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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성체 신경줄기세포의 존재론

초파리는 알에서 애벌레까지 약 10일을 살고, 성충이 되면 약 60일 정도를 살고 죽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삶이다.

자연선택은 무정하다. 지난 수백만년 동안 홍적세의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던 인류는, 불과 몇천년도 되지 않은 문명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생물학자들이 연구하는 암, 치매 등의 노화와 관련된 질병은 원래 인간에게 위험한 질병이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은 그런 질병이 생기기도 전에 죽었을 테니까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비만도 원래 원시인류에겐 존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프리카에서 먹을게 풍부할리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여하튼 이런 이야기가 보통 진화의학이라는 분야가 다루는 내용이다.

다시 초파리의 생애주기로 돌아가서 줄기세포의 역할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보자. 인간은 60년이 넘게 사는 동물이고 하루에도 엄청난 숫자의 적혈구와 위장세포 등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성체줄기세포가 있다. 또한 인간 성체의 뇌에도 신경줄기세포가 있고 노화에 따라 그 숫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선택은 인간이라는 종에게 성체 신경줄기세포를 허락했다. 물론 이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안다. 특히 인간의 해마에서 줄기세포 분열이 일어나느냐는 문제는 여러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

Kempermann, G., Gage, F. H., Aigner, L., Song, H., Curtis, M. A., Thuret, S., … & Frisén, J. (2018). Human adult neurogenesis: evidence and remaining questions. Cell stem cell23(1), 25-30.

그러면 초파리는 어떨까. 초파리 성충의 뇌에서 과연 신경줄기세포가 분열을 하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논문이 몇 편 있는데, 그다지 좋은 학술지에 출판되지도 못했고, 억지로 초파리 뇌를 핀으로 찔러서 상처를 유도해야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Fernández-Hernández, I., Rhiner, C., & Moreno, E. (2013). Adult neurogenesis in Drosophila. Cell reports3(6), 1857-1865.

관련된 논문이 몇 편 있는데, 다음과 같다. 그런데 초파리 성체 신경줄기세포 논문 중에 mdpi에 출판된게 여럿 보인다. 유행하는 분야지만 사기꾼들도 많이 몰려들어 있다는 뜻일게다. 게다가 인용수도 형편 없다.

Li, G., & Hidalgo, A. (2020). Adult neurogenesis in the Drosophila brain: the evidence and the void.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21(18), 6653.

Crocker, K. L., Marischuk, K., Rimkus, S. A., Zhou, H., Yin, J. C., & Boekhoff-Falk, G. (2021). Neurogenesis in the adult Drosophila brain. Genetics219(2), iyab092.

von Trotha, J. W., Egger, B., & Brand, A. H. (2009). Cell proliferation in the Drosophila adult brain revealed by clonal analysis and bromodeoxyuridine labelling. Neural Development4, 1-8.

Simões, A. R., & Rhiner, C. (2017). A cold-blooded view on adult neurogenesis. Frontiers in Neuroscience11, 327.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초파리처럼 생애주기가 짧은 곤충에게 과연 성체 신경줄기세포까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초파리 유전학 역사에서 대부분의 신경분화세포는 우화과정을 거치면서 죽는다는게 불과 얼마전까지 정설이었다.

성체 신경줄기세포 연구를 생쥐연구자들이 독식하고 있었고, 점점 연구비가 쪼그라드는 현실 속에서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쥐어짜낸게 초파리 뇌에 상처를 주면 뭔가 뉴런의 줄기세포 분화가 일어나는것 같다라는 발견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걸로 연구비를 탄 학자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도대체 왜 초파리를 가지고 항상 인간질병의 모델만 생각해야 하는지는 우리가 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제 줄기세포 연구를 좀 해보려는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