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쏟아낸 수학 논문 앞에서 초파리 방의 ‘먼저’를 생각하다

TL;DR
- 하룻밤에 722편. 오픈AI가 10월 6일(미국 시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모델이 썼다는 수학 논문 722편을 깃허브에 한꺼번에 올렸다. 4차원 가케야 추측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오래된 문제를 풀었다는 주장이고, 상당수에는 기계가 논리를 확인하는 Lean 형식 증명이 붙었다. 수학계는 환호와 반발로 갈렸다.
- ‘먼저’가 흔들린다. 과학의 보상은 오래도록 누가 먼저 찾았는가에 걸려 있었다. 진행 중이던 연구를 하룻밤 사이에 추월당했다는 수학자들의 항의는, 우선권이라는 오래된 제도가 계산 자원의 속도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보여 준다.
- 초파리유전학자의 결론. 파리방은 논문이 되기 전의 결과도 소식지로 나누던 공동체였다. 그러나 그 나눔에는 늘 읽고 확인하고 다시 나누는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문헌은 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소화하는 것이다.
초파리 방의 책상 한쪽에는 늘 읽지 못한 논문이 쌓여 있다. 예전에는 출력한 종이 더미였고, 요즘은 브라우저에 열어 둔 수십 개의 탭이다. 학생들과 저널 클럽을 하며 한 편을 한 시간 넘게 붙들고 있다 보면, 논문이란 결국 한 사람의 이해를 다른 사람의 이해로 옮겨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이 든다.
10월 6일(미국 시간), 오픈AI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사 모델이 썼다는 수학 논문을 한꺼번에 깃허브에 올렸다. 국내 보도가 센 숫자로는 722편이다. Nature는 이튿날 수학자들이 들끓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어떤 이는 오래된 난제가 풀렸다고 반겼고, 어떤 이는 자기 연구를 빼앗겼다고 항의했다.
722편. 웬만한 연구자가 평생 쓰는 논문보다 많은 양이 하룻밤 사이에 문헌에 더해졌다. 나는 그 숫자 앞에서 책상 위의 읽지 못한 논문 더미를 다시 본다. 오늘은 그 더미가 누구의 것인지 생각해 보려 한다.
하룻밤의 722편

위키트리가 해외 보도들을 종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722편은 372개의 결과 묶음으로 정리돼 있다. 오픈AI가 대표 성과로 내세운 것은 4차원 가케야 추측의 해결이고, 리만 가설 관련 진전과 주요 알고리즘의 개선도 함께 거론됐다. 회사는 100개가 넘는 오래된 미해결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한다. 거의 모든 논문이 에이전트 하나에 프롬프트 한 번으로 나왔고, 결과 하나에 평균 세 시간 남짓의 계산이 들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상당수 증명에는 컴퓨터가 논리를 한 줄 한 줄 확인하는 Lean 형식화가 붙어 있다.
Nature 보도에 따르면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밀레니엄 문제 가운데 남은 다섯 개의 해답은 이번 묶음에 없었다. 오픈AI 대변인은 이 작업의 의미는 더 넓은 공동체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응은 갈렸다. 코네티컷대의 알바로 로사노로블레도는 그 양이 압도적이라며, 왜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내놓았느냐고 물었다. 한 물리학자는 이 홍수에 ‘쓰레기 종말’이라는 뜻의 신조어를 붙였는데, Nature는 내용이 형식적으로는 옳은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편 끝에서는 앤트로픽 소속 수학자 레벤트 알푀게가 이것을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쓰레기’와 ‘역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먼저 찾은 사람은 누구인가

항의의 한가운데에는 ‘먼저’라는 단어가 있다. 알푀게 자신도 Nature에, 계획해 둔 프로젝트를 선점당한 연구자들의 슬픈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트리가 인용한 해외 보도에 따르면 뉴욕대의 트리스탄 버크매스터는 자신이 알푀게와 함께 진행하던 미발표 연구를 오픈AI가 앞질렀다고 비판했다.
과학에서 우선권은 오래된 제도다.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를 둘러싼 다툼이 과학자 개인의 허영이 아니라, 발견의 인정을 보상으로 삼는 과학이라는 제도 자체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다툼처럼 과학사는 ‘먼저’를 둘러싼 싸움으로 가득하다. 연구비와 자리와 상이 그 인정 위에 서 있으니, 먼저를 빼앗긴다는 것은 몇 년의 노동이 경력에서 지워진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번 일은 오래된 우선권 다툼과 결이 다르다. 상대가 다른 연구자가 아니라, 에이전트 수천 개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위키트리가 전한 Wired 보도는 오픈AI가 경쟁사가 밀레니엄 문제에 가까워졌다는 소문을 듣고 수천 개의 에이전트를 투입했다고 썼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선권 경쟁은 더 이상 아이디어의 경쟁이 아니라 계산 자원의 경쟁이 된다. 계산을 많이 가진 쪽이 ‘먼저’를 산다.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나는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논문 한 편은 다음 자리로 가는 거의 유일한 통행증이다. 몇 년을 붙든 문제가 어느 날 기업 저장소의 파일 하나로 풀려 버린다면, 그들의 시간은 무엇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맞는 증명과 이해된 증명

Lean 형식화는 이번 발표의 가장 강력한 방패다. 기계가 확인한 증명은 사람의 계산 실수를 걸러 낸다. 그러나 위키트리 기사도 짚었듯, Lean은 논리가 맞는지를 확인할 뿐 그 결과가 의미 있는지, 정말 새로운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MIT의 앤드루 서덜랜드는 에이전트 하나가 냈다는 주장은 다른 이들이 재현하기 전까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서명한 공개서한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꺼냈다. 수학의 목적은 정리를 쌓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인데, 지금의 AI는 그 목적과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팀 가워스는 결과를 실제로 이해하는 인간 공동체 없이 문헌만 거대하게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이 경고가 수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생물학에서도 데이터와 논문은 이미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섰다. 맞는 결과와 이해된 결과는 다르다. 맞는 결과는 저장소에 쌓이지만, 이해된 결과는 사람의 머리와 대화 속에 산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언제나 뒤쪽에서 나온다.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파리방은 왜 미발표 결과를 나눴나

초파리유전학에는 이 대목에서 떠올릴 만한 전통이 있다. 1934년 캘빈 브리지스와 밀리슬라프 데메렉 등은 「Drosophila Information Service」라는 소식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 찾은 돌연변이와 계통, 아직 논문이 되지 않은 관찰을 서로에게 알리는 통로였다. 학술지에 실리기 전의 결과까지 나누는 습관이 이 공동체의 바탕이 됐다.
그렇게 보면 오픈AI의 깃허브 공개도 같은 정신처럼 보일 수 있다. 학술지 심사를 기다리지 않고 결과를 먼저 내놓았으니까. 실제로 위키트리 보도에 따르면 9월 말 오픈AI가 꾸린 수학자 자문 그룹은 학술 경로를 통한 빠른 공개와 함께 모델·프롬프트·계산 비용을 밝히라고 권고했다. 다만 오픈AI는 문제별 계산량과 프롬프트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리방의 나눔은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인 공동체 안에서 일어났다. 계통을 받은 사람은 그것으로 실험하고, 결과를 다시 소식지에 적고, 다음 사람에게 계통을 보냈다. 나눔에는 읽고 쓰고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 따라붙었다. 이번 공개는 한 기업이 결과를 한꺼번에 내려놓고, 그 의미를 판단하고 검증하는 노동은 공동체에 넘겼다. 722편을 읽고 확인할 수학자들의 시간은 누가 대 주는가.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반론도 있다. 결과가 옳다면 누가 어떻게 냈든 인류의 지식은 늘어난 것이고, 수학자들은 그것을 디딤돌 삼아 더 멀리 가면 된다는 시각이다. 일리가 있다. 컴퓨터를 쓴 증명도 처음에는 비슷한 저항을 받았다. 다만 디딤돌이 되려면 누군가 그 돌을 들여다보고 어디에 놓을지 알아야 한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정리 722개는 디딤돌이라기보다, 아직 누구도 들어가 보지 않은 창고에 가깝다.
다시 책상 위의 읽지 못한 논문 더미로 돌아간다. 그 더미가 버거운 이유는 양 때문만이 아니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의 몇 년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또 누군가의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문헌은 쌓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소화하는 것이다.
AI가 정리를 증명하는 시대는 이미 왔다. 남은 질문은 그 정리들을 이해할 사람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과 저널 클럽의 자리를 우리가 지킬 것인가이다. 과학을 문화로 가진 사회란, 답의 개수보다 답을 이해하는 사람의 수를 세는 사회일 것이다.
보통 과학자
출처
- OpenAI posts 700 maths preprints online: mathematicians are up in arms. Nature (2026.10.7).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3196-8
- 오픈AI, 수학 논문 722편 공개…대부분 프롬프트 한 번에 에이전트 1개가 풀었다. 위키트리 (2026.10.8).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16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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