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Woo Jae Kim (2014-)

편향에 맞서는 것이 과학이다

우리 인생은 온갖 편향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아무리 객관적인척 하는 과학자일지라도, 그게 아인슈타인이라 해도 인간은 누구나 확증편향을 비롯한 다양한 편향에 길들여져 있다. 듣자하니 한국의 제1인자라 불리는 영부인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주술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다. 그야말로 편향의 달인이라 하겠다.

오늘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실험실에서 제일 열심히 연구하는 학생이 있는데, 최근 들어 어쩌다가 인간암세포에 본인이 연구했던 펩타이드를 처리하는 실험을 하게됐다. 다른 실험실의 학생이 실험을 도맡아서 하게됐는데, 처음엔 엄청나게 강한 항암 효과가 보이는 듯 하더니, 두 번째, 세 번째 실험에선 결과가 재현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실험실 학생이 결과를 내야 겠다는 편향에 사로잡혀 첫 실험에서 뭔가 환각 효과 같은걸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지도 않은 효과를 만들려고 둘이서 뭔가를 이야기한 것 같아서, 불러다 말했다. 아무리 암연구가 유행한다고 해도, 우리가 연구한 물질이 굳이 인간 암세포까지 죽일 필요는 없다. 내 생각엔 그 반대가 맞다. 그리고 내 가설을 설명해줬다. 그제서야 이해가 간 모양인지, 얼굴에 안도감이 생긴다. 네이처 사이언스를 보면 죄다 줄기세포니 암세포니 치매니 하는 논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제 딴에는 자기 연구도 그런 대열에 끼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가, 재현되지 않는 실험에 실망이 가득했던 모양이다. 이해한다.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과학의 재현성 위기와 보통과학자의 송곳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2577

암연구 분야처럼 재현성 위기가 심각한 분야도 없다. 암치료에 획기적인 물질과 분자에 관한 특허는 물론이거니와 엄청난 연구비가 걸려 있다보니, 암연구 분야는 마치 카지노를 보는 느낌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기와 사기꾼이 넘쳐날 수 밖에. 그 친구를 격려하고 나서, 실험실 모두에게 한 마디 했다.

“나는 네이처에 논문 내는건 잘 못하지만, 네이처에 출판된 논문에서 조작된 데이터는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사람이니, 나를 속일 생각이랑 하지 마라”고.

자연은 수줍고, 중용과 인내심을 가진 이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은 성공한 듯 보이는 과학자들의 논문 대부분은 재현되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힘들어도, 진짜 과학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물론 실패를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연구는 멋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