAE 원사 총 1002명(외적 148명). 닝더스다이(宁德时代)·비야디(比亚迪) 등 민영기업 인사와 서부 변방 전문가가 포함되었다(과기일보 stdaily.com, 신랑재경, CERNET).

CAS는 1955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21차례에 걸쳐 총 1632명의 원사를 배출했고, 이 중 생존 908명, 작고 725명이다(위키백과 집계).

3. 특권과 자원 배분 권한 — ‘명예 칭호’의 실체

‘부부급(副部级) 대우’설: 가장 널리 퍼진 통설이나 근거 수준을 구분해야 한다. 현행 규정상 CAS 원사는 의료보건·차량 등 ‘업무 대우’가 부부급에 상당한다고 표현되나, 베이징대 전 총장 저우치펑(周其凤) 원사는 “국가가 우대는 하지만 결코 부부급 대우는 아니다”라며 주택·전용차 기준을 받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CAS 전 부비서장 장위타이(张玉台)는 이 통설의 기원이 1990년대 초 베이징 거주 원사들의 진료난 해소를 위해 국무원이 부부장급 의료 대우를 정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펑황망 ifeng.com). 즉 ‘부부급 대우’는 전면적 행정등급이 아니라 주로 의료 영역에서 출발한 통설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원사 수당(院士津贴): 2009년 1월 1일부터 국가 수당이 월 200위안에서 월 1000위안으로 인상되어 중앙재정에서 지급된다. 80세 이상 자심원사는 별도로 연 1만 위안의 자심원사 수당을 받으며 개인소득세가 면제된다(펑황망).

지방정부·대학 패키지: 국가 수당 자체는 소액이지만, 지방정부와 대학의 영입 조건은 규모가 다르다. 허난성은 2004년부터 성 소속 원사에게 연봉 20만 위안 이상, 성 재정 20만 위안 차량 보조, 부성급 의료(실비 정산), 월 500위안 간호비를 규정했고, 광저우 인사국은 재직 양원 원사에게 월 1만 위안 수당을 지급했다. 산시성 중베이대학의 원사 영입 조건은 연구착수비 200만 위안, 정착비 10만 위안, 연봉 20만 위안, 260㎡ 주택이었다(신랑신문). 이런 ‘원사 경제’와 대학 간 원사 영입 경쟁(挖院士)은 원사 수가 쌍일류(双一流)·학과평가·박사점 설치·심지어 총장 선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학계 인식과 맞물려 있다(재신망 지식분자 블로그).

권력: 원사는 연구비 심사, 국가과학기술상 평가, 인재 칭호 선발의 상층부를 장악한다. 재신망 지식분자 좌담에서 리즈민(李志民)은 “지금은 당신이 원사가 아니면 총장 선발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것은 시스템적”이라고 지적했다.

4. 문제점, 스캔들, 비판

연구부정·부패 — 리닝(李宁) 사건: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중국농업대학 교수였던 리닝은 2008년 7월~2012년 2월 국가 과학기술 중대전문항목 경비를 편취·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2015년 1월 17일 CAE 주석단이 원사 자격을 정지했고, 2020년 1월 3일 지린성 쑹위안시 중급법원이 1심에서 징역 12년·벌금 300만 위안(횡령액 약 3410만 위안 인정)을 선고했으며, 2020년 12월 8일 지린성 고급법원 2심이 징역 10년·벌금 250만 위안으로 감형했다. 같은 날 CAE는 리닝의 원사 칭호를 박탈했는데, 이는 CAE 건원 20여 년 만의 첫 박탈 사례였다(중앙기율검사위 ccdi.gov.cn, 인민망, 신경보 voc.com.cn, 위키백과).

‘담배 원사(烟草院士)’ 논란 — 셰젠핑(谢剑平): 국유 중국담배총공사 산하 정저우담배연구원 부원장이던 셰젠핑(1959년생, 담배화학·향료·卷烟降焦减害 전공)은 담배 유해성 저감 연구로 2011년 12월 CAE 환경·경방공정학부 원사로 선출되어 대규모 반발을 샀다. 방주자(方舟子)는 “사람을 속이고 해친다”고 비판했고, 국가담배통제판공실 주임 양궁환(杨功焕)은 저감 담배를 ‘가짜 명제(伪命题)’로 규정하며 “과학계 최고의 원사가 가짜 명제를 지지한다면 매우 황당하고 우습다, 이것이 치욕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종난산(钟南山) 원사도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7개 의학·공중보건 단체(중화예방의학회·중화의학회·중국의사협회 등)가 학술 사기 의혹 조사와 칭호 박탈을 청원했고, 중국통제흡연협회는 최소 7차례 청원했다. 그러나 CAE는 결국 칭호를 박탈하지 못했다. 2013년 2월 CAE 부원장 쉬쾅디(徐匡迪)는 그의 수상·절차가 규정에 부합하고 진짜임이 확인되었다고 밝혔고, 판윈허(潘云鹤) 상무부원장은 京华时报에 “그를 설득해 사퇴시키려 했으나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박탈 동의안이 주석단 투표에서 부결되었다고 밝혔다(사이언스/AAAS, 차이나데일리 2013). CAE는 이후 담배 분야 후보 추천을 받지 않기로 했으나, 셰젠핑은 2024년에도 CAE 원사이자 정저우담배연구원장으로 활동했고 현재까지 칭호를 유지한다(정저우대학 공지, 백도백과). 핵심 비판점은 그의 업적이 건강 관련인데 심사는 의학·공중보건 훈련이 없는 환경·경방공정학부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Yang Gonghuan, Tobacco Control 2014;23:167–172).

행정관료·기업인 원사와 선거 로비(跑院士): 2013년 9월 고속철도 관료 장수광(张曙光)은 뇌물수수 재판에서 원사 선거운동에 “돈이 필요해서” 2300만 위안(총 기소 뇌물 4755만 위안 중)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철도부 추천으로 2007년(7표 차)과 2009년(약 1표 차)에 CAS 기술과학부 원사에 도전했다 낙선했고, 30여 명 전문가가 그의 저서 집필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신화사, 신경보, 중국청년보). 이 폭로가 2013~2014년 개혁의 직접적 방아쇠가 되었다. 이후에도 央企 임원 출신 원사들이 부패로 자격을 박탈당했다(차오야오펑(曹耀峰, 시노펙 부총경리 출신, 2013년 선출·2022년 박탈), 왕안(王安, 중매에너지 회장 출신, 2009년 선출·2022년 박탈), 웨궈쥔(岳国君, 2023년 조사) 등).

저명 과학자의 공개 비판 — 라오이(饶毅)·스이궁(施一公): 2011년 증선에서 베이징대 생명과학원장 라오이는 1차(2011년 8월)에서 탈락했고 즉시 “앞으로 중국과학원 원사에 응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칭화대 스이궁은 2차(2011년 12월 9일, 신규 원사 51명·외적 9명 확정)에서 탈락했다. 라오이는 당일 4000여 자 글 “‘역도태(逆淘汰)’ 사회현상이라는 한 마리 참새의 해부”에서 “원사 평가에서 중시되는 것은 학술 수준·연령·국내 과학 기여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 앞에서 고개 숙이고 줄 서 있는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2010년 9월 《사이언스》에 중국 연구비 분배 체제와 과학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실은 바 있다. 스이궁은 2013년 CAS 원사로 선출되었다(인민망, 중국청년보, 위키백과).

고령화·종신제·퇴출 부재: 오랫동안 “고령 원사 퇴출 불가”, “담배 원사 제거 불가”, “원사 칭호 사퇴 불가”가 지적되었고, 원사는 ‘철 칭호(铁称号)’로 여겨졌다(관찰자망, voc.com.cn).

5. 개혁 과정과 평가

2013년 11월 18기 3중전회가 원사 제도 개혁을 요구했고, 2014년 6월 양원 원사대회에서 시진핑이 개혁을 강조하며 CAS·CAE가 장정(章程)을 개정했다. 핵심은 (1) 추천 경로 축소(원사 추천+학술단체 추천만, 행정 간섭 배제), (2) 전체 원사 종선(终选) 투표 신설, (3) 퇴출·권퇴(劝退) 기제 도입이다. CAE 장정은 “원사의 개인 행위가 과학 도덕을 위반하거나 품행이 단정치 못해 원사 집단과 공정원의 명예에 심각한 영향을 줄 때 원사 칭호를 포기하도록 권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CAS 장정은 “정황이 특히 심각하거나 국가이익을 해치고 국가법률을 위반한 경우 원사 칭호를 박탈한다”고 규정했다.

2014년 12월~2015년 첫 개혁 후 증선 실시세칙은 “공무원과 공무원법을 준용하는 당정기관 처급(处级) 이상 영도간부는 원칙적으로 후보가 되지 않는다(군 계통 준용)”고 명시해 ‘관료 원사’ 문제를 겨냥했다. 현행 CAE 실시세칙(cae.cn)은 이를 확장해 “당정기관·준공무원 기관 처급 이상 영도간부 및 기업 책임자(企业负责人)는 재직 기간 원칙적으로 후보가 되지 않되, 기업 수석과학자·총공정사 등 기술 책임자는 상황에 따라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022년 9월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제27차 회의가 《원사제도 개혁 심화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통과시켜 퇴출 제도를 정식 문건화했고, 2024년 양원 원사대회에서 새 장정이 증선·퇴출 기제를 재확정하며 사실상 ‘종신제’를 손질했다. 공식 담론은 “원사는 학술 칭호이지 이익 칭호가 아니다”이며, 리샤오훙(李晓红) CAE 원장은 “원사 칭호에 비학술적·공리적인 것을 지나치게 실어서는 안 되고, 원사 칭호를 물질적 이익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쌍빙원사(双聘院士)’ 근절을 강조했다(acabridge.cn).

평가: 개혁은 추천 경로 정리, 실명 추천, 퇴출 기제 도입 등 형식적 진전을 이뤘고 리닝 박탈이라는 실제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셰젠핑 칭호가 끝내 유지된 점, 지방·대학 차원의 물질적 특권과 ‘원사 경제’가 여전한 점에서 ‘칭호=자원’ 결합이라는 근본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적 시각이다.

6. 인재 모자(人才帽子) 사다리와 청년 프로그램

이 항목이 한국 ‘차세대 국가과학기술자’ 비판과 직결된다. 중국은 원사를 정점으로 촘촘한 칭호 사다리를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국가걸출청년과학기금(杰青, 5년 400만 위안), 우수청년과학기금(优青, 3년 100~300만 위안, 만 38세 이하/여성 40세), 청년천인계획(青千)의 후신 해외우청(海优), 창장학자(长江学者)·청년창장, 만인계획(万人计划)·청년발첨인재(青拔) 등이 있다.

문제는 이 칭호들이 ‘벗을 수 없는 모자(摘不掉的帽子)’, ‘작은 원사(小院士)’로 불리며 신분 상징으로 변질된 점이다. 대학·연구기관은 ‘모자 뺏기(抢帽子)’ 경쟁을 벌이고, 학과가 A+를 받을 수 있는지, 쌍일류에 들 수 있는지, 박사점을 설치할 수 있는지가 모자 수로 결정된다(재신망 지식분자, 텐센트뉴스). 칭호는 연봉·연구비·직급과 직접 연동되어 청년 과학자의 ‘작업 목표’가 연구가 아니라 모자 획득이 되는 도착(倒错) 현상이 나타났다.

2018년 이후 정부는 ‘破四唯/破五唯'(논문·직함·학력·수상·항목만 따지는 관행 타파)와 “인재 칭호를 딱지(标签)로 쓰지 말라”는 지침을 냈고, 2025년 1월 국가걸출청년과학기금 항목이 개명되는 등 ‘모자화’ 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재신망 좌담에서 저우중허(周忠和)는 “2018년 이후 국가가 문건을 많이 냈지만 3년여가 지나 상황이 개선되었는가, 오히려 더 심해졌는가”라고 물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25년 증선 공식 설명도 “‘모자’로 인재를 평가하지 않는다(不以’帽子’评判人才)”고 명시할 만큼 모자 문제는 여전히 현안이다.

7. 학술적 분석

콩차오(Cong Cao/曹聪)의 《China’s Scientific Elite》(RoutledgeCurzon, 2004)는 CAS 원사 약 80명(생존 원사의 10% 이상)을 인터뷰해 중국 과학 엘리트의 사회적 층화를 분석했다. 그는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의 과학사회학 틀(보편주의, 과학의 사회적 층화)을 적용해, 원사 선발에 사회적 출신·스승과의 연줄·교육 배경이 상당한 역할을 하며 원사들이 흔히 ‘이중 엘리트(dual elites, 과학자이자 당원)’라고 지적했다. 이는 ‘순수 업적주의’라는 공식 서사와 상충하는 지점이다.

머튼의 ‘마태 효과(Matthew Effect)’는 이미 인정받은 과학자에게 보상이 누적되는 현상을 설명하며, 원사·모자 제도가 자원 집중을 자기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8. 국제 비교 — ‘명예’와 ‘물질적 특권’의 결합 여부

비교의 핵심 축은 명예가 물질적 특권 및 자원 배분 권한과 결합되어 있는지다.

  • 러시아·소련 과학아카데미(RAS): 1724년 설립, 소련형 모델. 아카데믹(정회원)은 종신이며 수당과 행정적 특권을 받고 산하 연구소 네트워크를 지휘한다. 2026년 1월 기준 생존 러시아 회원 약 1960명(정회원 841, 통신회원 1119). 중국 원사 제도가 직접 본뜬 원형으로, ‘명예+물질+자원 배분’이 결합된 전형이다.
  • 미국 국립과학원(NAS)·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선출은 최고 명예이나 종신 수당이나 자원 배분 권한이 결부되지 않는 순수 명예 아카데미에 가깝다. 회원은 대학 등 본직을 유지하며 개인의 명망을 강조한다.

즉 중국·러시아형은 ‘칭호=자원’ 결합형, 영미형은 ‘칭호=명예’ 분리형이다. 이 대비가 한국 제도 설계 논쟁의 준거가 된다.

9. 한국 신제도 개요와 국내 선례

신제도 개요: 정부는 2025년 11월 7일 대전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과학자’ 제도 신설을 발표했다(정책브리핑 korea.kr, 2025.11.7). 2026년 세부 시행안에서 명칭이 ‘국가과학기술자’로 바뀌었는데, 과기정통부는 “과학자가 교수나 기초과학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을 피하고 공학자·산업계 연구자까지 균형 있게 포함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 한국 국적, 국내 활동, 만 55세 이하 산학연 연구자. 16대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별 1~2명. 2026년 20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00명. 선정자에게 연 1억원의 연구활동비를 최대 5년 지급, ‘국가과학기술자’ 명패 제공, 연 1회 대통령 면담, 국가 R&D 정책 자문 책무 부여. 기관은 소속 연구자를 최대 3명 추천할 수 있고, 3인 이상 국제 석학이나 데이터 기반 발굴위원회 추천도 가능하며, 2단계 심사를 거친다(연합뉴스, 스포탈코리아, 머니투데이).
  • 차세대 국가과학기술자: 2027년부터 연 200명씩 총 1000명 육성, 40대 전후 예상.

국내 선례:

  • 국가과학자 지원사업(2005~2012): 매년 1~2명에게 5년간 최대 30억원의 대규모 연구비를 몰아주던 제도. 소수 특혜 논란과 연구윤리 파문으로 2012년 중단되었다(블로터).
  • 황우석 ‘제1호 최고과학자'(2004):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업적으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상금 3억원 수상, 2004년 최고과학자 지정. 2005~2006년 논문 조작이 드러나 2006년 서울대 파면·최고과학자 지위 철회.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규정 미비로 2020년에야 취소되었으나 법원이 절차상 하자로 무효 판단, 2026년 절차를 보완해 22년 만에 최종 취소되었다(MBC, 한국경제, 이데일리).
  •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136명(정원 150명), 정회원에게 월 180만원 회원수당을 종신 지급하며 2021년 회원수당·회의참석수당 등에 41억 9200만원을 썼다. 종신제·폐쇄적 선출·끼리끼리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대학지성, 위키백과). 자매기관인 대한민국예술원도 동일하게 월 180만원 종신 수당을 지급해 2021년 문인 744명이 수당 폐지와 종신제 개혁을 요구했다(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은 이처럼 ‘종신 명예+수당’ 모델을 이미 운영하며 그 폐쇄성을 경험했다.

국내 반응: 과기정통부는 “과거 국가과학자지원사업이 소수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면 이번에는 연구환경 전반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특혜 대신 ‘영예’를 강조했고, “한국 연구 생태계 특성상 차관급 예우나 파격적 특혜를 주는 원사 제도는 과학계 내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도입 취지 설명 때 종신직 중국 ‘원사’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실제로는 5년 한시 재정사업(3년차 점검)에 머물러 “예우도 5년에 불과해 실효성이 있느냐”, “‘국가’ 칭호를 붙이면서 차세대를 1000명까지 뽑는 게 적절하냐”, 추천자·심사위원·피평가자의 학연·소속이 겹칠 수 있어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상피제 등 평가 설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블로터). 머니투데이 기자수첩은 “원사는 아닌, 국가과학기술자”라며 상근연구자 50만명 중 20명 선발이 특혜인지 아닌지 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맥락: 2024년 R&D 예산은 33년 만에 삭감되었다. 기획재정부 당초 정부안은 2023년 본예산(31조778억원) 대비 16.6%(5조2000억원)를 삭감한 25조9152억원이었고, 국회 통과 최종 확정액은 26조5000억원으로 2023년 대비 14.7%(4조6000억원) 감소였다(헬로디디 2023.12.21). 국회 심의에서 정부는 “기초연구 과제비에 1528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450억원을 투입해 박사후연구원 연구사업도 신설”하는 등으로 일부 보강했다(기획재정부·헬로디디 2023.12.21). 2025년 예산은 29.7조원(전년 대비 11.8%↑)으로 편성되었으나 삭감 전 2023년(약 31.1조원)과 비교하면 분류 기준 변경(약 1.8조원 비R&D 재분류)을 감안해도 논쟁이 이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R&D 분야 정부 정책 방향의 안정성·일관성·예측가능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2026년 과기정통부는 R&D를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하고 PBS 단계적 폐지, 블록펀딩, 평가등급제 폐지·정성평가 전환, 정년후 연구지원사업 신설 등을 함께 내놓았다(정책브리핑, 뉴시스, 카이스트신문, 헬로디디).

10. 한국 제도 비판을 위한 논점 정리 — 중국 사례에서 얻는 교훈

  1. 칭호에 자원 배분 권한을 결합하면 학계가 서열화된다. 중국은 원사→杰青→优青 사다리가 연봉·연구비·직급·학과평가와 연동되면서 ‘모자 사냥’이 연구를 대체했다. 한국이 ‘국가과학기술자’ 칭호를 향후 연구비·평가·정책자문 권한과 연동시키면 동일한 도착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2. 집중지원의 실증 근거가 약하다. Fortin & Currie(2013, PLoS ONE 8(6):e65263)는 캐나다 NSERC 데이터에서 과학적 임팩트가 연구비의 ‘감속함수(decelerating function)’임을 확인했다. 즉 “전체 수혜자 풀의 총 임팩트 극대화가 목표라면 ‘소수 대형(few big)’ 전략은 ‘다수 소형(many small)’ 전략보다 덜 효과적”이며, 예컨대 평균의 2배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의 최고 논문은 평균 연구자보다 피인용이 58% 많은 데 그쳤다. Berg(2010, NIGMS의 2006회계연도 R01/P01 보유자 2938명 분석)도 논문 수·평균 임팩트팩터가 “연 직접비 약 70만 달러에서 정점”에 이른 뒤 정체·감소하며, 중앙값 연 직접비는 22만 달러, grant당 중앙 논문은 6편임을 보고했다. Aagaard et al.(2020, Quantitative Science Studies)도 분산 배분이 더 유효하다는 흐름을 정리했다. 이는 과거 한국 ‘국가과학자 지원사업'(5년 30억원 집중)이 특혜 논란·연구윤리 파문으로 중단된 것과 일관된다.
  3. 수상·칭호가 이후 생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Borjas & Doran(2015, Journal of Human Resources 50(3):728–758; NBER w19445)은 필즈상 수상 후 연간 논문 생산이 24%(연 약 1편) 감소함을 보였다. 수상 후 자기 전문분야 밖 연구 비중이 수상 전 약 5%에서 25%로 상승(“play the field”)했고, 감소분의 약 절반이 이 ‘인지적 이동’, 나머지 절반이 ‘보상 효과(노력 감소)’로 설명됐다. ‘국가과학기술자’로 지정된다고 곧 최고 성과가 이어진다는 전제는 실증적으로 취약하다.
  4. 명예에 물질·권한을 결합하면 부패·로비의 표적이 된다. 장수광의 2300만 위안 선거 로비, 리닝의 3410만 위안 횡령은 ‘칭호=자원’이 만든 부작용이다. 한국이 대통령 면담·명패 같은 상징적 예우에 그친 것은 이 위험을 일부 피한 설계이나, 향후 특혜가 붙으면 같은 압력이 생긴다.
  5. 종신 명예 모델의 폐쇄성은 이미 국내에서 검증되었다. 대한민국학술원·예술원의 월 180만원 종신 수당과 끼리끼리 선출 논란은 ‘종신 예우’가 곧 학술 활력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관이 언급한 중국 원사식 종신 예우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합리적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6. ‘중국 원사를 벤치마킹한다’는 수사 자체가 문제적이다. 정작 중국 스스로 2014년 이후 원사 제도의 이익화·모자화·행정간섭을 개혁 대상으로 삼았다. 이미 개혁 대상이 된 모델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발상은 방향이 어긋난다.
  7. 차세대 1000명 규모의 역설. ‘국가’ 칭호를 붙인 차세대 트랙을 1000명까지 확대하면 상징성이 희석되어 또 하나의 ‘모자’가 될 위험이 있다. 중국의 ‘모자 인플레이션’이 반면교사다.

11. 참고문헌 및 링크

  • 중국과학원 학부 ‘학부역사’ casad.cas.cn / 백도백과 ‘중국과학원원사’
  • 인민망 ‘중국 원사제도의 변천’ cpc.people.com.cn
  • 2023 증선: 신화망, 과학망 sciencenet.cn, CAE cae.cn; 2025 증선: 과기일보 stdaily.com, 신랑재경, CERNET edu.cn
  • 원사 대우: 펑황망 ifeng.com, 신랑신문 sina; 재신망 지식분자 블로그 zhishifenzi.blog.caixin.com
  • 리닝 사건: 중앙기율검사위 ccdi.gov.cn, 인민망, voc.com.cn, 위키백과
  • 라오이·스이궁: 인민망, 중국청년보 cyol.com, 위키백과
  • 셰젠핑 담배원사: 사이언스/AAAS, 차이나데일리, Tobacco Control 2014;23:167–172
  • 장수광·央企 원사: 신화사(ebiotrade 전재), 신경보, 중국청년보 cyol.com
  • 개혁·장정: 중신망, 계면신문, 관찰자망, acabridge.cn, cae.cn, casad.cas.cn
  • 인재 모자: 재신망 지식분자, 텐센트뉴스 qq.com
  • Cong Cao, China’s Scientific Elite (RoutledgeCurzon, 2004)
  • Russian Academy of Sciences: 위키백과, ISC council.science
  • 한국 신제도: 정책브리핑 korea.kr, 연합뉴스, 블로터, 머니투데이
  • 황우석: MBC, 한국경제, 이데일리
  • 학술원·예술원: 대학지성 unipress.co.kr, 서울신문, 세계일보, 위키백과
  • R&D 예산: 헬로디디, 뉴시스, 카이스트신문, ESC코리아
  • 집중지원 실증: Fortin & Currie 2013 (PLoS ONE); Berg 2010 (NIGMS); Aagaard et al. 2020 (QSS); Borjas & Doran 2015 (JHR/NBER)

12. 근거 수준에 관한 주의

  • ‘부부급 대우’설은 전면적 행정등급이 아니라 주로 의료 대우에서 비롯된 통설이며, 원사 본인들도 부인한 바 있어 사실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 장수광 선거 로비 2300만 위안, 2009년 ‘약 1표 차’ 낙선은 본인 법정 진술·언론 보도에 근거하며 독립 감사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 2007년 ‘7표 차’ 낙선이 더 일관되게 보도된다.
  • 셰젠핑에 대해 CAE는 학술 부정을 공식 인정한 바 없고 절차·수상이 ‘진짜’라고 밝혔으므로, 비판자들의 ‘학술 사기’ 주장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논란임을 명시한다.
  • R&D 예산 수치는 회계 기준(본예산 vs 정부안, OECD 기준 재분류)에 따라 삭감폭이 4.6조~5.2조원으로 달리 제시되므로, 인용 시 기준을 함께 밝혀야 한다.
  • 한국 신제도의 세부(예산 총액, 차세대 시행 시점 등)는 2026년 9월 현재 발표·언론 보도 기준이며, 구체 예산과 법적 근거는 향후 확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