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미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마이크로RNA (miRNA)에 대한 연재를 시작했을때만 해도, 그게 책이 되리라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후에야, 그 연재가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된다. <꿈의 분자 RNA>라는 제목으로.1
책으로 정리하면서 내가 약 3년 동안 매주 쓴 글의 양을 살펴보니, 1500여페이지가 넘었다. 보통 대중과학서가 300여페이지 내외로 출판되니까 빽빽하게 채워도 그런 책 5권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 책을 정리하면서 거의 3분의 2를 덜어냈다. 덜어낸 내용들이 아쉽긴 하지만, 최대한 RNA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부분만 남겼다.
동아사이언스에서 <보통과학자>를 연재하면서, 2021년 즈음에 mRNA 백신개발사를 공부하게 됐는데, 거기서 커털린 커리코라는 과학자를 만났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커리코를 조명한 글은 거의 없었고, 커리코의 연구를 과학적인 맥락에서 접근한 글은 아예 없었다. 대부분의 글은 커리코가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로 어려운 환경에서 연구를 했다는 상투적인 내용 뿐이었다. 커리코와 mRNA 백신에 대한 글을 준비하면서, 당시 페이스북에 나름 결의에 찬 글을 올렸었다.
그런 커리코가 드류 와이스만과 함께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마침 <꿈의 분자 RNA>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온터라 내 일처럼 반가웠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벨상에 이렇게 흥분하는건 처음인 듯 하다.
<보통과학자>와 내 책에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커리코의 성공담은 그야말로 성공신화에 가깝다. 헝가리에서 도축업자의 자녀로 태어나, 우연히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겨우 교수가 된 대학에서 거의 퇴출당하고 다른 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겨우 연구를 수행해서 한 편의 논문이 나와 그 논문으로 성공하는 듯 했지만, 논문 특허는 대학에 빼앗기고 논문으로 인한 이익은 엘리트 과학자에게 빼앗긴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암에 걸린 와중에도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위해 일해야만 했던 이민자의 애환을 비롯해서, 미국 대학과 과학생태계의 무한경쟁시스템에서 고통받으며 살아남아야만 했던 그의 이야기는, 노벨상 이상의 교훈을 담고 있다.
여하튼 중요한건, 커털린 커리코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이야기가 많은 보통과학자들에게 하나의 희망의 불씨로 남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Congraturations! Kati!
- 책은 현재 시점에서 예약판매중이다. https://www.bookprice.co.kr/compare.jsp?isbn=97889349550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