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센터장이 위챗에 기사 하나를 공유했다.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학술지인 Cell Research (CR)가 중국의 선도적인 영어저널 50선에서 탈락했다는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여러 과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Cell Research가 어떻게 영향력지수 (Impact factor, IF) 40이 넘는 초일류 학술지로 성장했다가 중국에서조차 무시받는 저널이 되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글 번역 기사 다운로드)
나는 이 저널의 존재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센터장을 비롯해서 구조생물학을 잘 하는 동료교수가 CR에 꽤 자주 논문을 출판하는 걸 보고, 우연히 이 저널의 IF가 40이 넘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IF 40이 넘는 저널의 존재를 생물학 교수가 모르고 있었다니, 그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이 저널의 대부분의 논문이 중국 학자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놀랐다. 그러니까 CR은 중국정부의 국제 일류학술지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탄생했고, CELL Press와 함께 운영되어 온 것이다. 그러니 캐나다와 미국 그리고 한국의 과학자들과 주로 교류해온 내가 모를 수 밖에.
이 논문을 알고 나서 중국정부의 지원 하에 수많은 중국 학술지, 그러니까 국제학술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연구자들만 주로 출판하는 학술지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나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래의 학술지들이 그런 종류들이다.
이 정도가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국제학술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중국학술지들이다. 2015년경에 중국 학계에서 매년 엄청난 돈이 외국 학술지에 출판비로 나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중국 과학자들이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국제학술지를 만드는 일에 열심이었던 것 같고, CR은 그 계획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였던 셈이다. 물론 중국 과학계 또한 한국이나 미국처럼 IF에 목숨을 거는 풍조가 만연해 있고, 그런 문화 속에서 CR을 비롯한 중국 학술지들의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 CR의 B등급 재조정은 아마 그런 풍조에 대한 경고라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실험실도 다른 연구자들처럼 Nature나 Science 혹은 Cell 등의 초일류 학술지에 기회가 되면 논문을 싣는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파리 기초과학 연구는 초일류 학술지에서 점점 기피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IF 가 지배하는 학술지 세상에선 인용이 될 것인가의 여부가 모든걸 결정하기 때문이다. 에디터가 보기에 초파리 기초과학 연구는 아무리 연구가 훌륭해도 암이나 줄기세포 연구보다 당연히 인용이 덜 될 것이고, 따라서 편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은 당분간 대부분의 논문을 Review Commons (리뷰커먼스 RC)라는 플랫폼을 통해 출판하기로 했고, 그렇게 해나가고 있다.
RC는 기본적으로 단 한번의 리뷰만으로 여러 학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여러 학술지에서 독립적인 리뷰를 받으며 시간을 낭비해야 했지만 RC에선 RC에 동참한 학술지들 간의 논문제출은 단 한번의 리뷰만으로 가능하다. 나는 RC의 서비스와 리뷰 퀄리티에 꽤나 만족하고 있고, 초파리 교미시간 연구 등의 기초연구는 RC를 통해 출판하는걸 지향하기로 했다. 참여중인 학술지들의 퀄리티도 꽤 높고, 최근 돈장사에 눈이 먼 NPG, Science, CELL press등보다 훨씬 건강한 출판문화라고 생각한다.
리뷰커먼스에 참여중인 저널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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