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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대통령 윤석열과 과학기술 수석 박상욱

길게 쓰고 싶지 않다. 2024년 연구개발비 4조 6천억원이 삭감되었고, 이미 연구개발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과학기술의 싹이 잘렸다는 데 있다. 윤석열은 이 문제를 과학기술수석실 설치로 무마하려는 것 같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학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진심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의 말이 진심인지는 그가 과학기술계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를 잠시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과학기술계의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소위 과학기술정책통들이 한국 과학기술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는건 오래전부터 내가 지적해온 일이다. 이들 소위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은, 대부분 학부에서 이공계 전공을 마치고 경제학이나 경영학 혹은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한 사람들이며, 대학이나 각종 연구소에 자리잡고 각종 연구보고서나 정책집을 만들어낸다. STEPI니 KISTEP이니 하는 곳의 문제에 대해선 내 칼럼 <과학의 1987>과 <과학의 자리>에서 자세히 비판했다.

그가 한국 초대 과학기술수석으로 임명한 사람은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다. 나는 박상욱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과학기술정책을 대해 왔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그는 아주 오래전 scieng라는 커뮤니티 시절부터 활동했던 논객이었고, 어느날 갑자기 서울대 교수가 되더니, 구태의연하고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과학기술정책을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그에 대해 비판한 글 한편은 브릭에 <서울대 이공계가 무너져도>라는 칼럼에 실려 있다. 그나저나 교수들이 저런 꼴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는게 내 소신이다.

얼마전 법인카드 사용과 아파트 구입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비서관은 조성경 명지대 교수다. 조성경의 정체성은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미디어 전문가다. 아주대에서 에너지공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명지대에서 방목기초교육대, 즉 교양과정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했다는건, 그에게 공학자로서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이런 사람을 과학기술비서관에 임명했고, 그는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지목한 윤석열에게 철저히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미옥이다. 포스텍 물리학 박사학위를 보유한 문미옥은 과학기술 현장 경험 없이 과학기술정책 및 공공기관을 떠돌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국회의원, 과학기술보좌관, 과기부 차관을 거쳐 이젠 과기정책연 임기까지 전부 마쳤다. 대단한 생존본능이다.

문미옥에 대해서는 내 더칼럼니스트 <다시는 무경험자가 과기정책을 좌우해선 안된다>라는 글로 대신한다.

과학기술수석실 설치는 내가 <과학의 자리>에서 주장했던 바이기도 하니 환영한다. 하지만 정치에선 인사가 만사다. 박상욱 교수는 과학기술계의 공적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일 것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그에게 과학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명령을 내렸다. 가장 보수적인 서울대에서 살아남은 교수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