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호주로 다녀온 아시아태평양 초파리 학회에서 개미 유전학으로 CELL에 논문을 출판했던 끌로드 데스플란 Claude Desplan을 만났다. 오타와대학 재직 당시 맥길 대학의 개미 연구자와 만나 끌로드 이야기를 듣고, 이메일을 보냈던 적이 있다. 개미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답장이 왔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나는 개미를 할 생각이 없지만 말이다. 당시 CELL지에 같은 논문 두 편이 백투백으로 출판이 됐었다. 누가 누구를 따라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지저분한 뒷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
Yan, H., Opachaloemphan, C., Mancini, G., Yang, H., Gallitto, M., Mlejnek, J., … & Desplan, C. (2017). An engineered orco mutation produces aberrant social behavior and defective neural development in ants. Cell, 170(4), 736-747.
Trible, W., Olivos-Cisneros, L., McKenzie, S. K., Saragosti, J., Chang, N. C., Matthews, B. J., … & Kronauer, D. J. (2017). Orco mutagenesis causes loss of antennal lobe glomeruli and impaired social behavior in ants. Cell, 170(4), 727-735.
끌로드를 처음 만났는데, 역시 백인 특유의 느낌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젠 백인들 특유의 표정과 화법을 보면 신물이 난다. 초파리 학회 발표도 오래된 초파리 시각 신경회로에 대한 주제였는데, 정말 지루했다. 호주엔 놀러 왔겠지. 제발 아시아태평양 초파리 학회에선 백인들을 좀 덜 부르면 좋겠다.
여하튼, 2017년에 출판된 저 유전자조작 개미 연구는 사실 초파리 연구자들에겐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주제다. Orco라는 수용체 자체가 초파리에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다루어져 온데다, 후각수용체 대부분에 작용하는 보조 수용체이기 때문에, 저 수용체를 없애면 당연히 개미군집이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리란건 예상되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이 나온 후에 개미 유전학을 더 하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어려워서 이젠 안한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여하튼 개미 유전학이 시작되었다는건 아는데, 이후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어제 실험실 학생 한 명이 진짜 발로 그린 것 같은 그래픽 초록을 올려서 간만에 CELL 지에 실린 개미 유전학 연구를 살펴보았다. 이것도 이미 초파리 아교세포에서 여러 실험을 해본 입장으론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닌데, 저자들이 연구한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Ju, L., Glastad, K. M., Sheng, L., Gospocic, J., Kingwell, C. J., Davidson, S. M., … & Berger, S. L. (2022). Hormonal gatekeeping via the blood brain barrier governs behavior. bioRxiv, 2022-12.
개미 두뇌를 꺼내서 scRNA seq으로 계급분화와 관련된 표적 유전자를 찾은 다음에, 그 유전자를 클로닝해서 초파리에서 발현시켜 표현형 복제 phenocopy 로 실험을 했다. 꿀벌과 호박벌의 유전자를 가지고 초파리에서 시험중인 우리 실험실의 연구방향과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인 셈이다. 이제 CELL만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