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의 두 문화 논쟁이 서양의 지적 전통의 극분화 과정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세력갈등을 다룬다면, 중국 지식인들이 1920년대 초 ‘과학 대 현학 논쟁’으로 보여준 것은, 동아시아에서 과학이 문화로 정착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논쟁조차 비껴간 학문적으로 척박한 땅이다. ‘과현논쟁’에 대한 국내 문헌들과 대략의 개요를 기술해 놓는다.
20세기 초 중국인들은 과학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5 . 4 신문화운동을 시점으로 서양문화의 상징인 과학과 민주제도를 배우려는 열망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때의 시대정신은 바로 과학과 민주, 특히 과학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학만능주의’가 중국을 휩쓸었다. 신문화운동 시기 진독수는 신청년에 발 표한 글에서 과학을 ‘賽先生’(賽의 중국 발음은 ‘사이’이며, 이는 science의 첫 부분의 발음이다)이라고까지 의인화시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적은 당시 성행하던 과학주의의 모습을, “최근 30년 이래로 하나의 명사가 국내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 랐다. 이해를 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혹은 수구파든 유신파이든, 어느 누구도 감히 공개적으로 경 시하거나 조롱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이다”라고 묘사하고 있다.2) 신문화운동 시기 과학은 ‘無上 尊嚴’의 지위를 얻었고, 과학의 숭상은 시대의 분위기가 되었으며 아무도 공개적으로 과학을 비판하지 못하 는 말 그대로 ‘과학만능’의 시기였다.
1923년 2월 독일에서 귀국한 장군매는 「인생관」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든 인생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 내용이 청화주간에 발표되자, 지질학자 정문강이 노력주보에 「현학과 과학」이라는 글을 써서, 장군매의 몸에 “현학이라는 귀신이 붙었다”고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에 장군매가 정문강의 견해를 재반박하면서 학술논쟁으로 번졌다. 이를 가리켜 ‘과학과 현학’ 혹은 ‘과학 과 인생관’의 논쟁이라 한다.
과현논쟁은 과학적 인생관이 잘못인가? 과학이 인생관을 지배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초점이 모아졌다. 과학파는 과학적 방법, 태도, 정신을 신앙으로 삼아 그것으로 심신, 사회,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현학파는 개인의 자유, 의지의 자유, 개성의 독립을 강조하였지만 그 중요성 과 절박성이 전자에 비교해 보면 훨씬 뒤떨어져 과학파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그 논쟁의 초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이 논쟁에 대해 연구자들은 논쟁의배경, 내용 및 그 역사적 의의 등을 규명하려 하였다. 대부분의 연구는 이 논쟁이 가치와 실천, 과학주의와 인문주의, 이성주의와 반이성주의, 서양문화와 동양문화, 전통과 현대의 논쟁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로 중국적 특색을 갖춘 마르크스주의 이론, 즉 모 택동 사상을 탄생시켰다거나, 유가철학의 기본 입장을 새롭게 긍정한 현대신유학의 출발점이라고 그 의의 를 부여하기도 한다. 김창규. 2012. “논문 (論文): 1920 년대 (年代) 중국 (中國) 에서 과학주의 비판.” 중국사연구 78(단일호): 129–60.
김창규. 2012. “논문 (論文): 1920 년대 (年代) 중국 (中國) 에서 과학주의 비판.” 중국사연구 78(단일호): 1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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