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에 <ChatGPT use shows that the grant-application system is broken ChatGPT 사용은 연구비 신청 시스템이 고장 났음을 보여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미국의 NIH R01 그랜트를 기준으로 20세기에 만들어진 연구비 신청 시스템은, 현대 과학자들이 연구와 교육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젠 이런 작업을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게 되었고, 바로 그 점이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는 대신 연구비를 쓰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의 결함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연구비 신청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내가 과학자로 실패한 이유도, 내 시간의 대부분을 영어로 된 연구비 신청에 할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연구비 신청 시스템은 정말 욕만 나오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생태계는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이 결함 투성이 시스템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쓴 글의 목록을 첨부한다. 그럴리 없겠지만, 언젠가 이 황당한 희비극의 종말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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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과학연구 그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기보다는, 영어로 작성해야만 하는 논문과 연구비 프로포절 등에서 조용한 혁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과학자들에게, 챗GPT와 같은 LLM형 인공지능은 더이상 영어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변화는 비가역적일 것이다. 여러 학술지들이 인공지능으로 쓰인 논문을 막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비영어권 보통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을 그런 방식으로 쓰기보다는, 영어로 된 문서 작성의 속도와 효율을 올리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연구비 프로포절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무의미함은 곧 스스로 결함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에게 연구보다 연구비 프로포절을 쓰는 시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었던 이 멍청한 시스템과 비영어권 연구자들에 대한 불공정이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문서 작성에서 인공지능을 금지하려는 거대학술지들과 영어권 과학자들의 섣부른 타령은 인종차별적이다. 그들은 그들이 영어가 모국어라는 이유로 얼마나 큰 이익을 얻어왔는지 알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그 거대한 불평등을 드러내고 있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