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p 27, 2026 · @Dr. Strange
들어가며: 토요일 오후의 대화
우리 실험실은 초파리 수컷이 교미 시간을 어떻게 재는지 연구한다. 경쟁자 수컷과 함께 지낸 수컷은 교미를 더 오래 하고, 성 경험이 많은 수컷은 더 짧게 한다. 초파리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컷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몇 분 단위로 교미 시간을 조절한다. 나는 이것이 간격타이밍(interval timing), 즉 뇌가 시간을 재는 능력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해 왔다.
요즘 이 질문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붙잡고 있다.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 즉 커넥톰이 공개되었으니, 그 배선도 위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초파리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LLM을 다루는 지인과 함께 고민하던 토요일 오후, 대화가 옆길로 샜다. 마침 LLM이 수학 문제들을 줄줄이 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던 참이었다.
대화는 짧았지만, 거기서 나온 생각들은 오래 곱씹을 만했다. 대략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 AI가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의 이론은 불가능하다. 과학의 핵심은 결국 구체적인 질문이다.
- 초파리 커넥톰이 완성되어도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
- LLM이 수학부터 달려드는 이유는 수학이 결과를 확인하기 쉽고, 그래서 강화학습을 하기 좋기 때문이다.
- 논리적이고 수식으로 표현 가능한 학문부터 잠식된다. 생물학이 가장 나중이고, 생물학 중에서도 생리학이 맨 나중이다.
- 인실리코로 약물 스크리닝을 다 해도 실험으로 검증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수학에는 그런 병목이 없다.
지인은 이 대화 자체가 논문거리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철학과 기술경영을 섞은 논문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논문은 자료를 더 모아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생각의 뼈대를 여기에 먼저 적어둔다. 초파리를 키우는 보통 과학자의 눈으로 본, AI와 과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수학에서 벌어진 일
대화를 마치고 자료를 찾아보니, 수학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컸다. 지난 1년 남짓의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2025년 7월, OpenAI와 Google DeepMind의 모델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42점 만점에 35점, 금메달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공식 채점위원의 인증을 받은 쪽은 DeepMind였다. 여기까지는 ‘잘 푸는 학생’ 수준의 이야기였다.
2025년 10월에는 소동이 있었다. OpenAI의 한 임원이 GPT-5가 미해결 에르되시 문제 10개의 해를 찾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에르되시 문제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학자 토머스 블룸이 곧바로 반박했다. GPT-5가 찾은 것은 새로운 증명이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기존 문헌이었다는 것이다. 문헌 검색으로서는 훌륭했지만, 발견은 아니었다.
그 뒤로는 진짜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6년 1월에는 GPT-5.2 Pro와 Lean 기반 증명 시스템이 에르되시 문제 #728을 형식 검증된 방식으로 풀었다. 4월에는 한 아마추어가 GPT-5.4 Pro에게 질문을 던져 #1196을 풀었고, 테렌스 타오는 이를 의미 있는 기여라고 평가했다. 5월에는 OpenAI가 에르되시의 단위거리 추측을 반증했다고 발표했고, 필즈상 수상자 팀 가워스는 이를 AI 수학의 이정표라고 불렀다.
8월에는 Anthropic이 공개되지 않은 Claude 모델이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가운데 적어도 3분의 2가 단순영점이며 임계선 위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보고했다. 종전 기록은 약 5/12, 즉 41.67% 정도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불과 3주 전인 9월 8일, OpenAI는 약 1만 개의 에이전트가 88시간 동안 작업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유한 시간 폭발 해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밀레니엄 문제에 대한 이 주장은 우선권 논쟁까지 겹쳐 아직 논란 중이다.
물론 과장도 섞여 있다. 타오는 AI가 푼 에르되시 문제 상당수가 ‘가장 낮게 달린 과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수학은 지금 AI에게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열리고 있는 분야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왜 하필 수학일까?

왜 수학이 먼저인가: 검증의 기울기
지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강화학습을 하기 좋아서다. 요즘 LLM의 추론 능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법은 ‘검증 가능한 보상을 이용한 강화학습(RLVR)’이다. 모델이 답을 내면 프로그램이 그 답이 맞는지 확인하고, 맞으면 보상을 준다. 이 방식은 정답을 기계가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만 잘 작동한다. 수학 증명은 Lean 같은 증명 검사기에 넣으면 몇 초 만에 맞는지 틀리는지 판정된다. 프로그램 코드는 돌려보면 안다.
OpenAI 출신 연구자 제이슨 웨이는 이를 ‘검증자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AI를 어떤 과제에 훈련시키기 쉬운 정도는 그 과제를 검증하기 쉬운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예가 인상적이다. 새로운 식단이 건강에 좋은지 확인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
나는 여기에 생물학자로서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검증의 난이도는 단지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 대상이 어떤 수준에 놓여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학 분야가 AI에 잠식되는 속도를 세 가지 축으로 생각해 보았다.
- 형식으로 옮길 수 있는가. 연구 대상을 손실 없이 기호, 코드, 서열, 방정식으로 바꿀 수 있는가. 수학은 대상 자체가 형식이다. 초파리가 교미를 언제 끝낼지 ‘결정’하는 일은 살아 있는 몸과 맥락 속에서만 존재한다.
- 검증 루프가 얼마나 빨리, 싸게, 확실하게 닫히는가. 증명 검사기는 몇 초, 초파리 교배는 몇 주, 임상시험은 몇 년이 걸린다. 게다가 초파리 실험 결과는 유전적 배경, 사육 조건, 실험자의 손에 따라 달라진다.
- 현상이 얼마나 ‘평면적’인가. 단백질 접힘은 비교적 한 수준에서 기술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펩타이드가 퍼져나가고, 에너지 상태와 과거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은 여러 수준이 뒤엉켜 있다. 한 수준을 검증해도 다른 수준은 검증되지 않는다.
이 세 축을 합치면 일종의 기울기가 나온다. 나는 이것을 ‘검증의 기울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 순서 | 분야 | AI의 역할 |
|---|---|---|
| 1 | 순수수학, 이론전산학 | 잠식.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소화한다 |
| 2 | 이론물리학, 이론화학 | 유도와 계산은 잠식, 모형 선택은 인간과 함께 |
| 3 | 생물정보학, 유전체학, 구조생물학 | 계산 부분은 대체로 잠식, 기능 검증은 실험에 묶임 |
| 4 | 로봇 자율실험실이 있는 화학·재료 | 로봇이 루프를 닫는 곳부터 부분 잠식 |
| 5 | 세포·분자생물학 | 증강. AI는 공동연구자 |
| 6 | 유기체 생리학, 신경행동학 | 증강. 대체자가 아닌 도구이자 공동연구자 |
여기서 ‘잠식’과 ‘증강’은 다르다. 잠식은 아이디어를 내고 1차 검증을 하는 일 대부분을 AI가 맡는 상태다. 증강은 인간이 주도하는 연구를 AI가 빠르게 해주는 상태다. 생리학은 크게 증강되겠지만, 가장 늦게까지 잠식되지 않을 것이다. 대화에서 내가 했던 말, “생물학 중에서도 생리학이 맨 나중”이라는 말은 이런 뜻이었다.

AI 기업들은 검증을 사들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AI 기업들도 이 기울기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전략을 들여다보면,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다. 생성은 싸졌고, 이제 희소한 것은 검증이다. 기술경영 용어로 말하면, 검증 역량이 가장 중요한 ‘보완자산’이 되었다. 혁신에서 누가 돈을 버는지는 그 혁신을 실제로 쓰는 데 필요한 자산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데이비드 티스의 오래된 통찰이다.
OpenAI는 수학과 이론에서 실력을 과시한다. IMO, 에르되시, 단위거리 추측, 나비에–스토크스가 모두 그 목록에 있다. 대신 물리적 검증은 국가에서 빌린다. 미국 에너지부 국립연구소들과 손잡고 제네시스 미션에 참여하고 있고, 2026년 7월에는 ‘기계가 접근할 수 있는 최전선의 지도’라는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했다. 새로 AI로 다룰 수 있게 된 문제와 여전히 물리적 세계의 증거가 필요한 문제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검증의 기울기를 제도로 그리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Anthropic은 가장 생물학에 집중하는 회사다. 과학자를 위한 작업대인 Claude Science를 내놓았고, 연구책임자들에게 무료 좌석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생물학의 루프는 모델만으로 닫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듯하다. 자체 생명과학 실험실을 세우고, AI 에이전트와 실험 장비를 잇는 하드웨어 표준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루프 가운데 컴퓨터 밖으로 나가는 부분을 직접 쥐겠다는 전략이다.
Google DeepMind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리하게 기울기를 타고 있다. 실험 구조와 대조해 채점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 예측(AlphaFold)으로 노벨상을 받았고, 수학(AlphaProof, AlphaEvolve)과 날씨 예보처럼 검증이 빠른 곳에서 먼저 이겼다. 그다음 Co-Scientist로 가설을 만들고 파트너 실험실에서 검증하며,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를 통해 신약 개발까지 수직 통합한다. DeepMind는 올해 낸 정책 에세이에서 아예 “검증이 과학의 새로운 병목”이라고 적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FutureHouse에서 분사한 Edison Scientific의 Kosmos는 한 번 실행에 논문 1,500편을 읽고 분석 코드 4만 2천 줄을 돌린다. 그런데 회사 스스로 밝힌 결론의 정확도는 79.4%다. 다섯 개 중 하나는 틀린다는 뜻이다. Edison의 한 연구자는 대부분의 AI 도구가 싸고 쉬운 상류 작업만 가속할 뿐, 비싸고 규제받는 하류 단계는 가속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국 경쟁의 무게중심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가졌느냐에서 누가 검증 루프를 쥐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생물학에서 그 루프는 초파리, 세포, 생쥐, 환자, 그리고 그것들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의 손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파리 커넥톰이 말해주지 않는 것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커넥톰으로 초파리의 시간지각을 찾을 수 있을까?
커넥톰은 대단한 성취다. 2024년 FlyWire 컨소시엄은 암컷 초파리 뇌 전체를 재구성해 뉴런 13만 9,255개와 시냅스 5,450만 개를 밝혔다. 세포 유형만 8,453개였고, 그중 4,581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올해 6월에는 자넬리아 연구소가 수컷 중추신경계 커넥톰을 공개했다. 이 배선도 위에 뉴런 모델을 얹은 전뇌 시뮬레이션은 섭식과 몸단장에 관여하는 뉴런을 예측해냈다. 올해 3월에는 한 스타트업이 이 모델을 가상의 몸에 연결해 ‘뇌 업로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전뇌 모델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보인다. 모든 뉴런의 기저 발화율을 0으로 두었고, 간극 연접을 뺐으며, 흥분과 억제를 넘어서는 신경조절 효과는 다루지 않았다. 우리 실험실이 연구하는 교미 시간 조절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 빠진 부분들이다.
첫째, 신경펩타이드다. 우리는 SIFamide(SIFa)라는 펩타이드와 그 수용체가 경쟁자와 지낸 수컷의 긴 교미와 성 경험이 있는 수컷의 짧은 교미 모두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였다. 경험은 SIFa 뉴런과 수용체 뉴런 사이의 연결을 다시 짜고, 서로 다른 시간 행동에는 SIFa에서 코라조닌으로 이어지는 펩타이드 릴레이가 필요하다. 뇌에서 복측 신경삭까지 가지를 뻗은 SIFa 뉴런은 몸의 에너지 상태를 통합하고, 여러 다른 펩타이드와 인슐린 유사 펩타이드의 신호를 받는다. 펩타이드는 시냅스라는 전선을 타지 않는다. 주변으로 퍼져나가 수용체를 가진 세포들에 수 분에 걸쳐 작용한다. 배선도에는 그려지지 않는 신호다.
둘째, 상태와 이력이다. 똑같은 배선을 가진 수컷이라도 혼자 지냈는지, 경쟁자와 지냈는지, 암컷을 만나본 적이 있는지에 따라 교미 시간이 달라진다.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배선 자체가 아니라, 과거가 새겨진 내부 상태다.
셋째, 뉴런 바깥의 생리다. 에너지 균형, 말초에서 오는 신호, 교세포와 뉴런의 대화는 신경 연결 지도에 담기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지각을 복원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려면 펩타이드 방출 지도, 수용체 분포, 상태 변수, 가소성 규칙, 그리고 몸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하나씩 더할 때마다 새로운 모형이 생기고, 그 모형은 다시 초파리로 검증해야 한다. 교배에 몇 주, 행동 실험에 또 며칠. 루프는 컴퓨터 안에서 닫히지 않는다. 대화에서 내가 “커넥톰이 나와도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한 것은 이런 뜻이었다.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의 이론은 없다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언젠가 AI가 초파리에 대한 모든 사실을 갖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뉴런, 모든 펩타이드, 모든 수용체, 모든 유전자 발현, 모든 행동 데이터. 그러면 초파리는 ‘풀린’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명은 질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학철학자 반 프라센은 ‘왜’라는 질문이 늘 대조를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이 수컷은 18분이 아니라 23분 동안 교미했는가?”와 “왜 초파리는 교미를 하는가?”는 같은 현상에 대한 질문이지만, 전혀 다른 설명을 요구한다. 첫 번째 질문은 SIFa 회로와 경쟁 경험을 불러내고, 두 번째 질문은 진화와 번식 전략을 불러낸다. 모든 사실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는 이 두 질문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알려주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일해 본 사람은 이것을 몸으로 안다. 과학사학자 라인베르거가 말했듯, 연구의 대상은 특정한 질문을 위해 짜인 실험 체계 안에서 비로소 모양을 갖춘다. 무엇을 물을 가치가 있는지, 어떤 대조가 중요한지, 어떤 개입이 결정적인지를 고르는 일은 성공의 기준 자체를 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일은 위임할 수 없다.
수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Claude가 만든 제타 함수 증명을 사람이 더 간단하게 다시 쓴 수학자는, 원래 논증이 복잡해서 핵심 기제가 곧바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전산학자는 AI 증명 이후 인간이 해야 할 일을 ‘소화’라고 불렀다. 증명 검사기는 결과가 옳다는 것을 인증할 수는 있어도,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인증과 이해가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세리와 크로켓이 《네이처》에서 경고한 ‘AI가 만드는 이해의 착각’도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수학에서 이 간극이 벌어진다면, 오류를 잡아줄 증명 검사기조차 없는 생물학에서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대화에서 내가 했던 말을 다시 적는다. 모든 것을 아는 것과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과학의 핵심은 결국 구체적인 질문이다.

한국의 과학기술×AI 전략에 대한 한마디
한국 정부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2025년 11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과학기술×AI 국가전략’을 확정했다. 바이오, 재료·화학,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지구과학, 수학의 6개 분야에 특화된 AI 기반모델을 만들고, 가설 설정부터 논문 작성까지 돕는 ‘한국형 AI 연구동료’를 구축하며, 일부 분야에는 24시간 돌아가는 자율실험실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 AI 전용 GPU 8,000개 이상, 국가과학AI연구소 신설, 이중 언어형 인재 2,000명 양성도 포함되어 있다.
검증의 기울기로 이 전략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6대 분야는 대부분 기울기의 위쪽에 있다. 수학은 1층, 재료·화학과 이차전지는 로봇으로 루프를 닫을 수 있는 4층, 바이오도 주로 단백질 구조나 신약 후보처럼 계산이 강한 3층을 겨냥한다. 세포생물학과 유기체 생리학은 전략의 시야 밖에 있다.
빨리 성과가 나는 곳에 먼저 투자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두 가지가 걱정된다.
첫째, GPU와 기반모델은 생성에 대한 투자다. 자율실험실을 빼면 검증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생성이 싸질수록 병목은 검증으로 옮겨간다. AI가 가설을 1만 개 내놓아도, 그것을 확인할 실험실과 사람이 없으면 그 가설들은 쓰레기와 구별되지 않는다.
둘째, 과학 전체가 좁아질 수 있다. 올해 《네이처》에 실린 한 연구는 4,130만 편의 논문을 분석해, AI를 쓰는 과학자는 논문을 3배 더 내고 인용을 거의 5배 더 받지만, 과학 전체가 다루는 주제의 폭은 줄어든다고 보고했다. AI를 활용한 연구가 데이터가 풍부한 곳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국가 전략까지 기울기의 위쪽으로 쏠리면, 생리학처럼 느리고 복잡한 분야는 더 소외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모델생물 자원센터, 공동 동물 시설, 표준화된 행동·생리 측정 같은 검증 인프라에 투자하라. 그리고 기울기 아래쪽의 느린 연구를 위한 별도의 장기 지원을 마련하라. AI 시대에 가장 희소해질 자원은 계산이 아니라 검증이다.

맺으며: 보통 과학자에게 AI란 무엇인가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나는 AI가 생물학에서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우리 연구에서 LLM은 시뮬레이션 코드를 짜고, 펩타이드 문헌을 뒤지고, SIFa 회로와 코라조닌 회로를 잇는 후보 뉴런을 제안하고, 교배를 설계하고, 행동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몇 주 걸리던 일이 며칠로 줄어든다. 이 글의 자료를 모으는 데에도 AI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 모든 예측은 결국 초파리 사육실을 통과해야 한다. 병을 갈고, 처녀 암컷을 모으고, 교배를 하고, 수컷을 격리하거나 경쟁자와 함께 두고, 교미 시간을 잰다.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고, 손에 익은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제약은 지능이 아니라 검증이다. 다리오 아모데이가 말한 ‘외부 세계의 속도’가 가장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곳이 초파리 사육실이다.
그래서 생리학에서 AI는 과학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보통의 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 지치지 않는 공동연구자가 된다. 그 공동연구자의 가치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과,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실험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초파리 연구자들은 모건의 플라이룸 이래 100년 넘게 계통과 실험법을 나누어 왔고, 이제는 커넥톰까지 공개로 나눈다. AI 시대에 이 공유지의 의미는 더 커진다. 검증 루프를 거대 AI 기업들이 소유하게 될수록,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개 데이터와 공개 검증 자원이 보통 과학자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수학은 먼저 삼켜질지 모른다. 하지만 초파리 한 마리가 23분 동안 무엇을 재고 있는지 묻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자료 목록
에세이와 논문 원고에 쓴 자료를 주제별로 모았다. 기준일 Sep 27, 2026. ‘쓰인 곳’은 에세이의 절 이름과 논문 원고의 장 번호다.
원자료와 이번 작업의 산출물
| 자료 | 내용 | 쓰임 |
|---|---|---|
| 대화 원문(첨부 파일 「정지오-과학철학기술경영논문자료-1.md」) | 2026년 9월 26일 토요일, 커넥톰 시뮬레이션에서 시작한 대화. 출발 명제 7개의 원천 | 에세이 ‘들어가며’, 논문 Ⅰ.1 |
| 영문 연구 원고 「The Verifiability Gradient」 | 국제 학술지용 초안, 목표 학술지 6곳 추천 포함. 같은 대화의 첫 번째 결과물 | 전체의 뼈대 |
| 국내 학술지용 원고 「검증가능성의 기울기」 | 『과학기술학연구』 양식 한국어 원고, 투고 전 확인사항 포함 | 에세이의 원본 |
AI 수학 성과(2025–2026)
AI 기업의 과학 전략
과학철학 문헌
혁신경제학·기술경영·AI 방법론
초파리 커넥톰과 우리 실험실 연구
| 자료 | 내용 | 쓰임 |
|---|---|---|
| Dorkenwald et al. (2024). Neuronal wiring diagram of an adult brain. Nature | FlyWire 뉴런 139,255개, 시냅스 5,450만 개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1 |
| Schlegel et al. (2024). Whole-brain annotation and cell typing. Nature | 세포 유형 8,453개, 신규 4,581개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1 |
| Shiu et al. (2024). A Drosophila computational brain model. Nature | 전뇌 LIF 모델, 기저 발화 0·간극 연접 생략 가정 (PubMed)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1–2 |
| Lappalainen et al. (2024). Connectome-constrained networks. Nature | 시각계 활동 예측 | 논문 Ⅴ.1 |
| 수컷 중추신경계 커넥톰 MaleCNS v1.0 (HHMI 자넬리아 FlyEM, 2026년 6월 8일) | 수컷 CNS 전체 배선도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1 |
| Eon Systems, How the Eon team produced a virtual embodied fly | 2026년 3월 체화 에뮬레이션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1 |
| Medium, The fly brain breakthrough is real. The “first brain upload” narrative is not. | ‘뇌 업로드’ 서사 비판 | 참고 |
| State of Brain Emulation Report 2025 (arXiv:2510.15745) | 전뇌 에뮬레이션의 현황과 한계 | 참고 |
| Kim, W. J., Jan, L. Y., & Jan, Y. N. (2012). Nature Neuroscience, 15, 876–883 | 시각·일주기 회로와 경쟁자 유도 긴 교미 | 논문 Ⅰ.1·Ⅴ.2 |
| Kim, W. J., Jan, L. Y., & Jan, Y. N. (2013). Neuron, 80(5), 1190–1205 | PDF/NPF 펩타이드 회로 | 논문 Ⅰ.1·Ⅴ.2 |
| Zhang, T. et al. (2025a). PLoS Biology, 23(9), e3003330 | SIFa–SIFaR 시냅스 가소성, SIFa–Crz 릴레이 (bioRxiv)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2 |
| Zhang, T. et al. (2025b). PLoS Biology, 23(9), e3003345 | SIFa 뉴런의 내부 상태·에너지 통합 (bioRxiv) | 에세이 ‘커넥톰’, 논문 Ⅴ.2 |
| Zhang, T. et al. (2025c). iScience | 수컷 특이적 GABA성 뉴런의 SIFaR (PubMed) | 논문 Ⅴ.2 |
| Wu, Z. et al. (2025). Mating duration as a genetic model of interval timing (PMID 40695399) | 교미 시간 = 간격타이밍 모델 | 에세이 ‘들어가며’, 논문 Ⅴ.2 |
| Y chromosome genes interplay with interval timing in regulating mating duration | Y 염색체 유전자와 간격타이밍 | 보강 후보 |
| Neuropeptide relay between SIFa signaling controls the experience-dependent mating duration (bioRxiv 819045) | SIFa 릴레이의 초기 프리프린트 | 참고 |
국내 자료와 김우재의 글
| 자료 | 내용 | 쓰임 |
|---|---|---|
| MS투데이, 정부 6대 과기 분야 AI 기반모델 개발…’AI 연구동료’ 구축 착수 (2025.11.24) | 「과학기술×AI 국가전략」: 6대 분야, AI 연구동료, 자율실험실, GPU 8,000개, 국가과학AI연구소, 인재 2,000명, AI 기초연구센터 40개 | 에세이 ‘한국’, 논문 Ⅵ.1 |
| 아시아경제, “과학AI 비전은 인간 한계 넘는 통찰” (2025.11) | 국내 과학 AI 심포지엄, AI 물리학자·자율실험 논의 | 보강 후보 |
| 이준기의 과·알·세, AI가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한다 | 기초지원연의 방사광가속기 실험 자동화 | 보강 후보 |
| 스포츠경향, ‘Scientific AI’, 과학 연구 판 바꾼다 (2026.9.24) | 디스커버리 루프, 수천 개 실험 병렬 수행 | 보강 후보 |
| 교육신문, 천현득: 대학의 AI윤리 교육 | 천현득의 AI 관련 논문 목록(해명가능성 원리 등) | 국내 선행연구 보강용 |
| 김우재 (2018). 『플라이룸』. 김영사 | 모건 플라이룸 전통과 과학 공유지 | 에세이 ‘맺으며’, 논문 Ⅵ.4 |
|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칼럼, P값에 반기를 든 초파리 행동유전학자 | 보통과학자 칼럼 예시 | 참고 |
| 위키백과, 김우재 (유전학자) | 저자 약력 | 참고 |
| 브런치, 초파리와 과학에 대한 발언 | 초파리 연구와 과학에 대한 제3자의 글 | 참고 |
| 블로그 플라이룸(heterosis.net), 주간경향 「김우재의 플라이룸」, 동아사이언스 「낭만의 생물학」, 더칼럼니스트 「김우재의 2mm 렌즈」 | 에세이 게재처와 연결할 만한 기존 칼럼 | 게재 시 링크 |
확인 필요·다음에 보강할 것
블로그 게재 전
- 나비에–스토크스 주장과 우선권 논쟁의 최신 상황 확인 후 ‘수학’ 절 수정
- Anthropic의 자체 실험실·효소 발견·하드웨어 표준(MHS)은 회사 발표와 업계 보도에 근거함. 표현 수위 확인
- 에세이 끝의 AI 도움 문장과 자료 목록 링크를 게재본에 남길지 결정
- 대화 상대는 ‘지인’으로만 표기함. 실명 공개 여부 확인
논문 투고 전 보강
- 국내 선행연구 보강: KCI에서 ‘AI와 과학적 발견’, ‘과학적 이해’, ‘연구 자동화’ 주제 논문 검색. 천현득의 해명가능성 논문부터 확인
- 본인의 과학철학 논문을 Ⅱ장과 Ⅴ.3에 자기인용으로 추가
- 『플라이룸』 출판사·연도 확인, 『보통과학자』가 단행본이면 추가
- 「과학기술×AI 국가전략」을 정부 원문으로 교체
- 서지 미확정: Avsec et al.(2026) 논문 제목, Mitchener et al.(2025) Kosmos 논문, Pratt et al.(2020), Wu et al.(2025) 학술지명, AutoResearch 서베이 저자, Alpöge & Furman(2026)과 Anthropic 결과의 관계
- MaleCNS v1.0 공식 발표 링크 확인
- Lila Sciences·Periodic Labs 관련 사실 확인(논문 Ⅳ.4)
- 새로 찾은 리뷰 arXiv:2608.17970이 이 논문의 주장과 겹치는지 검토
후속 글 아이디어
- 예측 P1–P6을 풀어 쓴 후속 에세이
- 커넥톰 시간지각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면, 실제로 어디서 막혔는지를 다루는 후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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