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김우재 (2014-), 발췌록

20세기 중국에서의 과현科玄논쟁 혹은 과학-현학 논쟁

스노우의 두 문화 논쟁이 서양의 지적 전통의 극분화 과정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세력갈등을 다룬다면, 중국 지식인들이 1920년대 초 ‘과학 대 현학 논쟁’으로 보여준 것은, 동아시아에서 과학이 문화로 정착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논쟁조차 비껴간 학문적으로 척박한 땅이다. ‘과현논쟁’에 대한 국내 문헌들과 대략의 개요를 기술해 놓는다.

20세기 초 중국인들은 과학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5 . 4 신문화운동을 시점으로 서양문화의 상징인 과학과 민주제도를 배우려는 열망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때의 시대정신은 바로 과학과 민주, 특히 과학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학만능주의’가 중국을 휩쓸었다. 신문화운동 시기 진독수는 신청년에 발 표한 글에서 과학을 ‘賽先生’(賽의 중국 발음은 ‘사이’이며, 이는 science의 첫 부분의 발음이다)이라고까지 의인화시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적은 당시 성행하던 과학주의의 모습을, “최근 30년 이래로 하나의 명사가 국내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 랐다. 이해를 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혹은 수구파든 유신파이든, 어느 누구도 감히 공개적으로 경 시하거나 조롱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이다”라고 묘사하고 있다.2) 신문화운동 시기 과학은 ‘無上 尊嚴’의 지위를 얻었고, 과학의 숭상은 시대의 분위기가 되었으며 아무도 공개적으로 과학을 비판하지 못하 는 말 그대로 ‘과학만능’의 시기였다.

1923년 2월 독일에서 귀국한 장군매는 「인생관」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든 인생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 내용이 청화주간에 발표되자, 지질학자 정문강이 노력주보에 「현학과 과학」이라는 글을 써서, 장군매의 몸에 “현학이라는 귀신이 붙었다”고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에 장군매가 정문강의 견해를 재반박하면서 학술논쟁으로 번졌다. 이를 가리켜 ‘과학과 현학’ 혹은 ‘과학 과 인생관’의 논쟁이라 한다.

과현논쟁은 과학적 인생관이 잘못인가? 과학이 인생관을 지배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초점이 모아졌다. 과학파는 과학적 방법, 태도, 정신을 신앙으로 삼아 그것으로 심신, 사회,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현학파는 개인의 자유, 의지의 자유, 개성의 독립을 강조하였지만 그 중요성 과 절박성이 전자에 비교해 보면 훨씬 뒤떨어져 과학파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그 논쟁의 초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이 논쟁에 대해 연구자들은 논쟁의배경, 내용 및 그 역사적 의의 등을 규명하려 하였다. 대부분의 연구는 이 논쟁이 가치와 실천, 과학주의와 인문주의, 이성주의와 반이성주의, 서양문화와 동양문화, 전통과 현대의 논쟁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로 중국적 특색을 갖춘 마르크스주의 이론, 즉 모 택동 사상을 탄생시켰다거나, 유가철학의 기본 입장을 새롭게 긍정한 현대신유학의 출발점이라고 그 의의 를 부여하기도 한다. 김창규. 2012. “논문 (論文): 1920 년대 (年代) 중국 (中國) 에서 과학주의 비판.” 중국사연구 78(단일호): 129–60.


김창규. 2012. “논문 (論文): 1920 년대 (年代) 중국 (中國) 에서 과학주의 비판.” 중국사연구 78(단일호): 129–60.
신승하. 1996. “논문 : 1920 년대 초 과학과 현학의 논전.” 9(0): 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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