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김우재 (2014-)

대학 순위라는 가짜 우상과 연구윤리의 붕괴: 학술용병, AI 환각, 그리고 논문공장이 지배하는 상업화된 지식 생태계의 민낯

1. 서론: 측정이라는 질병과 지식 생태계의 파국적 위기

현대 과학과 대학 사회는 오랫동안 객관성과 합리성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왔다.1 그러나 2026년 봄, 대한민국 과학계와 상아탑은 그 거룩한 신화가 얼마나 참혹한 기만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목격해야만 했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상위 명문 대학들이 세계 대학 평가 순위를 단기간에 조작하기 위해 이른바 ‘학술용병(Academic Mercenaries)’을 대거 동원한 정황이 만천하에 폭로된 것이다.2 국내 체류나 강의는커녕 연구 교류조차 전무한 해외 다작(多作) 학자들을 비전임 교수로 무더기 영입하고, 그들이 전 세계 어디에선가 써낸 논문에 한국 대학의 이름을 슬쩍 끼워 넣는 대가로 억대의 성과급을 쥐여준 이 기괴한 스캔들은 한국 학계의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냈다.2

하지만 이 참담한 사태를 개별 대학의 일탈이나 단순한 행정적 꼼수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영원히 놓치게 될 것이다.2 이것은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며 본연의 야성을 잃어버린 현대 지식 생태계가 앓고 있는 ‘측정이라는 질병’의 필연적인 귀결이다.5 관료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는 학문의 질(Quality)을 평가하는 수고를 포기한 채, 논문 편수와 피인용 수, 그리고 대학 랭킹이라는 건조하고 비합리적인 수치만을 숭배하는 ‘가짜 우상’의 시스템을 구축했다.2 그 맹목적인 숫자 게임의 룰 안에서 대학들은 학문을 키우는 대신 점수를 올리기로 결단했고, 결국 대학 스스로가 지식의 전당이 아닌 랭킹을 구매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2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타락한 평가지표를 지탱하는 글로벌 학문 생태계의 인프라 자체가 내부로부터 완전히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2 2026년 현재 전 세계 학계는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 참조문헌(Fabricated References)’의 기하급수적인 증식과,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조작된 데이터를 찍어내는 ‘논문공장(Paper Mill)’의 범람이라는 전대미문의 인식론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2 학술용병이 외부에서 지표를 팽창시키는 동안, AI 환각과 논문공장은 과학의 토대인 재현 가능성과 투명성을 밑바닥부터 파괴하고 있다.2

본 보고서는 지식 생태계의 심장을 파고든 이 세 가지 치명적인 질환—학술용병, AI 환각, 논문공장—의 실태를 해부한다.2 단순한 현상 나열을 넘어, 어떠한 구조적 모순이 거대 출판 카르텔의 지적 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는지, 임팩트 팩터(IF)라는 통계적 허구가 어떻게 관료주의와 결탁하여 과학자들을 노예로 전락시켰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이다.2 나아가 유지하면 카르텔이 공고해지고 없애면 학계 군벌이 득세하는 이 절망적인 딜레마 속에서, “어디에 실렸는가”가 아닌 “무엇을 발견했는가”를 묻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한다.2

2. 학술용병 카르텔: 지식의 주권을 팔아넘긴 랭킹 산업의 민낯

2.1. 연세대와 고려대의 합리적(?) 타락: 다중 소속 표기의 덫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나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순위 체계는 논문 수, 피인용 수, 외국인 교원 비율, 국제 공동 연구 실적 등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2 이 지표들은 측정이 편리하다는 것 외에는 대학의 실제 교육 수준이나 학문의 깊이를 담보하는 어떤 내재적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2 이 타락한 평가지표 체계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맹점은 바로 연구자의 ‘다중 소속 표기(Double/Multiple Affiliation)’를 무비판적으로 허용한다는 데 있다.2 한 명의 학자가 논문을 발표할 때 데이터베이스(Scopus 등)에 소속처를 두세 개 기재하면, 그 한 편의 논문과 피인용 실적은 병기된 모든 기관의 점수로 동시에 중복 산입된다.2

국내 명문 대학들은 바로 이 얄팍한 시스템의 허점을 가장 폭력적이고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악용했다.2 연세대학교는 이미 2017년부터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이라는 우수 교원 초청 사업을 빙자하여 학술용병 영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2 이 프로그램의 상징적 사례로, 중국 둥난대의 차오 진더(Chao Zinde) 교수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단 6년 만에 무려 496편의 논문을 연세대 객원 연구원 소속으로 쏟아냈으며, 이 논문들은 11,617회나 인용되는 기염을 토했다.2 1년에 여든 편, 일주일에 1.5편씩 논문을 찍어내는 이 초인적인 학자가 연세대의 캠퍼스에 머물며 한국 학생들과 호흡하거나 국내 연구진과 의미 있는 지적 교류를 나눈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2 그가 한 일은 오직 자신이 생산한 논문에 연세대의 이름을 달아준 것뿐이며, 대학은 그 대가로 논문 1편당 지급되는 두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2

고려대학교 역시 이 카르텔적 숫자 게임에 뒤처지지 않았다. 2023년부터 국제 연구 네트워크 ‘K-클럽(K-Club)’을 출범시키고, 국제 인용 지수 상위 연구자(HCR) 180여 명을 대거 특임·겸임 교수로 임용했다.2 2023년 한 해 고려대가 발표한 전체 논문의 무려 11.6%(1,011편)가 외부 학술용병이 쓴 논문이었으며, 다중 소속 논문의 비율은 31%에 달했다.9 이 노골적인 지표 매입의 결과, 고려대의 THE 순위는 2024년 200위권 밖에서 2026년 156위로 기형적인 수직 상승을 이뤄냈다.2

이러한 행태를 두고 ‘순위 조작은 아니지만 비윤리적’이라는 기괴한 수사가 등장하는 이유는 명백하다.2 대학은 랭킹이 오르고, 학술용병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며, 평가기관은 자신들의 지표가 글로벌 학문 동향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자위한다.2 현행 제도의 명시적 규칙을 깨지 않고 게임에서 이기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공생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2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 철저히 희생되는 것은 대학 본연의 가치인 교육의 내실과 연구의 진실성이다.9 영어 논문과 글로벌 랭킹에 매몰된 채, 실제 강의실의 붕괴는 방관하는 이 식민지적 부조리 앞에서 한국 대학은 스스로 지적 주권을 내팽개쳤다.9

2.2.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와 카르텔의 국제적 진화

놀랍게도 한국 대학들의 이러한 수법은 전혀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대학들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글로벌 학계를 농락했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11

2023년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El País)의 심층 보도를 통해 그 추악한 실체가 드러난 사우디의 학술용병 스캔들은 대학 랭킹 경쟁이 얼마나 거대한 국제적 산업으로 변질되었는지를 증명한다.11 사우디의 킹 압둘아지즈 대학교(King Abdulaziz University)와 킹 사우드 대학교(King Saud University) 등은 미국과 유럽의 저명한 고인용 연구자들에게 접근하여, 1년에 단 며칠 자국 대학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약 7만 유로(한화 약 1억 원)에 달하는 뇌물성 급여를 제안했다.11 그들이 학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 글로벌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신들의 ‘제1 소속(Primary Affiliation)’이나 ‘주요 소속’을 사우디 대학으로 변경하라는 것이었다.11 심지어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사우디 자국 교원을 공동 저자로 끼워 넣거나 논문 게재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되었다.11

이 비열한 오일머니의 마법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사우디 대학들을 세계대학학술랭킹(ARWU) 및 각종 지표의 최상위권으로 쏘아 올렸다.11

비교 지표사우디아라비아 학술용병 사태 (2010년대~2023년)한국 주요 대학 학술용병 논란 (2017년~2026년)
핵심 주체킹 압둘아지즈 대학교, 킹 사우드 대학교 등 11연세대학교(YFL), 고려대학교(K-클럽) 등 상위권 대학 2
작동 메커니즘고액 연봉(약 7만 유로) 지급 후 주 소속(Primary Affiliation) 변경 요구 11성과급 지급 후 다중 소속(Double Affiliation) 병기 유도 2
겨냥한 지표ARWU(상해교통대 랭킹), Clarivate HCR 명단 11QS 및 THE 세계대학평가, BK21 등 정부 재정 지원 지표 2
국제적 제재Clarivate, 부정행위자 1,000명 이상 HCR에서 영구 퇴출. 대학 순위 폭락 2QS 자체 조사 착수 예고, 한국 교육부 QS 상위권 10여 곳 실태 조사 진행 중 2

이 거대한 사기극은 결국 학계의 거센 반발을 낳았다. 상해교통대는 부정이 발각된 이후 다중 소속 반영을 중단했고, 명단 관리 업체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는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소속 부풀리기 정황이 명백한 연구자 1,000명 이상을 ‘고인용 연구자(HCR)’ 명단에서 영구 제명하는 전례 없는 숙청을 단행했다.2 스페인 코르도바 대학교의 화학자 라파엘 루케(Rafael Luque)는 풀타임 교원임에도 사우디 대학과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 이중으로 소속을 등록했다가 해고되는 등 국제적인 파면 사태가 잇따랐다.12

사우디아라비아의 몰락이라는 명백한 선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최고 지성들이 동일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었다는 점은 한국 학계의 뿌리 깊은 성과주의와 랭킹 강박을 증명한다.2 정부가 BK21과 같은 막대한 재정 지원 사업의 예산을 배분할 때 대학의 랭킹을 반영하고, 언론이 이를 스포츠 중계하듯 서열화하자마자, 구조적 난관(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에 처한 대학들은 기꺼이 지적 포주들의 놀이터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2 교육부가 뒤늦게 QS 상위 400위권 1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했으나, 겸임교원 소속 표기 방식을 제재할 법적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 조사가 대학 평가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이다.2

3. 환각에 빠진 인식론: 대형 언어 모델(LLM)과 가짜 참조문헌의 증식

학술용병이 외부에서 평가 지표를 부풀려 대학의 외형을 조작하는 동안, 학문 생태계의 가장 깊고 취약한 심장부에서는 지식의 토대 자체를 파괴하는 또 다른 재앙이 배양되고 있었다.2 생성형 인공지능(AI), 특히 대형 언어 모델(LLM)의 무분별한 도입이 만들어낸 ‘가짜 참조문헌(Fabricated References)’의 기하급수적인 증식이다.2 과학적 지식은 선대가 쌓아 올린 발견(참조) 위에 새로운 벽돌을 얹는 철저한 재현 가능성(Reproducibility)의 학문이다.2 그러나 AI의 환각(Hallucination)은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허구의 논문을 사실의 외양으로 둔갑시켜 문헌 생태계에 치명적인 독을 풀고 있다.2

3.1. 숫자가 증명하는 지식 생태계의 오염

2026년 5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학술지 《Lancet》에 실린 한 편의 서한(Letter)은 현대 과학이 직면한 인식론적 위기의 실체를 통계로 입증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2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간호대학 및 데이터 과학 연구소의 막심 토파즈(Maxim Topaz) 교수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자동화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여, 2023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PubMed Central의 오픈 액세스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250만 편의 바이오메디컬 논문과 1억 2,560만 개의 참조문헌을 전수 감사(Audit)했다.7

결과는 참담했다. 총 2,810편의 논문에서 어떤 과학 데이터베이스(PubMed, Crossref, OpenAlex 등)에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허구, 즉 ‘가짜 참조문헌’ 4,046개가 발견된 것이다.2

시기 / 연도PubMed 수록 논문 10,000편당 가짜 참조 수현상의 배경 및 특징
2023년 전체약 4개 수준 7인간 연구자의 단순 오기나 실수가 주를 이루던 안정적(Baseline) 단계
2024년 중반급격한 증가세 시작 7ChatGPT 등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작문 도구의 학계 대거 유입
2025년논문 458편당 1편꼴로 발견 9가짜 참조를 포함한 논문이 정식 피어 리뷰(Peer Review)를 통과하기 시작함
2026년 1월~2월약 57개로 폭증 (2023년 대비 12배 이상 급증) 2논문 277편당 1편(약 0.36%) 꼴로 허구 문헌 인용. 리뷰 논문의 오염도 심각 9

그래프의 기울기가 수직 상승하기 시작한 2024년 중반은 공교롭게도 생성형 AI 도구가 전 세계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작문 도구로 보급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7 AI는 단어와 토큰의 통계적 확률을 계산하여 그럴듯한 문맥을 직조해 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서지 정보의 무결성을 독립적인 개체로 다루는 능력은 없다.9 그 결과, 실재하는 저널 이름, 유명 저자의 이름, 그리고 그럴싸한 제목의 파편들을 무작위로 결합하여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논문을 창조해 내는 ‘환각’을 일으킨다.2 연구자들이 AI의 결과물을 직접 검증하는 수고를 방기하는 순간, 이 기계의 환각은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에 정식 지식으로 인쇄된다.2

3.2. 자가 복제하는 환각: 유령들의 기괴한 합창

이 현상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지는 구체적인 논문 게재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스프링어 네이처(Springer Nature)가 발행하는 유럽집중치료의학회의 공식 학술지 《Intensive Care Medicine》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의료센터 연구진이 작성한 750단어 분량의 짧은 편집자 서한(Letter to the editor)이 게재되었다.2 중환자실의 혈류 역학 모니터링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다룬 이 짧은 글에는 15개의 참조문헌이 달려 있었는데, 경악스럽게도 그중 10개가 검색조차 불가능한 완벽한 가짜 논문이었다.2

더욱 기괴한 것은, AI가 날조해 낸 참조문헌 중 하나(Reference 11)가 바로 이 글이 실린 《Intensive Care Medicine》 저널 자체에 발표된 가상의 논문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점이다.2 존재하지 않는 저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해당 저널에 발표했다고 스스로를 인용한 꼴이다.2 그나마 실존하는 5개의 참조조차 출판 연도, 저자 순서, 페이지 번호가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었다.9

해당 논문의 교신저자는 서지 목록을 생성할 때 PubMed ID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다 빚어진 “실수”라고 변명했다.9 저널 측은 편집장의 신뢰가 훼손되었다며 해당 서한을 철회(Retracted) 조치했지만, 이는 인간의 지적 게으름과 피어 리뷰(Peer Review) 시스템의 맹점, 그리고 AI의 환각이 결합했을 때 학문적 투명성이 얼마나 쉽게 능욕당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촌극이다.2 이 외에도 윤리학 저널에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를 다룬 논문이나, Retraction Watch의 공동 설립자가 썼다는 가상의 논문을 인용한 사례 등 학계 전반에서 유령 참조가 우후죽순처럼 발견되고 있다.9

3.3. 돌이킬 수 없는 오염과 후속 연구의 붕괴

가짜 참조문헌의 문제는 단순히 몇몇 연구자들의 나태함이나 부정직함이라는 도덕적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치명적인 위험은 이 허구의 정보가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고 학술 생태계의 혈관을 타고 증식한다는 데 있다.2 누군가 AI가 만든 환각 참조를 검증 없이 인용하고, 그것이 저널의 문턱을 넘게 되면, 그 허구의 문헌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버젓이 기록된다.2

이후 이 오염된 논문을 접한 후속 연구자들이 그 거짓 참조를 그대로 재인용(Secondary Citation)하게 되면, 존재하지 않았던 허위 지식이 실재하는 과학적 권위를 빌려 기하급수적으로 자가 복제를 시작한다.2 То파즈 교수가 엄중히 경고했듯, 의료 전문가들이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이나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때 이러한 허위 증거에 기반하게 된다면,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끔찍한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2

미래에 대형 언어 모델의 성능이 개선되어 환각 비율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이미 과거 문헌에 뿌리내린 4,000개가 넘는 가짜 참조의 잔해들은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 오염’으로 남게 된다.9 결국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재현 가능성에 대한 치명적인 파괴이며, 논문의 진위를 직접 읽고 확인하는 수고를 생략한 채 AI에 서지 관리를 외주 준 현대 학자들의 지적 타락이 불러온 대가다.2

4. 논문공장(Paper Mill)의 범람: 지적 포주와 자본이 낳은 돌연변이

AI의 환각이 개인 연구자들의 부주의가 낳은 치명적인 부작용이라면, ‘논문공장(Paper Mill)’은 조직적인 브로커와 거대 상업 출판 카르텔의 탐욕이 결탁하여 만들어낸 학문 생태계의 거시적 암세포다.2 이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왜곡하는 수준을 넘어, 허위 논문이라는 ‘상품’을 공장제 수공업처럼 찍어내며 전 세계 학술지를 약탈하고 있다.2

4.1. 철회 속도를 압도하는 거짓의 양산: 욕조에서 숟가락으로 물 빼기

2023년, 세계적인 출판 그룹 와일리(Wiley)의 자회사인 힌다위(Hindawi)는 충격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단 한 해 동안 자사 저널에서 무려 8,000편이 넘는 논문을 대량 철회(Retraction)한 것이다.2 이는 학술 출판 역사상 단일 연도에 모든 출판사에서 발생한 철회 건수를 합친 것보다도 방대한 규모였다.9 조사의 내막은 참담했다. 논문공장 조직들이 힌다위가 발행하는 ‘특별호(Special Issues)’의 객원 편집자(Guest Editor)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편집권을 장악한 뒤, 표절, 데이터 조작, 이미지 합성, 그리고 가짜 동료 심사(Fake Peer Review)를 동원하여 저질 논문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것이다.2

힌다위는 외부 전문가와 전산 도구를 총동원해 “새로운 철회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수백 명의 편집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지만, 사태의 여파로 당해에만 약 3,500만~4,000만 달러(약 500억 원)의 막대한 매출 손실을 입고 결국 힌다위라는 브랜드 자체를 역사의 뒤안길로 폐기해야만 했다.9 그러나 힌다위의 죽음은 논문공장의 위력을 과시하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2025년 최고 권위의 학술지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아마랄(Amaral) 교수 연구팀의 결과는 학계의 대응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숫자로 잔혹하게 증명한다.2

지표 (PNAS 2025 연구 기준)논문공장 및 학계 정화 속도 비교
논문공장 생산성 배가(Doubling) 속도1.5년마다 2배씩 폭발적 증가 8
학계의 논문 철회(Retraction) 배가 속도3.5년마다 2배 증가 8
적발 실패율조작 의심 논문의 약 75%가 영구적으로 철회되지 않음 8
학문 분야별 침투 규모전체 저널 제출물의 약 2~20%가 논문공장 유래로 추정 8

논문공장의 허위 논문 산출 속도는 학계가 이를 적발하여 철회하는 속도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빠르다.2 매년 수십만 편의 가짜 논문이 쏟아져 나오지만, 의심 논문의 75%는 학술지에 그대로 방치된 채 합법적인 지식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8 연구자들은 현재의 참담한 상황을 “넘쳐나는 욕조에서 숟가락으로 물을 빼는 것과 같다”며, 10년 이내에 매년 출판되는 연구의 절반 이상이 사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2

4.2. 지적 포주(Intellectual Pimp)와 악랄한 통행세 구조

논문공장이 이토록 기생충처럼 번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양분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오픈 액세스(OA)’의 숭고한 철학을 변질시킨 거대 상업 출판 카르텔(엘스비어, 스프링어, 네이처 등)의 상업적 탐욕에 있다.5 구독료 장벽을 허물어 지식을 공유하자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거대 출판사들은 독자에게 구독료를 받지 않는 대신 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자에게 천문학적인 ‘논문 게재료(APC)’를 뜯어내는 구조로 진화를 비틀어버렸다.5

현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등 이른바 최상위 ‘메가 저널(Mega Journal)’의 게재료는 1만 달러(약 1,300만 원)를 훌쩍 넘어 최대 2,400만 원에 육박한다.6 연구자들은 국가의 세금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동료 심사(Peer Review)라는 고된 노동을 무급으로 제공하지만, 정작 지식을 출판할 때는 이들 ‘지적 포주(Intellectual Pimp)’에게 악랄한 통행세를 강탈당해야 한다.1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논문을 많이 게재할수록 APC라는 막대한 현찰이 굴러들어온다. 따라서 논문공장이 찍어내는 수천 편의 조작된 논문들은, 출판사의 윤리 강령 앞에서는 골칫거리일지 몰라도 재무제표 앞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9 도로시 비숍(Dorothy Bishop) 교수가 지적했듯, 이 사태는 단순히 ‘출판 아니면 도태(Publish or Perish)’라는 학계의 압박 때문만이 아니라, 수익 증대를 위해 무리하게 논문 발행 수를 늘리려 했던 출판 카르텔의 상업적 탐욕이 낳은 합작품이다.9

이러한 기괴한 생태계 한복판에서, 순위 경쟁에만 혈안이 된 한국의 대학들이 자신들이 영입한 학술용병과 논문공장 브로커들이 쏟아내는 논문의 진위를 의심할 리 만무하다.2 숫자가 맞고 랭킹이 오르면 그만인 대학 행정가들에게, 학문적 진실성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다.2

5. 임팩트 팩터(IF)라는 가짜 우상과 행정 편의주의의 결탁

논문공장의 폭주, AI 환각의 범람, 그리고 학술용병의 득세. 각기 다른 곳에서 발현된 이 세 가지 파국적 현상의 기저를 파헤쳐 보면, 결국 단 하나의 썩은 뿌리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학문의 질(Quality)과 과학자의 가치를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IF)’나 ‘대학 랭킹’이라는 건조하고 비합리적인 수치로 치환해 버린 강박적 측정 시스템이다.2 이 기계적인 줄 세우기가 존재하는 한, 지식 생태계의 암세포들은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5

5.1. 세글렌의 30년 묵은 경고: 통계적 허구의 맹신

현재 과학자의 임용, 승진, 그리고 연구비 수주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군림하고 있는 임팩트 팩터(IF)는 본래 과학자를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가 아니다.5 1955년 유진 가필드(Eugene Garfield)가 이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 그 목적은 한정된 예산을 가진 도서관 사서들이 수많은 학술지 중 어떤 저널을 우선적으로 구독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한 ‘도서관 행정 편의 도구’에 불과했다.5 그러나 사서들의 장부 정리를 위해 태어난 이 얄팍한 숫자는, 어느새 과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신 앞의 성적표’이자 결코 거역할 수 없는 ‘가짜 우상’으로 변질되었다.5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은 이 우상의 근간이 되는 논리 자체가 철저한 통계적 허구라는 점이다. 이미 1997년, 페르 세글렌(Per O. Seglen)은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BMJ》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IF가 개별 논문의 질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이른바 ‘세글렌의 법칙(Seglen’s Law)’을 명백하게 입증했다.5

세글렌의 통계적 증명에 따르면, 학술지 논문의 피인용 횟수는 종형 곡선을 그리는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는다.5 대신 극단적으로 편향된 멱함수(Power Law) 분포를 따르는데, 특정 저널이 받는 전체 인용 횟수의 50% 이상은 그 저널에 실린 상위 15%의 극소수 우수 논문에 의해 견인된다.5 즉, 저널의 IF는 소수의 ‘스타 논문’이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기형적인 평균값일 뿐이다.5 따라서 상위 15%가 만들어낸 평균 점수를 가지고, 그 저널에 실린 나머지 85%의 평범한 논문들까지 “위대한 연구”라고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은 통계학적 무지이자 폭력이다.5 네이처(Nature)나 사이언스(Science) 같은 최상위 저널에 실렸다는 그 ‘장소(Where)’의 정보가, 그 논문이 지닌 내재적 가치와 진실성을 증명해 줄 수는 없다.5

5.2. 행정 편의주의: 읽고 사유하는 수고를 포기한 관료들

이토록 명백한 통계적 오류와 세글렌의 30년 묵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관료와 대학 행정가들은 왜 여전히 IF와 대학 랭킹이라는 수치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인가? 해답은 인간 본연의 지적 나태함과 관료주의의 고질적 병폐인 ‘행정 편의주의’에 있다.5

과학자의 연구가 인류의 지적 지평을 얼마나 넓혔는지, 그 텍스트 안에 담긴 학문적 사유의 깊이가 어떠한지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읽고 판단하는 수고’가 수반되어야 한다.2 해당 분야의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문의 본질적 내용을 비판적으로 소화해야 하며, 이는 막대한 시간과 지적 노동을 요구한다.2 그러나 관료와 평가자들에게 “이 논문의 내용이 진정 중요한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너무도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반면, “이 논문의 IF가 몇 점인가?”, “우리 대학의 QS 랭킹이 몇 위로 올랐는가?”라는 질문은 엑셀 표와 계산기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쾌적하다.2

행정 권력은 스스로 평가의 주체가 되는 전문성의 수고를 면제받기 위해, 학문에 대한 ‘질적 평가’를 건조한 ‘양적 측정’으로 대체해 버렸다.2 정부 기관이 BK21 예산을 배분할 때도, 대학이 새로운 교수를 임용하거나 정년을 심사할 때도, 그들은 과학자가 탐구한 진리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SCI급 논문을 몇 편 찍어냈고, 피인용 지수의 총합이 얼마인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2

이러한 무능하고 폭력적인 잣대가 지배하는 토양 위에서, 지적 호기심으로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던 ‘보통과학자’들은 거대 출판사의 하청업자이자 점수 따는 기계로 전락하게 된다.6 수치가 평가를 지배하는 생태계는 필연적으로 수치를 조작하는 변종들을 낳는다.2 학술용병에게 억대의 돈을 주고 허울뿐인 랭킹을 매입하는 대학, 검증의 수고를 회피하려 AI에 서지 작업을 외주 주어 가짜 참조를 양산하는 연구자,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논문공장의 위조 논문에 기꺼이 저널의 문을 열어주는 상업 출판사. 이 모든 기괴한 군상들은 결국 ‘측정과 숫자’라는 가짜 우상 앞에서 제각기 살길을 모색한 가장 합리적인 반응일 뿐이다.2

6. 패러다임의 전복: 카르텔과 군벌의 딜레마를 넘어 ‘내러티브’로

숫자에 매몰된 평가 지표가 학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면, 당장 IF와 대학 랭킹이라는 지표를 폐기해 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불행히도 현실의 권력 역학은 그토록 단순하고 순진하지 않다.5 지표의 폐기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구조적 악몽을 소환한다.5

6.1. 학계 군벌의 득세와 평가의 딜레마

만약 내일 아침 당장 논문 편수, IF, 피인용 수 등 모든 객관적(인 척하는) 수치화된 정량 평가 기준을 폐기하고 전면적인 정성 평가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보자.5 확고한 동료 심사(Peer Review)의 철학과 투명한 시스템이 뿌리내리지 않은 척박한 학계 토양에서 지표만이 증발한다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다름 아닌 ‘학계 군벌(Academic Warlords)’이다.5

여기서 지칭하는 ‘학계 군벌’이란 학계 원로들의 주관적 입맛, 학연과 지연, 그리고 특정 파벌 내부의 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작동하는 폐쇄적인 평가 기제를 의미한다.5 맹목적일지언정 최소한의 투명한 잣대 역할을 하던 숫자가 사라지면, 평가는 극도로 불투명하고 정치적인 밀실의 암투로 전락한다.5 권력을 쥔 ‘아는 사람’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학술적 비판이나 혁신적인 연구는 파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억압될 것이다.5

즉, 현대 과학계는 잔혹한 딜레마의 덫에 걸려 있다. 정량 지표(IF)를 유지하면 거대 상업 출판사와 논문공장의 ‘카르텔’이 지식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정량 지표를 무턱대고 없애면 학연과 연줄로 얽힌 ‘군벌’이 권력을 사유화한다.5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진퇴양난의 구도 속에서, 한국의 과학자들은 카르텔에 막대한 게재료를 바치거나 군벌에게 고개를 조아려야만 생존할 수 있는 노예적 처지로 전락했다.5

중국과학원(CAS)이 2026년 게재료 5,000달러 이상의 고비용 오픈 액세스 저널(Nature Communications 등) 34개와 120여 개의 부실 저널(Warning 저널)에 대해 연구비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폭력적이고 실용적인 선전포고를 단행했지만, 이조차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6 서구 카르텔을 향한 자금줄을 끊더라도, 연구자들의 취업과 승진을 결정짓는 잣대가 여전히 ‘최상위 저널 게재 여부(IF)’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다면, 연구자들은 자비를 털어서라도 그 가짜 우상에게 제물을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5 카르텔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단지 지불 경로만 우회하여 살아남을 뿐이다.5

6.2. 질문의 전환: “어디에” 실렸는가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로

이 지독한 카르텔과 군벌의 딜레마를 타파하고 지식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과학적 발견을 대하는 우리의 평가 철학을 근본적으로 전복시키는 것이다.5 관료주의의 편의성에 저항하며, 평가의 기준을 논문이 “어디에(Where)” 실렸는가라는 장소의 문제에서, 연구가 “무엇을(What)” 발견했는가라는 내용의 문제로 과감하게 전환해야만 한다.5

이러한 혁명적인 움직임은 이미 글로벌 학계의 깨어있는 지성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고 있다. 2012년에 발표된 ‘연구 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DORA)’은 그 신호탄이었다.5 DORA는 임팩트 팩터(IF)와 같은 학술지 기반 지표를 개별 연구자의 역량, 승진, 임용을 평가하는 척도로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전 세계 학계에 강력히 권고했다.5 논문이 실린 껍데기(저널)가 아니라 내용 그 자체의 과학적 가치로 평가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였다.5

나아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 평가 혁신 연합(CoARA)’은 DORA의 선언적 의미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현장에 강제하고 있다.5 CoARA가 주도하는 변화의 핵심은 ‘내러티브 CV(Narrative CV, 서술형 이력서)’의 전면 도입이다.5 내러티브 CV 체제 하에서 연구자는 자신의 이력서에 길고 화려한 논문 목록이나 IF 점수의 총합을 기계적으로 나열할 수 없다.5 대신, 자신과 동료들이 이룩한 학문적 발견이 인류의 지식 지평을 어떻게 확장시켰는지, 그 과학적 여정이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 기여를 했는지를 ‘이야기(Narrative)’의 형태로 직접 상세히 서술해야 한다.5

이 내러티브 평가 시스템의 위대한 점은, 평가의 대상인 연구자에게만 증명의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수행하는 주체(관료, 대학 행정가, 동료 학자)에게도 뼈를 깎는 ‘책임’을 강제한다는 데 있다.5 평가 위원들은 더 이상 엑셀 표의 수치만 보고 과학자의 줄을 세우는 직무 유기를 범할 수 없다.5 그들은 연구자가 써 내려간 지적 투쟁의 텍스트를 직접 읽고, 논리적 결함을 비판적으로 따져 물으며, 학문적 가치를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고된 ‘읽기의 수고’를 감내해야만 한다.5

평가자가 직접 눈으로 읽고 지성으로 검증하는 이 원시적이고 철저한 과정만이, 대형 언어 모델의 환각이 만들어낸 가짜 참조문헌이나 논문공장이 찍어낸 복제 논문을 솎아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2 이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경이나 지표의 수정이 아니다. 상업 출판 자본과 숫자의 폭력으로부터 과학자들의 ‘지적 주권(Intellectual Sovereignty)’을 되찾고, 실험실의 야성을 복원하기 위한 치열한 독립운동이다.5

7. 결론: 상아탑의 붕괴 앞에서 한국 과학계에 묻는다

2026년 봄, 강의실 없는 유령 교수의 논문으로 세계 순위를 끌어올린 연세대와 고려대의 학술용병 사태가 언론을 도배하자, 교육부는 그제야 뒤늦게 칼을 빼 들었다.2 QS 상위 400위권 국내 대학 10여 곳을 타깃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부정한 다중 소속 표기를 적발해 제재하겠다는 관료적 으름장이 연일 쏟아진다.2 클래리베이트 역시 1,000명의 부정행위자를 명단에서 지워버리며 방역에 나섰다.2

그러나 이러한 요란한 사후약방문이나 제도적 미봉책은 결단코 시스템의 타락을 멈출 수 없다.2 겸임교원의 임용 자격을 엄격히 법으로 규율하고 소속 표기 규정을 손본다 한들, “논문 편수와 랭킹 수치로 대학과 학자를 평가한다”는 그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거대한 카르텔은 교묘하게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어 또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로 진화할 것이다.2 정부 기관이 낡은 지표를 폐기한 자리에 행정 편의를 위한 새로운 ‘객관적(?) 수치’를 들이미는 순간, 대학들은 한 치의 반성도 없이 그 새로운 숫자를 향해 다시금 개 목걸이를 차고 맹목적인 달리기를 시작할 것이다.2

한국 과학계와 대학 사회는 이제 비겁한 변명을 멈추고 참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학의 재정 위기나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난관은 결코 도덕적 해이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2 네이처(Nature) 자매지에 논문 한 편 실렸다고 대학 본부가 나서서 요란하게 보도자료를 뿌려대고, 신임 교수 임용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컷오프 기준을 ‘SCI급 논문 편수’로 획일화하는 이 낡은 식민지적 지적 사대주의를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5

정권의 입맛에 따라 요동치는 R&D 예산 삭감이라는 정치적이고 외부적인 폭력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 내면화한 ‘숫자 평가’라는 내부의 폭력과 싸워야 한다.5 연구의 가치는 시장에 내다 팔릴 상업적 속도나 엑셀 표에 찍힌 건조한 점수에 있지 않다.5 학문은 편수나 점수라는 닫힌 감옥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두려움 없이 던지는 예리하고 개방적인 질문들을 통해 전진한다.2

그러므로 우리는, 이 척박하고 병든 지식 생태계 한복판에서 절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사회는 상아탑과 과학자를 진정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2

실질적인 연구 교류는 털끝만큼도 없이 유령처럼 소속만 병기한 채 억대 연봉을 챙겨가는 학술용병들이 기형적으로 부풀려놓은 공허한 ‘랭킹 스코어보드’인가, 아니면 진리의 최전선에서 고립과 실패의 두려움을 견디며 고통스럽게 씨름하는 보통과학자들이 실제로 빚어낸 묵직한 ‘지식의 텍스트’인가.2 대형 언어 모델의 환각이 기계적으로 조작해 낸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짜 참조문헌의 화려한 껍데기인가, 아니면 흠집투성이고 불완전할지언정 인간 연구자가 직접 읽고 사유하여 검증해 낸 투박하고 정직한 진실의 외침인가.2

그 대답을 바꿀 수 없다면, 내러티브를 잃어버리고 숫자에 지배당한 한국의 대학들은 영원히 상업 자본과 논문공장이 기생하는 지적 포주들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 것이다.6 수치화된 가짜 우상을 제단에서 끌어내리고 지식에 대한 읽고 사유하는 ‘평가의 책임’을 온전히 회복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순위라는 타락한 우상 앞에서 지식의 주권을 팔아넘기는 이 서글픈 제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2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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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강의실엔 없는 외국인 석학…연고대 ‘학술 용병’ 논란 – Daum, accessed May 11, 2026, https://v.daum.net/v/20260330055628830
  4. 고려대와 연세대, 논문 100편 쓰는 학술 용병 불러와 대학 순위 끌어올렸다: 슬로우레터 4월28일., accessed May 11, 2026, https://slownews.kr/158713
  5. 과학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더칼럼니스트, accessed May 11, 2026,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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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교육부, 국내 주요 대학 ‘학술용병’ 의혹 조사 착수 – 유교신문, accessed May 11, 2026, https://www.cfnews.kr/news/article.html?no=107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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