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경과학은 뇌의 모든 신경원과 시냅스 연결을 지도화하려는 ‘커넥텀(Connectome)’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른바 거대과학(Big Science)의 시대를 맞이했다. 초파리의 뇌부터 쥐,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뇌에 이르기까지 뇌의 배선도를 파악하려는 이 야심 찬 목표는 대규모 자본과 최첨단 기술이 투입되며 신경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과 뇌 활동 데이터를 결합하여 일상생활 중의 인지 건강을 모니터링하려는 상업적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이러한 신경과학의 확장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커넥텀 중심의 폭발적인 양적 팽창은 신경과학이 직면한 근본적인 한계와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경계 연결망이 완성되면 곧바로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적 기대와 달리, 현재의 신경과학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이론적 중심을 잃고 파편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제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현대 신경과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진정한 통합 학문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1부: 커넥텀을 중심으로 본 현대 신경과학의 진단과 한계
1. 해부학적 배선도의 본질적 한계: “커넥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자현미경(EM)을 통해 얻어지는 뇌의 구조적 지도는 뇌 기능 이해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지만, 그 자체로 신경계의 복잡한 작동 방식을 설명할 수는 없다. 초파리(Drosophila) 뇌 연구 사례가 보여주듯, 현재의 커넥텀 데이터는 특정 시냅스에서 어떤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분비되는지, 수용체의 종류와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없다. 나아가 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의 반경이나 조합, 화학적 시냅스를 통하지 않고 신경을 직접 연결하는 간극 연접(gap junction)의 기능, 그리고 신호를 조절하고 절연하는 신경교세포(glia)의 복잡한 역할 등 생화학적, 생리학적 맥락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질병 규명에 직결될 것이라는 과장된 희망과 달리, 대규모 커넥텀 데이터가 질환의 민감성이나 발병 메커니즘에 관한 유의미한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다1.
2. ‘디지털 스핑크스’와 인공지능 모델링의 함정 구조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결합하여 커넥텀 구조를 생물학적 행동으로 매핑하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는 생물학적 현실성을 심각하게 왜곡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신경망 데이터(커넥텀)에 초파리의 생체역학적 신체를 결합한 ‘디지털 스핑크스(Digital sphinx)‘ 모델은 뇌가 초파리의 것이 아님에도 딥러닝 알고리즘의 최적화를 통해 실제 파리처럼 걷는 행동을 모사해냈다. 이는 단순히 어떤 무작위 신경망이든 적절한 인공지능 학습을 거치면 그럴듯한 신체 제어 패턴을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뉴런의 생물물리학적 특성이나 진화적 맥락이 결여된 맹목적 모델링은 생물학적 진리 대신 단순한 알고리즘의 최적화 결과를 도출하는 ‘허위(BS)’ 연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3. 파편화된 학문 생태계와 통일된 이론적 기둥의 부재 신경과학 분야가 팽창하면서 학문 내의 분절화(fragmentation) 현상 역시 심화되고 있다. 다수의 연구자가 현재의 신경과학은 각기 다른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는 소집단들로 단절되어 있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지식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가 불가능한 ‘사일로(silo)’ 상태라고 지적한다. 지난 25년간 발표된 50만 건의 신경과학 논문 초록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세포/분자 단위의 미시적 척도 연구와 인지/네트워크 단위의 거시적 척도 연구는 인식론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작동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방대한 연구 커뮤니티 중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이론(Theory)’만을 전담하는 클러스터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측 코딩(predictive coding)이나 베이즈 뇌(Bayesian brain)와 같은 이론적 틀은 경험적 연구를 장식하는 주변부에 머물 뿐이며, 신경과학은 압도적인 데이터의 양에 비해 그것을 꿰어줄 이론이 부재한 채로 표류하고 있다.
4. 자본에 종속된 거대과학의 구조적 취약성 커넥텀 규모의 거대과학은 막대한 연방 예산(Federal funding)에 철저히 의존하므로 정치적, 재정적 외부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쥐 뇌의 10 입방밀리미터(기존 대비 10배 볼륨) 영역을 매핑하려던 하버드 대학교 주도의 BRAIN Initiative 커넥텀 프로젝트 펀딩이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동결 조치로 갑작스럽게 전면 취소된 사태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특정 프로젝트의 중단에 그치지 않고, 오픈 소스 데이터를 활용하려던 관련 학계 전체의 위축을 초래하며 초기 경력 연구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불안정한 토대를 드러낸다.
제2부: 더 나은 신경과학을 위한 대안과 미래 발전 방향
신경과학이 파편화된 데이터의 나열을 넘어 진정으로 생명과 뇌를 온전히 해석하는 융합적 학문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적 대안이 필요하다.
1. 배선도를 넘어선 ‘다차원적 생물학 데이터의 완전한 통합’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해상도 해부학 데이터인 커넥텀에 생화학적, 세포 생리학적, 환경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RNA 시냅스 분석(RNA-seq) 및 다중 형광 분자 교잡법(FISH), 확장 현미경(Expansion microscopy) 기술 등을 적극 통합하여 각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발현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뇌를 뉴런만의 네트워크로 보는 신경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세포(glia)의 기능과 간극 연접의 세부 작용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또한, 제한된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 자연 생태계 속에서 동물이 실제로 어떻게 감각을 처리하고 전신 행동(whole-animal behavior)을 만들어내는지 근육과 공기역학 등 역학적 차원까지 융합하는 연구를 전개해야 한다.
2. 현상 관찰에서 ‘이론 신경과학(Theoretical Neuroscience)’ 중심으로의 궤도 수정 파편화된 신경과학 데이터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생물학적 기저 원리를 포괄하는 ‘통합 이론’ 구축에 전폭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기계학습이 보여주는 맹목적 최적화를 뛰어넘으려면, 점진적 뉴런 작동, 신경조절물질의 체적 전달(volume transmission), 뇌파 진동과 같은 국소장 전위(local field potential) 등 뇌의 실질적 특성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설명 가능한 고도화된 전산 모델(예: FlyBrainLab, NeuroMechFly 등)을 고안해야 한다. 나아가, 분자와 세포의 미시적 움직임이 어떻게 거시적 인지와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시공간을 아우르는 보편적 뇌 역학 이론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사일로(Silo)를 허무는 개방적 융합 연구 및 교육 체계의 혁신 학계 내부의 분절화를 타파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 구조를 획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박사 과정 교육은 특정 세부 전공에 매몰된 초전문성(hyper-specialization)을 지양하고, 세포 구조부터 행동, 인지까지 포괄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거시적 커리큘럼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실험학자와 이론학자, 분자생물학자와 시스템 신경과학자 간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학제간 통합 그랜트(multidisciplinary grants)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FlyWire 컨소시엄처럼 모든 연구 기법과 커넥텀 데이터를 오픈 소스로 전면 개방해, 소수의 거대 자본 랩이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폭넓은 과학적 검증과 공동 연구가 일어나는 문화를 안착시켜야 한다.
4. 펀딩 생태계의 다변화와 산업계 간의 건전한 상생 파트너십 확립 거대과학의 연방 정부 자금 의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경과학 커뮤니티는 연구 자금의 원천을 비영리 기관 및 국제 컨소시엄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뇌파 및 생체신호를 결합해 일상 인지 기능의 변화를 추적하는 Connectome 사의 사례처럼 신경 기술(neurotechnology)과 기초 신경과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산업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학계는 커넥텀 프로젝트가 며칠 만에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대중적 오해를 바로잡는 투명한 소통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응용 과학에 치우치기 쉬운 산업 자본 속에서도 인간 지성과 뇌 기능의 근원적 신비를 밝히는 기초 연구(Basic Science)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결론
현재 커넥텀을 위시한 신경과학은 전에 없던 초고해상도의 뇌 지도를 인류에게 쥐여주었지만, 지도는 뇌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강력한 도구일 뿐 그것 자체가 최종 해답일 수는 없다. 진정한 신경과학의 진보는 방대한 해부학적 배선도 위에 세포 생리학과 생화학이라는 맥락적 살을 붙이고, 인공지능의 허상을 넘어선 생물학적 기저 모델을 구축하며, 파편화된 지식들을 관통하는 거대 이론(Theory)을 수립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다차원적 통합과 협력을 통해 신경과학은 단편적 기술의 집합체를 넘어, 인류가 가장 갈망하는 대상인 ‘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위대한 통일 과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A critical look at connectomics. Nat Neurosci13, 1441 (2010). https://doi.org/10.1038/nn1210-1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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