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단 한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 그의 블로그 <내 마음의 풍경>은 언제나 내 지척에 있었고, 가끔 흥미로운 포스팅이 올라오면 들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와의 인연은 한창 과학철학 책들을 즐겨 읽던 대학원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의 나는 그가 평생 몰두했던 분석철학과 논리경험론에 흥미를 잃은 상태다. 고백하자면, 한 때는 아마 내가 그보다 내가 더 분석철학에 매력을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가 지난 달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 한번 내가 캐나다로 떠나기전 그를 한국에서 만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의 제자였던 철학도 녀석이 밤새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이 어그러져버려 만나지 못했는데, 크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그와 나의 연결점은 책과 글 이상일 필요는 없었을테니 말이다. 그 철학도 녀석은 그 악연 덕분인지 내가 아는 최악의 인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집에서 먹이고 재우기까지 했었는데, 그런 배은망덕한 인간이 무슨 철학을 한다는건지, 철학이란 그런 인간들이나 하는 것인지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김영건과 내 이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니 그와의 오랜 인연이 모두 인터넷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 좋은 삶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