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대학을, 2000년대에 대학원을 다녔던 기억엔, 당시 한국은 노벨상에 상당히 민감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이 노벨상이라도 타는 해가 되면, 온갖 전문가들이 나와 왜 한국은 노벨상을 타지 못하느냐며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학원에 다니던 나는, 아주 이른 시기에 노벨상 타령에 신물이 났다. 한국의 원로 과학자들과 정치인 및 과학공무원들은 아주 노벨상에 환장한 사람들처럼 보였고, 그런 그들의 끈질긴 노력은 결국 MB의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엮여, 기초과학연구원 IBS라는 프로젝트로 완성되었다. IBS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을 썼으니 더이상 부연할 필요는 없을 듯 하고, 그저 한국의 노벨상에 대한 집착은 세상 그 어느나라보다 더 대단하다는 걸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하면 될 듯 하다.
노벨생리의학상,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이 모두 발표되었고, 생리의학상은 내 예상대로 mRNA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만든 발견으로 카탈린 카리코 박사와 드류 와이스만 박사가 공동수상했다. 노벨상 자체에 별 관심이 없지만, 이번에 출판된 내 책, <꿈의 분자 RNA>의 첫 부분이 mRNA 백신개발에 얽힌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출판사에겐 좋은 뉴스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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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대한 뉴스를 조금 검색해봤는데, 이제 한국언론은 노벨상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카리코 박사는 한국언론이 좋아하는 흙수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 신문에서 대서특필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없고,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미디어도 노벨상보다는 아시안게임에 더 큰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 과학자의 노벨상이라는 숙원은 이제 건국이래 최초의 연구개발비 삭감으로 영원히 날아가버린 것 같아서 그런가, 오히려 이젠 한국언론이 노벨상을 까내리는 기괴한 모습을 보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이 노벨상에 시들해진건 오래된 일이다. 노벨상에 대적하는 여러 다른 상들이 신설된 탓도 있지만, 매년 발표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지겹고, 매일매일 연구비와 논문과 씨름하는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은 너무 먼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센터 교수들도 노벨상에 그다지 관심들이 없다. 그러니 일반대중이 노벨상에 관심 없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벨재단이 생방송으로 수상자를 발표하는걸 봤는데, 동시 시청자수가 몇천명도 안됐다. 한국 먹방러 동접자가 아마 수만명 정도 될 것이다. 과학을 상이나 돈으로 보상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유치한 시도인지는, 노벨상이 잘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