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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활동의 유전학

최근들어 초파리의 행동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교미시간 분석을 자동화한 지는 꽤 오래되어서 이제 아주 잘 작동중이고, 얼마전엔 초파리 수면행동 분석을 위해 저장대학교에 학생 세 명을 보내 배우고 왔다. 2014년에 자넬리아 컨퍼런스에서 본 행동분석 스케일 때문에 이 바닥을 떠날까 생각했었는데1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초파리 행동이 신경회로 수준에서 다 분석되었다는 말이 없다. 그리고 자넬리아 연구소에서 출판했던 그 논문의 도구를 사용하는 연구를 본 적도 없다.

Robie, A. A., Hirokawa, J., Edwards, A. W., Umayam, L. A., Lee, A., Phillips, M. L., … & Branson, K. (2017). Mapping the neural substrates of behavior. Cell170(2), 393-406.

교미시간 말고 초파리의 다른 행동을 일종의 대조군으로 사용하려는 생각에, 초파리를 한 마리씩 조그만 방에 넣고, 한 시간 정도 비디오를 찍어 최대한 많은 행동지표를 뽑아내려는 셋업을 지난 몇 달간 만들어왔다. 이젠 거의 다 되어서, 한번의 실험으로 꽤 많은 행동지표를 뽑아낸다. 예를 들어, 초파리가 움직인 거리, 속도, 방의 얼마만큼을 돌아다녔는지, 멈춘 횟수, 회전 횟수 등등이다.

대충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우리가 만든 챔버가 좀 더 사용하기 편하다. Boutros, C. L., Miner, L. E., Mazor, O., Zhang, S. X. Measuring and Altering Mating Drive in Male Drosophila melanogaster. J. Vis. Exp. (120), e55291, doi:10.3791/55291 (2017).

몇 주전부터 랩디자이너와 함께 초파리가 45도 이상 머리를 틀어 방향을 바꾸는 로테이션 Rotation behavior를 한번 측정해보자고 이야기하고 나서, 이제 그걸 시각화하는데까지 성공을 해서, 데이터가 꽤 예쁘게 뽑혔다.

파란색이 수컷 초파리, 노란색이 암컷 처녀 초파리, 빨간색이 암컷 교미후 초파리인데, 처음 2-3분 동안은 암컷 수컷 상관 없이 방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관찰하느라 회전수가 비슷하지만, 5분 이후부터는 수컷과 교미후 암컷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수컷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회전을 하고, 암컷은 거의 회전하지 않는다. 이걸 멈춤횟수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해진다. 멈춤횟수는 별 차이가 없이 일정하다.

이 행동의 차이를 보고 나니, UCSF Jan lab에 처음 합류했을때 사회성 행동 연구를 하고 싶어 한참 공부했던 foraging 이라는 유전자가 생각났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 애벌레를 rover와 sitter로 구분하는데, 이 유전자가 cGMP 관련된 인산화효소라는게 알려지면서, 초파리 행동유전학계에서 꽤나 화제가 됐었다.

이 유전자는 곤충계에 거의 다 보존되어 있는데, 특히 꿀벌에서는 계급분화와 큰 관련이 있다. 꿀벌이 어린일벌일 때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여왕벌과 애벌레를 돌보다가, 나이가 들면 집 밖으로 나가 꿀과 화분 채취를 시작하는데, forageing 유전자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이 foraging 유전자 관련된 연구는 진화유전학자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데, 캐나다에 있을때 한 두번 이야기를 나뒀던 토론토 대학의 마리아 소콜로프스키 Maria Sokolowski 교수가 이 유전자로 논문을 많이 냈고 최근에도 활발하게 연구중인 걸로 안다. 마리아가 쓴 이 종설 논문이 foraging 유전자와 그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화유전학적 관점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된다. Anreiter, I., & Sokolowski, M. B. (2019). The foraging gene and its behavioral effects: Pleiotropy and plasticity. Annual review of genetics53, 373-392.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를때, 마리아에게 이메일을 써서 sitter와 rover 돌연변이를 받아 이 실험 저 실험 몇 달을 했었는데, 이 유전자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게 발현하고 표현형이 그다지 정밀하게 나오지 않아서 관두었던 기억이 난다. 데이터는 그대로 다 가지고 있으니, 학부생들에게 이 새로운 표현형을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봐두었다.

그나저나 방랑자 rover 돌연변이라니, 뭔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사 NSAS의 화성탐사 로봇 이름도 rover인가 보다.
  1. 그 이야기가 내 책 <플라이룸>의 첫 장에 쓰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