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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없는 뇌세포의 발견

중국에 와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과학자는, 내 스승의 첫 중국인 제자였던 라오 이 Rao Yi가 그의 블로그에 쓰는 글과 그가 중국 과학계를 구조개혁하고 혁신시키기 위해 끊임 없이 외치는 말들, 또한 세계최고의 구조생물학자이자 서호대학 Westlake University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있는 이공 쉬 Yigong Shi가 조용히 중국 과학의 저변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다. 라오가 거의 매일 쓰는 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중국 과학기술생태계의 혁신과 의생물학자 양성 교육에 그가 쏟는 열정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풀기로 하자.

오늘 라오가 재미있는 글을 하나 올렸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2021년 이후로 네이처, 사이언스지에서 50편도 넘게 새로운 유형의 인간 뇌세포를 발견했다는 논문이 출판되었는데, 기능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인간질병과의 연관성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싱글셀 RNA시퀀싱 분석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누구나 돈만 있으면 scRNA seq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라오의 비판은 기능에 대한 분석 없이 그저 돈을 쳐발라 분석한 방대한 데이터만 내놓은 자본주의적 과학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생물학은 기능에 대한 학문이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도킨스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 혹은 <눈먼 시계공>에서 생물학은 마치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생명의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었다. 즉, 생물학에서 기능 function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을 생물학이게 만드는, 즉 생물학이 물리학과 다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학문적 특수성의 중추라는 뜻이다. 라오가 이런 철학적 함의까지 알고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저 돈 많은 실험실에서 인간 두뇌 샘플 좀 가져다가 좀 더 나은 싱글셀 시퀀싱 기계로 돌려서 분석논문을 내는 논문이, 얼마나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DNA chip 혹은 마이크로어레이가 유행하던 시기에 발표된 논문의 상당수와, 유전체 시퀀싱만으로 논문을 내던 시절의 연구 대부분이 분석오류 및 신뢰할 수 없다고 알려진 지금, 싱글셀 분석에 몰두하는 -나쁘게 말하면 유행하는 연구에 집착하는- 레밍 같은 생물학자들은, 좀 더 거시적으로 생물학의 미래와 기여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