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펩타이드 (Neuropeptide)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Neurotransmitter)와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계의 중요한 정보 전달자이지만, 구성물질이나 작동방식, 범위 및 지속시간과 속도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는 물질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신경펩타이드는 신경전달물질보다 진화적으로 훨씬 오래된 신경계의 의사소통과 관련된 물질이며, 신경전달물질보다 더 광범위하게 (시냅스 차원을 넘어 때로는 호르몬처럼), 느리지만 훨씬 오랫동안 광범위한 범위에 효과를 주는 일종의 신경계 상태의 전이를 만드는 펩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핫한 GLP-1이 신경펩타이드 혹은 신경호르몬의 일종이다.
Van Den Pol, A. N. (2012). Neuropeptide transmission in brain circuits. Neuron, 76(1), 98-115.
신경펩타이드 자체엔 아무런 기능도 없다. 신경펩타이드가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려면, 반드시 신경펩타이드수용체 (Neuropeptide receptor)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신경펩타이드마다 특이한 수용체가 존재하며, 바로 이 단순한 펩타이드-수용체 결합의 다양한 배합에 의해 동물의 복잡한 생리활동과 행동의 결과가 조절된다.
Nusbaum, M. P., Blitz, D. M., & Marder, E. (2017). Functional consequences of neuropeptide and small-molecule co-transmiss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8(7), 389-403.
초파리의 신경펩타이드는 약 46개, 수용체는 약 50여개가 알려져 있다. 펩타이드가 발현되는 세포의 숫자는 전체 신경세포의 약 1% 정도로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수용체를 발현하는 세포의 숫자는 조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흩어져 있다. 초파리 신경행동유전학 혹은 동물행동유전학은 신경펩타이드를 이용한 연구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신경펩타이드들이 특수한 행동 및 생리활동에 특화되어 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파리에도 존재하는 인슐린-인슐린 수용체 결합은 체내의 혈당농도를 조절하고 섭식 행동 및 에너지 균형 등을 조절한다. 수분조절에 중요한 펩타이드-수용체도 알려져 있고, 24시간 생체주기를 조절하는 조합도 알려져 있다. 신경펩타이드는 특히 초파리 행동의 대부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ässel, D. R., Pauls, D., & Huetteroth, W. (2019). Neuropeptides in modulation of Drosophila behavior: how to get a grip on their pleiotropic actions. Current opinion in insect science, 36, 1-8.
수 십년동안 신경펩타이드의 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50여개도 안되는 물질로 그 복잡한 맥락의존적 행동과 의사결정 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 5년전에 자넬리아에 방문했을때, 초파리 행동유전학계에서 꽤 권위 있는 연구자인 배리 딕슨 Barry Dickson이 내 발표에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연구하는 SIFa라는 신경펩타이드가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설이나 이론이 있느냐는 거였는데, 당시엔 제대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약 2년전에 우연히 알게된 생물정보학 전공자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그렇게 이제서야 우리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프리프린트로 올렸다. 이 작은 아이디어가 신경펩타이드의 복잡성을 모두 풀지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복잡한 행동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ranscriptional Regulation of Neuropeptide Receptors Decodes Complexity of Peptidergic Modulation of Behavior and Physiology.
SeungHeui Ryu, Yanan Wei, Zekun Wu, DoHoon Lee, Woo Jae Kim
bioRxiv 2024.11.23.624967; doi: https://doi.org/10.1101/2024.11.23.624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