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주학회에서 일본의 젊은 초파리 행동유전학자 류스케 니와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년에 도쿄에서 열리는 APDNC3에서 만나 공동연구를 기획하기로 했다. 초파리 행동유전학에서 아주 중요한 성결정 메커니즘 연구에는 일본의 다이스케 야마모토라는 기라성 같은 연구자가 있는데, 류스케를 보니 일본의 초파리 행동유전학 연구는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1.
Ryusuke Niwa, Makoto Sato & Tatsushi Igaki (2023) Editorial note: flying high in Japan, Fly, 17:1, DOI: 10.1080/19336934.2023.2173997
니와가 이번에 호주에서 발표한 주제가 흥미로웠는데, 교미후의 암컷 초파리가 과당을 섭취하면 그 과당이 암컷 난소의 줄기세포 분열을 유도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설탕 종류는 안되고, 오직 과당만이 이런 효과를 낸다는게 논문의 핵심이었는데, 초파리 암컷은 교미후 산란을 위해 과일 섭취를 늘려야 하고 자연선택은 바로 이 과정을 이용해 줄기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기제를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초파리 행동연구를 줄기세포 연구와 엮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든게 놀라웠다.
Hoshino, R., Sano, H., Yoshinari, Y., Nishimura, T., & Niwa, R. (2023). Circulating fructose regulates a germline stem cell increase via gustatory receptor–mediated gut hormone secretion in mated Drosophila. Science Advances, 9(8), eadd5551. DOI:10.1126/sciadv.add5551
우리가 다루는 행동은 수컷의 교미시간이라, 혹시 우리도 비슷한 연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줄기세포 관련된 초파리 라인들과 항체 등을 모으고 있고, 박사과정에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프로젝트를 주었다. 그 덕에 요즘 초파리 수컷의 정자전쟁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데, 마리아 울프너라는 기라성 같은 연구자를 비롯해서 진화생물학과 행동유전학의 경계에서 오랫동연 연구해온 그들의 논문이 놓치고 있던 사실을 꽤나 발견할 수 있었다.
초파리 수컷의 정자생성과정은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상당히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마리아 울프너를 비롯한 수많은 초파리 진화생물학/행동유전학자들의 덕이다2.
그나저나 울프너 랩 페이지를 보니, 이 분 정말 행동하는 초파리 유전학자다3. 스티븐 제이 굴드의 친구였던 초파리 진화유전학자 리처드 르원틴의 간지가 풍긴다. 르원틴이 2021년에 사망했는데 모르고 있었다. 좋은 삶이었기를.
- 일본은 이마니시 긴지가 구축한 영장류 연구에서부터 모투 기무라의 중립진화설까지, 이미 지난 두 세기 동안 생물학의 전반, 특히 진화생물학을 비롯한 기초연구분야를 섭렵하고 있었다. 한국은 일본 생물학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세였던게 불과 이십여년 전 이야기다. 지금이야 한국 생물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내 글들을 읽어볼 것. 이마니시 긴지와 기무라: 일본의 과학과 서구의 과학 ↩︎
- 여기서 최근에 발표된 스페셜 이슈를 읽을 수 있다. ↩︎
- CV를 찾아보니, 다이스케와 함께 fruitless 와 doublesex 를 연구했던 기라성 중 한 명인 브루스 베이커에게서 사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