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 학술지. 중국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출판사와 웨스트레이크대가 생명과학 학술지 Vita를 만들었다. 오픈액세스이면서 저자에게 출판비(APC)를 받지 않는다.
- 가짜 학회. Nature는 저명 과학자를 동의 없이 회원으로 올리고 가상 학위를 파는 가짜 학술단체 네트워크를 고발했다. 30곳 넘는 대학이 그 ‘회원 선임’을 홍보했다.
- 초파리유전학자의 결론. 누가 학술지를 소유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좋은 연구의 증거로 인정하느냐다. 한국의 KCI가 배울 곳은 국가도 시장도 아닌, 초파리 방의 공유지다.
논문을 투고할 때마다 치르는 의식이 있다. 원고를 다듬고, 커버레터를 쓰고, 마지막으로 학술지 웹사이트에서 출판 비용 항목을 확인한다. 오픈액세스 학술지라면 그 숫자는 대개 연구실의 몇 달 치 소모품 값이다. 연구비에서 그 돈을 빼며 나는 매번 같은 질문을 한다. 이 돈은 누구에게 가는가. 필자 경험: 최근 APC를 낸 경험이나 중국 연구실의 출판비 처리 방식을 한두 문장 넣을 자리
지난주 Nature 뉴스에서 이 질문을 거꾸로 뒤집는 기사를 읽었다. 중국이 저자에게 한 푼도 받지 않는 생명과학 학술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이었다. 같은 주 Nature는 사설에서 가짜 학술단체의 실태를 고발했다. 한쪽은 국가가 돈을 대는 공짜 학술지, 다른 한쪽은 이력서 한 줄을 파는 시장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둘이 같은 질문에 대한 두 개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가치는 누가, 무엇으로 보증하는가.
공짜 학술지가 중국에서 왔다

Vita는 중국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출판사와 항저우의 웨스트레이크대가 함께 운영하는 생명과학 학술지다. 올해 7월 첫 인쇄본이 나왔다. 오픈액세스이고, 모든 저자의 APC를 면제한다. 읽는 사람도 돈을 내지 않고, 쓰는 사람도 돈을 내지 않는다. 비용은 국가와 대학이 댄다. 학술출판 쪽에서는 이런 모델을 흔히 ‘다이아몬드 오픈액세스’라고 부른다. 연구자에게는 이상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이 학술지가 태어난 배경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Vita는 중국이 2019년부터 추진해 온 ‘학술지 우수성 행동계획’의 일부다. 중국은 세계 과학 연구를 이끄는 나라가 되었지만, 그 연구 가운데 중국 소유 학술지에 실리는 몫은 작다. 중국 정부는 일부 영문 학술지에 5년 동안 해마다 최대 150만 위안을 지원한다. Nature 기사는 이 흐름을 중국이 무엇이 좋은 논문이고 좋은 연구인지를 자기 기준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로 읽었다.
나는 하얼빈에서 연구실을 운영하며 이 변화를 가까이서 본다. 필자 경험: 중국 동료들의 투고 전략이나 자국 학술지에 대한 인식 변화를 넣을 자리 서구 상업 출판사가 쥔 평가의 권력을 되찾겠다는 문제의식에는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가가 학술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국가가 좋은 과학의 문지기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판사의 시장 권력을 국가의 행정 권력으로 바꾸는 것이 과학자 공동체에게 해방인지는 아직 모른다. 기사도 지적하듯, 국제 투고가 몰려들 때 이 무료 모델이 언제까지 버틸지도 미지수다.
이력서 한 줄을 파는 시장

같은 주 Nature 사설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떤 학술단체 네트워크는 저명한 과학자를 본인 동의 없이 회원 명단에 올리고, 유럽과 미국의 학술원과 제휴한 것처럼 꾸몄다. 학술대회와 건물 사진은 디지털로 조작됐고, 가상 박사 과정과 박사후 과정이 팔렸다. 30곳이 넘는 대학이 소속 교수가 이 ‘학회’의 회원이 되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사설은 AI 도구가 이런 사기를 훨씬 그럴듯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웃을 수만은 없었다. 가짜 학회는 약탈적 학술지, 논문 공장, 가짜 학술대회와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그 뿌리는 과학자의 일을 이력서의 항목 수로 세는 평가 체계다. 회원, 편집위원, 펠로우 같은 칭호가 승진과 연구비의 점수로 바뀌는 한, 그 칭호를 파는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설이 경계와 경보 체계를 넘어 학계의 인센티브 구조를 다시 보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거의 매주 ‘세계적 학회 펠로우 선임’, ‘국제 학술지 편집위원 위촉’ 소식이 올라온다. 대부분은 진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소식이 왜 보도자료가 되어야 하는지, 그 보도자료가 누구의 평가표로 들어가는지를 묻는 사람은 드물다.
2,932개의 학술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난달 말 한국연구재단은 주요 학회 편집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생성형 AI 시대의 KCI 학술지 질 관리를 논의했다. 등재 학술지는 우수등재지 67종을 포함해 2,932종이다. 그 자리에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영향력, 특히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나는 ‘국제적 영향력’이라는 말이 걸린다. 한국 학술지가 국제적 영향력을 목표로 삼는 순간, 측정의 잣대는 다시 피인용지수와 임팩트팩터로 돌아간다. 그러면 KCI는 서구 상업 출판사가 만든 리그의 하위 리그가 될 뿐이다. 중국은 적어도 그 리그의 규칙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한국은 무엇을 하려는가.
KCI 학술지 대부분은 학회가 꾸려 온, 상업 출판의 이윤과는 거리가 먼 학술지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이미 꽤 큰 비영리 학술 공유지를 갖고 있다. 이 학술지들의 존재 이유를 영향력이 아니라 공유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한국어로 과학을 논의하는 공동체, 재현 실험과 부정적 결과와 방법론 노트가 실릴 수 있는 자리, 대학원생이 처음으로 동료 심사를 경험하는 자리 말이다.
초파리 방은 학술지보다 먼저 공유지를 만들었다

초파리유전학의 역사에는 이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이 있다. 1910년대 컬럼비아대의 작은 방에서 토머스 헌트 모건과 학생들은 돌연변이 파리를 찾고, 교배하고, 그 계통을 서로 나눴다. 그 전통은 캘빈 브리지스와 밀리슬라프 데메렉이 1930년대에 시작한 소식지 『초파리 정보 서비스(Drosophila Information Service)』로 이어졌다. 출판되지 않은 돌연변이 정보와 계통 목록, 실험 기법을 연구자들이 서로 나누는 자리였다. 초파리 연구자들은 논문으로 경쟁하기 전에 파리와 정보를 먼저 나눴다.
이 공유지를 지킨 것은 국가도 시장도 아니었다. 같은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규범이었다. 오늘날의 초파리 계통 센터와 FlyBase 같은 공동 데이터베이스는 그 규범이 제도로 자란 결과다. 누가 학술지를 소유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 공동체가 스스로 무엇을 좋은 연구의 증거로 인정하느냐다. 그 기준을 국가에 넘기면 Vita가 되고, 시장에 넘기면 가짜 학회가 번성한다.
KCI를 국제 리그의 하위 리그로 만들 것인지, 한국어로 된 과학의 공유지로 키울 것인지는 결국 우리가 연구자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문 수와 피인용지수 대신 공유한 데이터, 다른 연구자가 쓸 수 있게 만든 도구, 길러 낸 학생을 평가표에 올릴 수 있다면, 학술지는 다시 과학자의 것이 될 수 있다.
학술지는 원래 과학자들이 서로에게 쓰는 편지였다. 그 편지를 누가 배달하고 누가 우표값을 받느냐보다, 그 편지에 무엇을 쓰고 누구와 나누느냐가 더 중요하다. 초파리 방의 연구자들은 그 사실을 백 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보통 과학자
주의사항
- Vita 관련 사실: Nature 뉴스(2026.9.29)에 근거했다. 지원 규모(연 최대 150만 위안, 5년)와 2019년 행동계획은 기사 기준이다.
- 가짜 학회: Nature 사설(2026.9.30) 기준이다. 사설과 탐사 기사에 해당 단체가 나오지만 이 글에서는 이름을 적지 않았다.
- KCI 숫자: 헤럴드경제 보도(2026.10.1)의 2,932종, 우수등재지 67종을 따랐다.
- 게시 전 확인 권장: 『초파리 정보 서비스』의 창간 시기와 창간자, KCI 학술지 대부분이 학회 운영이라는 서술.
- 필자 경험 표시는 직접 채워 넣을 자리다.
출처
- Chinese-owned science journal created to rival the best. Nature News (2026.9.2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2759-z
- Beware sham scientific societies: the research community must be more vigilant. Nature Editorial (2026.9.3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3047-6
- AI가 바꾼 논문 생태계…3000개 KCI 학술지, “질적 혁신 강화해야”. 헤럴드경제 (2026.10.1).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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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und enamel pin: a Drosophila fruit fly with red eyes standing on an open book, deep navy background with small gold dots, a red ribbon banner at the bottom reading “누가 학술지를 소유하는가”. Style: glossy hard enamel pin, gold metal outlines, flat bright enamel colors, subtle shine highlight, product photo on a plain cream background, centered, no extra text.
공짜 학술지가 중국에서 왔다
A rounded-square teal enamel pin: a red journal titled “Vita” with a cream price tag hanging from it that reads “APC 0”. Style: glossy hard enamel pin, gold metal outlines, flat bright enamel colors, subtle shine highlight, product photo on a plain cream background, centered, no extra text.
이력서 한 줄을 파는 시장
A gold medal enamel pin on a blue-red ribbon, with a black bandit eye-mask across the medal and the word “FELLOW?” below it. Style: glossy hard enamel pin, gold metal outlines, flat bright enamel colors, subtle shine highlight, product photo on a plain cream background, centered, no extra text.
2,932개의 학술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A shield-shaped mustard enamel pin: a stack of three colorful journals labelled “KCI” being measured by a cream ruler marked “IF”. Style: glossy hard enamel pin, gold metal outlines, flat bright enamel colors, subtle shine highlight, product photo on a plain cream background, centered, no extra text.
초파리 방은 학술지보다 먼저 공유지를 만들었다
An oval green enamel pin: a glass fly vial with a cotton plug, yellow food at the bottom and two tiny fruit flies inside, next to a cream envelope sealed with a red heart wax seal; the word “SHARE” in gold. Style: glossy hard enamel pin, gold metal outlines, flat bright enamel colors, subtle shine highlight, product photo on a plain cream background, centered, no extra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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