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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뇌

신경과학자들의 편향이라면 자신들이 연구하는 행동과 표현형 대부분을 뇌와 뉴런의 작용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생쥐 신경생물학자 대부분은 쥐의 뇌 부위를 열심히 지도화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고, 또 그런 연구방식이 잘 작동하고 논문출판도 어렵지 않으니 그런 방향으로 경도되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일게다.

Wachsmuth, H.R., Weninger, S.N. & Duca, F.A. Role of the gut–brain axis in energy and glucose metabolism. Exp Mol Med 54, 377–392 (2022). https://doi.org/10.1038/s12276-021-00677-w

미국에서 인간의 장내미생물을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제안한 이후로, 신경생물학자들 중 상당수가 뇌장축 gut-brain axis 연구로 전향했다. 뇌장축 연구란 결국 뇌의 장이 서로 뉴런의 연결과 신경호르몬 및 내분비물질 등으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인간생리학의 오래된 현상을 생물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장은 제2의 뇌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최근 뇌장축 연구는 장에 수많은 뉴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우리와 함께 공생하지만 그동안 생물학자들이 철저히 무시해왔던 장내미생물 microbiome을 연구주제로 끌어들였다는데 있다.

80년대에 게놈 Genome이라는 말과 유전체학이 유행했고, 90년대에 microRNA라는 꼬마RNA가 유행했고, 2000년대에 오바마 정부의 브레인 커넥텀이 유행했다면, 2010년대 들어서 생물학은 가히 장내미생물의 시대라 부를 정도로 모두가 장내미생물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런 유행을 누가 이끌어가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사실상 20세기의 생물학 유행은 2차세계대전 이후 바네바 부시의 <과학 끝없는 개척자> 이후 NIH와 NSF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별 역할은 없었지만, 바네바 부시는 영화 <오펜하이머>에도 잠깐 등장한다. 부시에 대해서는 내 글들을 읽으면 된다.

여하튼, 그 덕분에 요즘 초파리 행동유전학 연구도 뇌에서 벗어나 여러 장기가 뇌와 상호작용하는 주제로 옮겨가는 중이다. 어쩌다보니 실험실의 큰 프로젝트에 관련된 유전자가 신경세포 외에도 여러 장기에서 발현하는 바람에, 열심히 다른 장기들 공부를 하고 있다. 오늘은 하루종일 초파리 장을 들여다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