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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의 영어 독점현상

논문에 최근 데이터들도 더하고 거기에 맞게 논문 그림들 수정하다보니, 보조그림의 캡션이 Z를 넘어서버렸다. 보통 과학논문 그림들은 A에서 시작해서 Z로 끝나는데, 그림 숫자가 26개를 넘어버렸다는 뜻. 그래서 일단 X’처럼 대쉬를 넣어서 마무리를 하긴 했는데, 실험실 학생이 중국어로 甲乙丙丁을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나도 왜 내 이름까지 영어로 논문에 표기해야 하는지 불만이고, 요즘 보니까 논문의 이름은 자신의 국가 언어로 넣는 학술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하니,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쉬이공 교수가, 이미 자신의 논문에서 이름을 중국어로 병기하고 있었다. 쉬이공 정도면 워낙 유명하니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은데, 한국 과학자 중에 PNAS 에디터 상대로 한글로 이름 병기해달라고 누가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게 제대로 된 국뽕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논문 그림이 너무 많아서 리뷰어들 머리가 폭발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저녁이다.

추신: 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하는 이유는, 저 데이터를 알아도 따라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따라해봤자 이미 논문이 나온 후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근자감 때문이다. 게다가 핵심 데이터도 아니다. 다만 우리 실험실에서 분석이 가능한 행동이 몇개나 되는지 세어보면 재미있을 듯. 과학자로 살면서 중요한 데이터를 숨기는 일이야 나에게도 익숙한 일인데, 이미 논문이 작성중이고, 프리프린트로도 거의 알려진 일까지 숨길 이유도 없고, 과학의 공공성에도 그닥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과학자들이 예술가들처럼 데이터에 저작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