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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통합이론 The unified theory of sleep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분자기제의 발견으로 2017년 초파리 행동유전학자 3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물론 양자역학이니 의식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니 하는 데에만 관심이 많은 국내 대중매체가 이런 문제를 다루었을리 없다. 한국의 대중매체는 거대담론 투성이다. 과학의 거대담론 대부분은 조금만 지나도 거짓말 혹은 사이비가 된다.

내 책 <플라이룸>에는 원래 이 노벨생리의학상이 이 세 사람이 아니라 시모어 벤저와 코노프카에게 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의 ‘코노프카의 시계’라는 장을 마무리하면서 코노프카 가족에게서 코노프카의 발표되지 않은 사진도 따로 받아 실었던건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가 일주기리듬을 조절하는 단일유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또한 그가 피리어드 period라는 유전자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일주기리듬에 관한 유전학적 연구는 시작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초파리에서 밝혀진 이 유전자는 생쥐와 인간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여러 중요한 발견들이 초파리와 인간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한다고 알려졌지만, 아마 이 일주기리듬 유전자들처럼 과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강력한 충격을 준 사례는 드물 것이다. 초파리 연구가 인간 의생명과학에 기여한 역사에 대해서라면, 휴고 벨렌 Hugo Bellen의 다음 논문을 추천한다.

Bellen, H. J., Tong, C., & Tsuda, H. (2010). 100 years of Drosophila research and its impact on vertebrate neuroscience: a history lesson for the future. Nature Reviews Neuroscience11(7), 514-522.

생체시계 연구가 일종의 통합이론을 구축하던 무렵, 꽤 많은 수의 수면에 관한 연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수면의 유전학 연구는 생쥐를 넘어 초파리와 예쁜꼬마선충 등에서 유행이 되었다.

엊그제 이메일을 살피는데 특이한 제목의 논문이 보인다. ‘수면의 통합이론’을 주제목으로 다룬 이 논문의 전체 타이틀은 다음과 같다.

Adams, G. J., & O’Brien, P. A. (2023). The unified theory of sleep: Eukaryotes endosymbiotic relationship with mitochondria and REM the push-back response for awakening. Neurobiology of sleep and circadian rhythms15, 100100.

논문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초록을 읽으면 저자들이 주장하는게 어떤 내용인지 대충 알 수 있다. 보통 신경계의 진화와 수면의 진화가 연관되어 있다는게 정설이고, 수면은 신경계의 휴식과 재정비를 필요하다는게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수면의 필요성에 대한 과학적 이론이다. 하지만 이 저자들은 진핵생물이 원핵생물과 공생을 시작하면서 수면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여러가지 근거를 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하게 되면서 부산물로 수면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통합 이론에 따르면 수면은 진핵 동물에서 장내 세균과의 관계에서 발전한 과정입니다. 진화 과정에서 박테리아는 수면 패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대의 미토콘드리아로 진화했으며, 예를 들어 월바키아 박테리아는 초파리 및 다른 많은 곤충 종과 내생균 관계를 맺고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켜 수면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은 인간과 소에게 주간 졸음과 야간 불면증을 유발하는 트리파노소마 브루세이와 같은 다른 숙주-기생충 관계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모노세르코모노이드와 같은 진핵생물의 경우 수면을 취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신경전달물질인 감마 아미노부티르산(GABA)과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전구체인 오르니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전구체인 3,4디하이드록시 페닐알라닌(DOPA) 등의 물질을 생산합니다: 이러한 물질은 드로소필리아나 히드라 같은 동물의 수면/각성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핵생물 동물은 미토콘드리아가 유산소 호흡을 제공한다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과 잠을 자야 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교환해 왔습니다. NREM(얕은 수면)은 내생충이 숙주인 진핵생물에게 부과한 과정이며, REM(활동성 수면)은 뇌를 가진 진핵생물이 각성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밀어붙이는 적응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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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대충 찾아보니 2014년에도 비슷하게 에너지와 각성 상태를 수면에 유추한 통합이론 논문이 또 있다.

Schmidt, M. H. (2014). The energy allocation function of sleep: a unifying theory of sleep, torpor, and continuous wakefulnes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47, 122-153.

굳이 생물학은 물리학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 그럴 듯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실험생물학자 대부분은 이런 통합이론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나에게 한 마디 논평을 하라고 한다면,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고 쓰겠다. 너무 심한 논평인가?

추신: 그나저나 임윤찬과 허준이가 소설과 시를 많이 읽어서 창의적이라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하려면, 좀 더 진지하게 여러 연구를 분석해야 하는것 아닌가? 이러니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말이 부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되는 것 아닌가 싶다. 소설책 많이 읽고 한번 창의적인 과학연구들 좀 해줬으면 좋겠다. 소설가들은 왜 그렇게 창의적인데 과학연구를 안할까? 과학사회학 같은 적당히 쉬운 소설 같은 연구 말고, 과학연구논문을 쓸 수 있는 소설가는 왜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까? 아마 과학이 소설보다 더 많은 훈련과 인내와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두 문화>를 쓴 물리학자 C.P 스노우는 말년에 소설을 쓰긴 했다. 망했지만 말이다. 말년에 정말 멋진 과학연구논문 한 편 쓰는 소설가를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가능할리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