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서구가 정의한 탁월성”에 대한 정면 도전

2026년 7월 15일, 중국에서 새 생명과학 저널 하나가 창간호를 냈다. 이름은 Vita. 라틴어로 ‘생명’, 영어로는 vitality를, 중국어 독자에게는 위대함(伟大, wěi dà)과 타인에 대한 봉사(为他, wèi tā)를 연상시키도록 지어진 이름이다. 창간 사설(The Vita Editorial Team, “Vita: a top journal, from China, for the world and the future,” Vita 2026, 1(1): 1–2, DOI 10.15302/vita.2026.06.0044)의 제목부터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에서 나온, 세계와 미래를 위한 최고의 저널”.
사설의 논리는 정중하지만 급진적이다. 지난 수십 년간 생명·의생명과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들은 대부분 서구에서 발원했고, 중국의 최고 성과들까지 담아온 세계 연구의 1차 저장소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곧바로 “관점의 다양성”을 진보의 자연스러운 동력으로 규정하며, 중국이 이제 무엇이 과학적 탁월성인지를 정의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한다. APC(논문처리비)를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받지 않는 완전 오픈액세스, CC BY 라이선스, “과학의 본질로의 회귀(returning to the essence of science)”라는 구호. 게재 기준은 “결정적 개념적 진전(crucial conceptual advances)” 또는 “파괴적 기술적 돌파구(disruptive technological breakthroughs)”다.
Vita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중국이 지난 몇 년간 학술지 생태계 전체를 재조정해온 거대한 흐름의 가장 상징적인 최신 산물이다. 이 글에서 나는 그 흐름을 해부하고, 그것이 기존 거대출판사와 세계 출판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이 운동에 그늘은 없는지, 특히 기초과학과 모델생물 연구의 관점에서 무엇이 위태로운지를 따져보려 한다.

1. Vita의 해부 — 누가, 무엇을, 어떻게 싣는가
Vita를 발행하는 곳은 고등교육출판사(Higher Education Press, HEP)다. HEP는 중국 교육부 소유의 국영 출판사로, 대학 교재를 주력으로 하는 거대 기관이다(Wikipedia; www.hep.com.cn). 저널을 실질적으로 구축한 것은 Alliance of Open Life Science(개방생명과학연맹, openlifesci-alliance.org)로, 2025년 8월 홍콩에서 15개 중국 본토·홍콩 대학·연구기관이 공동 발기해 출범했고 2025년 12월 광저우 연례회의에서 33개 기관으로 확대됐다(ShanghaiRanking; Baidu Baike). 주도 기관은 시이공(施一公, Yigong Shi)이 총장으로 있는 시후대학(西湖大学, Westlake University)이다(CGTN, 2026년 1월 13일).

편집 지도부는 이 저널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동 편집장(Co-Editor-in-Chief)은 두 사람이다. 리당성(李党生, Dangsheng Li)은 2004~2006년 Cell의 부편집자를 지낸, Cell 역사상 최초의 중국인 에디터였고 이후 Cell Research의 편집장(2021~2025)과 Cell Discovery의 창간 집행편집장을 지낸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이 바로 시이공으로, 프린스턴대 정교수직과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자리를 마다하고 2008년 귀국한 구조생물학자다(Vita 편집팀 페이지). 과학편집자 네 명(Shushu Jiang, Ying Chen, Li Lu, Dasa He)은 모두 중국 기반이거나 중국·미국에서 훈련받은 이들이다.
반면 100명이 넘는 과학자문위원회(Scientific Advisory Board)에는 서구의 거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 드레스덴의 Simon Alberti, Janelia의 Misha Ahrens, Weizmann의 Ido Amit, Hubrecht의 Hans Clevers, Yale의 Richard Flavell, 파리 Gustave Roussy의 Guido Kroemer, 막스플랑크의 Matthias Mann, 케임브리지의 David Rubinsztein, 옥스퍼드의 Peter Visscher 등. 즉, 편집 의사결정의 실권은 중국에 있고, 국제 인사들은 신뢰도를 부여하는 자문 역할에 배치된 구조다. 이 배치는 뒤에서 다시 문제 삼을 지점이다.
창간호의 내용은 이 저널이 무엇을 ‘탁월함’으로 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표지 논문은 옌닝(颜宁, Nieng Yan) 팀의 인간 Nav1.7 나트륨 채널 개방 상태 구조를 규명한 cryo-EM(초저온전자현미경) 연구다(Fan et al., 19–31쪽, DOI 10.15302/vita.2026.01.0003). 표지 제목이 “Open the gate(문을 열다)”인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그 외에도 인간 M-채널(KCNQ2/3)의 구조(Huaizong Shen, 시후대), 생체 내 CAR-T를 가능케 하는 AAV 변이체(Lijia Ma), SFTSV 바이러스 중화항체, AI 기반 항체 설계, 그리고 난모세포의 내인성 siRNA를 다룬 연구가 실렸다. 압도적으로 cryo-EM 구조생물학·면역/항체치료·암·바이러스학이 지배한다. 한마디로 Nature·Science·Cell의 표지를 장식해온 바로 그 종류의 ‘화려한’ 논문들이다.

2. 탁월행동계획의 해부 —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신호에서 실행으로
Vita를 낳은 정책적 모체는 ‘과학기술저널 탁월행동계획(卓越行动计划, Science and Technology Journal Excellence Action Plan)’이다. 2019년 시작된 이 계획은 중국과학기술협회(CAST)를 비롯해 중앙선전부, 교육부, 과기부, 재정부, 국가신문출판서(NPPA), 중국과학원(CAS), 중국공정원 등 7개 부처가 공동 주관하는 국가사업이다(en.hit.edu.cn; Learned Publishing, Li·Li·Ding 2025). 국제 관측자들은 처음부터 이를 단순한 학술 현대화가 아니라 서구 출판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읽었다(Scholarly Kitchen, 2024년 12월 18일). 그 배경엔 통계의 비대칭이 있다. 2024년 상하이 영문과기저널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SCI 등재 저널은 514종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923종, 영국은 4,625종이었다.
이 계획엔 전사(前史)가 있다. 2013~2017년 ‘중국과기저널 국제영향력 제고계획(PIIJ)’이 100종의 새 저널을 띄웠다(Learned Publishing 2025). 탁월행동계획은 그 후속이다. 1단계(2019~2023)가 유망 저널을 발굴·지원하는 단계였다면, 2024년 11월 CAST가 2024 특별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개시된 2단계(2024~2028)는 ‘육성(cultivation)’에 방점을 찍는다. 5년간 총 12억 위안이 투입된다(Scholarly Kitchen Part 1, 2026년 6월 3일).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목은 개별 저널이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2단계는 강력한 기반을 갖춘 13개 저널 클러스터와 디지털 출판 플랫폼에 자금을 집중한다. Ghildiyal·Zhang·Dyke·Wang의 진단은 날카롭다. 개별 저널의 품질만으로는 국제 대형 출판사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할 수 없고, 인프라만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통제는 투고 흐름, 동료심사 경로, 데이터 확보, 다운스트림 애널리틱스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며, 저자 서비스·리뷰어 네트워크·무결성 점검·지표를 하나의 환경으로 묶어 전환비용과 ‘생태계 고착(stickiness)’을 만든다. 저자들의 표현대로 “2단계는 자금 주도가 아니라 실행 주도(execution-driven)”다.

3. 120개의 새 저널 — 규모의 정치학
2단계가 상징이 아니라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새 저널 창간의 속도다. 2024년 11월 CAST는 50개의 ‘높은 출발점(High-Starting-Point, 高起点新刊)’ 신규 저널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kexie.hust.edu.cn), 2025년 12월 5일 다시 70개를 선정해 2단계 신규 저널을 총 120개로 늘렸다(news.sciencenet.cn; en.hit.edu.cn). 대다수가 영문 저널이고, 상당수가 2026년 출판을 시작한다. Vita가 바로 그 물결의 일부다.
Learned Publishing에 실린 분석(Li·Li·Ding, 2025, DOI 10.1002/leap.1654)에 따르면 이 계획으로 선정된 저널 다수가 2010년 이후 창간됐고, 그중 28.5%가 2010~2014년에 만들어졌다. 하얼빈공업대학(HIT) 하나만 봐도 이 프로그램에 총 7종의 저널이 선정됐다(International Journal of Smart and Nano Materials, Electron, SmartBot, Advanced Materials Jointing, Space Energy and Environment 등). 연구대학, 의료기관, 전문연구소가 골고루 참여한다는 점은, 저널 소유와 편집 주도권이 이제 학문적 영향력을 구축하는 공인된 경로가 됐음을 보여준다.
4. 돈의 방향을 바꾸다 — CAS의 APC 보이콧과 국내 게재 의무화
여기서부터가 거대출판사들의 심장을 겨눈다. 2026년 3월 1일부로 중국과학원(CAS)은 중앙재정 자금—과기부(MOST), 국가자연과학기금(NSFC), CAS 프로젝트 자금—을 APC가 5,000달러를 넘는 30여 개 완전 오픈액세스 저널의 게재비 지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Science, 2026년 2월 24일; STM Association; Yicai Global). 다만 공식 발표는 없이 기관 관리자를 통해 내부 전달됐고, 연구자가 자비로 게재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
표적에는 Nature Communications, Cell Reports, Science Advances가 포함된다. APC는 각각 정확히 US$7,350(Nature Communications, £5,490/€6,150, 전년 $6,990에서 인상; Springer Nature 공식 안내), $5,790(Cell Reports), $5,450(Science Advances)이다(Science 2026년 2월 24일 보도). Science가 인용한 Web of Science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평균 APC는 약 $2,000이며(CAS 국립과학도서관 2024 보고서는 2024년 평균을 $3,000 초과로 집계), 오타와대 정보과학자 Stefanie Haustein은 CAS의 문턱값이 사실상 약 $5,000 상한선이라고 추정했다(Chemistry World). CAS는 이와 별개로 연구무결성 문제가 있는 100여 개 저널에 대한 지불도 차단했다. 참고로 순수 하이브리드 저널인 Nature 본지의 APC는 $12,690으로, 사실상 CAS 저자는 유료 OA가 아닌 페이월(무료) 게재만 가능하다.
이 정책이 왜 폭발적인가는 숫자가 말해준다. CAS 국립과학도서관의 2024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오픈액세스 저널의 APC 매출은 31.66억 달러였고, 이 중 중국 저자가 9.09억 달러(64.74억 위안)를 부담했다—전년 대비 22% 증가한 규모다. 중국 저자는 31만 3,500편의 OA 논문을 냈고 이는 세계 OA 산출의 30%에 해당한다. 그 지출의 79%가 완전 OA 저널로 흘러갔고, MDPI 한 곳이 중국 저자에게서만 2.03억 달러를 벌었다(academicjobs.com 집계). Haustein의 별도 연구(OPUS Project 집계)는 세계 APC 지출이 2019년 9.103억 달러에서 2023년 25.38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뛰었고, 2023년 기준 MDPI $681.6M, Elsevier $582.8M, Springer Nature $546.6M을 벌었다고 추정한다. Web of Science 데이터로는 2025년 Nature Communications와 Science Advances 각 논문의 약 10%가 CAS 소속, 약 40%가 중국 소재 기관 저자를 포함했다(Yicai Global).
주목할 것은 이 소식이 국영 CCTV에서 2026년 4월 3일 이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이다(STM Association). 정책의 방향을 알리는 신호다. UCL 출판실무 강사 George Cooper는 이를 고임팩트팩터 저널 게재 인센티브에서 중국 국내 연구 인프라 우선으로의 하향식 전환으로 평가했다(journalology.com).
동시에 게재 지면 자체를 국내로 돌리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중국 내 정책 논의는 국가 지원 연구 성과의 20~50%를 중국 소유 저널에 실어야 한다는 방향을 가리킨다(Scholarly Kitchen Part 1). 이미 NSFC는 2025년 이후 지원 과제의 ‘대표논문’ 중 최소 20%를 국내 저널에 실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China Daily, 2026년 4월 13일). 칭화대는 논문 수·임팩트팩터 대신 최대 5편의 대표 성과(논문·저서·특허 포함)를 제출하게 하고, 푸단대는 10년 이상의 장기 원천연구를 지원하는 기초연구 시범구를 세웠다.
이것은 2020년의 연속선상에 있다. 2020년 2월 18일 교육부와 과기부는 SCI를 연구평가의 틀로 쓰는 관행을 중단하라는 의견서를 냈고(“破除SCI至上”, SCI 지상주의 타파;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s41599-020-00604-w), 같은 해 10월 ‘5가지만 보는 관행 타파(破五唯)’ 정책이 이어졌다. 당시 기초과학 연구자는 매년 5편 이하의 대표작을 제출하되 국가 지원·수상을 노린다면 그중 1/3을 중국 저널에 실어야 한다는 규정이 나왔다(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 논평). “논문을 조국의 대지 위에 쓰라(把论文写在祖国大地上)”는 담론은 이 흐름의 정치적 구호다.
5. 지표 주권 — 임팩트팩터의 대안을 만든다는 것
가장 근본적인 도전은 평가의 잣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Clarivate가 관리하는 임팩트팩터(JIF)는 오랫동안 명성의 세계적 게이트키퍼였다. 중국은 이제 자국산 대안을 만들고 있다.
첫째는 동비지수(东壁指数, Dongbi Index)다. 선전대 관리학원 교수이자 전 중국과학원 과기전략자문연구원 연구자였던 우덩성(吴登生)이 설립한 선전 동비과기데이터가 개발했다. 인용 ‘양’이 아니라 인용 ‘품질’과 네트워크 분석으로 저널을 A/B/C/D 4등급 피라미드로 나눈다. “고품질 연구는 고품질 연구를 인용한다”는 전제다(Research Information; SCMP). 2026년 3월 21일 상하이에서 4,027종의 의학 저널과 3,064종의 생명과학 저널 목록이 공개됐으며, 4만 종 이상의 세계 저널에서 추린 것이다. 중국의학과학원 의학정보연구소와 협력해 만들어졌지만, 정부 주도 사업은 아니다. 전체로는 10개 분야 1만 2,710종의 저널을 다룬다.

둘째는 신루이(新锐, Xinrui) 저널 랭킹이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중국과학원 국립과학도서관은 20년 가까이 승진·평가에 쓰여온 ‘CAS 저널 분구표(分区表)’를 2026년 중단했는데, 거의 즉시 신루이 스콜라(XinRui Scholar)라는 새 랭킹이 등장했다(The Educationist; Nature d41586-026-01277-2). ‘독립적 제3자’를 표방하지만, 핵심 팀에는 원래 CAS 분구표를 10년 넘게 만들어온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2020년까지 소급 적용하며 2만 2,299종의 저널을 다루고, Clarivate의 Web of Science 데이터와 Semantic Scholar 오픈 인용 데이터를 결합한다(xr-scholar.com). 랭킹 자체는 무료이되 API·데이터·분석 서비스로 수익을 낸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관측자들은 “지배 문화가 실제로 바뀌는가, 아니면 제도적 재배치에 불과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Scholarly Kitchen의 표현을 빌리면, 이 세 축이 결합해 “국내에서 연구비 받고, 국내에서 출판하고, 국내에서 평가받고, 국내에서 명성을 얻는(fund locally, publish locally, evaluate locally, gain prestige locally)” 통합 논리를 만든다. 단일 지배 위계에서 다수의 공존하는 정당성 체제(multiple coexisting legitimacy regimes)로의 이행이다.

6. 거대 출판사들은 무엇을 잃는가
역설적이게도 거대출판사들의 당장의 실적은 견고하다. Springer Nature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9.264억 유로로 6.2% 성장했고, 조정영업이익은 5.436억 유로(+9.2%), 투고는 30% 늘어 310만 건, 발표 1차 연구논문 53.9만 편 중 OA 비율은 53%를 넘겼다(Research Information; STM Publishing News). RELX/Elsevier도 2025년 상반기 언더라잉 매출이 7% 성장했다(Research Professional News). 표면적으로는 위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균열은 구조적이다. SSP 세션에 앞선 설문에서 학회 출판사들의 탁월행동계획 인지도는 놀랍도록 낮았다(과반이 “다소 알고 있다” 수준, 약 1/3은 함의를 모름). Kevin Lomangino가 보고한 20개 기관 표본 모델링은, 일부 출판사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기원 논문이 완만하게만 줄어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천만 달러의 APC 수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Scholarly Kitchen Part 1 댓글). 중국이 세계 OA 매출의 약 3분의 1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이 흐름이 국내로 방향을 틀면 타격은 지연되어 나타날 뿐 불가피하다.
Scholarly Kitchen Part 2(“Navigating China’s Publishing Ambition,” 2026년 6월 4일)가 국제 출판사들에게 제시한 전략은 세 갈래다. (1) 경쟁 — 브랜드·편집 전문성·신뢰라는 기존 강점 강화. 다만 임팩트팩터에만 기대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세계적 가시성·인용 도달·국제 협업·경력 이동성이 더 지속가능한 가치 제안이라는 것. (2) 협력 — 공동출판, 학회 파트너십, 편집 서비스, 훈련, 플랫폼 통합. (3) 재배치 — 연구 워크플로우, 무결성 서비스, 동료심사 인프라, 편집 기술 등 ‘논문이 어디에 실리든’ 가치를 만드는 영역으로 이동. 저자들은 또한 리뷰어 역량 부족을 양측 공통의 문제로, 연구무결성을 ‘공유 인프라(shared infrastructure)’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편집위원회·리뷰어 풀·자문 구조에서 중국 대표성을 확대하는 것을 단순한 상징이 아닌 실질적 신뢰 구축으로 제안한다.
7. 저널의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의 경쟁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통찰은 하나다. 이것은 저널 대 저널의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 대 시스템의 경쟁이다. 연구비 흐름, 출판 지면, 평가 지표, 편집 네트워크, 정책 프레임워크가 상호 강화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한다. 전략적 우위는 가장 강한 개별 요소가 아니라 가장 내적으로 일관된 시스템에 축적된다.
그 배경에는 압도적인 물량이 있다. 2024년 중국의 R&D 지출은 3.61조 위안(약 4,971억 달러, +8.3%), Web of Science 논문은 87만 8,300편이었다(The Lancet, 2026; 국가통계국; Caixin). Nature Index 2026 Research Leaders(2026년 6월 발표)에서 중국의 조정 Share는 2024~2025년 22.4% 급증해 세계 10위권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미국은 상대적으로 정체). 중국은 세계 화학 Share의 53%를 차지했고(미국 15%), 저장대학이 하버드를 제치고 학술기관 1위에 올랐다(하버드의 2015년 이래 연속 1위를 종료). 세계 상위 10개 기관 중 9개가 중국 기관이고, 상위 100위 내 중국 기관은 47개에서 51개로 늘었다(Xinhua; CCTV; Nature Index). Scholarly Kitchen이 인용한 전망(Nature d41586-026-00618-5; Caixin Global)에 따르면 중국은 2027~2029년 사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공공 연구자금 지원국이 될 수 있다.
이미 성공 사례도 있다. 셀프레스와 협력한 The Innovation은 창간 3년 만인 2023년 6월 첫 임팩트팩터 32.1을 받아 Nature(64.8)와 Science(56.9)에 이어 분야 3위에 올랐고 이후 33.1로 상향 조정됐다(SCMP; Cell Press). National Science Review는 2025년 JCR에서 IF 17.1, Cell Research는 25.7을 기록했다. 중국 저널이 최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이들이 증명한다.

8. 그림자 (1) — 연구 무결성과 120개 저널의 심사 역량
그러나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그늘은 규모의 연구 무결성 문제다. Nature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중국 공저자가 포함된 철회 논문은 1만 7,000편이 넘고(d41586-024-00397-x), 2014~2024년 세계 철회 논문의 거의 60%(2만 편 이상)가 중국 소속 저자를 포함했다. 중국 논문의 약 0.3%가 철회되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약 3배다(Editing Practice, hksmp.com). Retraction Watch 데이터베이스는 2025년 말 기준 약 6만 3,000건의 철회 기록을 담고 있고, 2023년 한 해에만 1만 4,000건이 넘었다(tesify.app 집계). 절대 수치로는 중국·미국·인도가, 산출량 대비 비율로는 에티오피아·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이 앞선다.
물론 철회가 곧 부정행위는 아니다. 탐지 강도, 편집 관행, 검증 수준의 차이도 반영한다(Scholarly Kitchen Part 1). 그러나 상당 부분이 훼손된 동료심사와 대규모 논문공장(paper mill) 활동과 연결돼 있음도 분명하다. Wiley가 인수한 Hindawi의 특별호 대량 철회 사건—수천 편이 철회되고 2023년 12월 Hindawi 브랜드가 사실상 폐기된—은 특별호가 정규 편집위원회와 분리돼 논문공장에 취약함을 드러냈다(GWU Himmelfarb Blog; Science “Paper trail”). 중국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26년 2월 과기부(MOST)는 심각한 연구부정을 조사·제재하지 않는 대학을 처벌하고, 국가 부정행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비·인재프로그램 자격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Nature d41586-026-00321-5). The Lancet(2026)도 중국이 2025년 논문공장 단속과 철회 대응 전국 캠페인을 강화했고, 다수 상위 대학이 연구윤리 교육을 의무화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회의가 든다. 120개의 새 저널이 동시다발적으로 창간되는데, 그 심사 역량은 어디서 오는가? Scholarly Kitchen Part 2조차 리뷰어 역량 부족을 생태계 전체의 제약으로 지목했다. 신생 저널은 신뢰를 쌓기 위해 더 높은 감시를 받겠지만, 동시에 자기인용과 인용 카르텔(citation cartel)의 유혹에 노출된다. 국가가 자금과 평가를 함께 쥐고 국내 게재를 독려하는 구조는, 인용을 내부에서 순환시키려는 압력을 구조적으로 키운다.
9. 그림자 (2) — 국가가 만든 명성은 누구의 것인가
두 번째 그늘은 더 근본적이다. Vita 사설의 아름다운 구호—”과학에는 국경이 없다(Science knows no borders)”—와, 그 저널을 교육부 소유 출판사가 내고 7개 부처가 주관하는 국가계획이 떠받친다는 사실 사이에는 긴장이 있다. 중국은 이미 정부 자금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해외 저널 게재 전에 국가 저장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Editage Insights). 국내 게재 의무화, 국가가 만든 평가지표, 국영TV의 정책 홍보가 결합할 때, ‘자율적 학술 공동체’와 ‘국가 주도 학술 인프라’의 경계는 흐려진다.
지표 주권 자체는 정당한 열망이다. 임팩트팩터의 폭정, APC의 착취, 서구 출판 과점은 실재하는 문제이고, 한국을 포함한 비영어권 전체가 겪는 고통이다. 문제는 대안의 거버넌스다. 신루이가 CAS 분구표 팀의 재배치에 불과하다면, 다이아몬드 OA가 국가 통제의 다른 이름이 된다면, 임팩트팩터라는 하나의 게이트키퍼를 국가라는 다른 게이트키퍼로 바꾸는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 진정한 다원화는 ‘누가 문지기인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지기 없이도 굴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DORA(연구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와 라이덴 선언이 이미 십수 년 전에 가리킨 방향이다.

10. 그림자 (3) — Vita에 초파리가 없다
그리고 여기에 이 글의 핵심 문제제기가 있다. Vita 창간호에는 초파리(Drosophila) 연구가 단 한 편도 없다. 검증해보니 이 관찰은 사실이었다. 창간호 전체에서 Drosophila를 연구 시스템으로 삼은 논문은 전무하고, 유일한 언급조차 한 siRNA 논문(Xue et al., DOI 10.15302/vita.2026.02.0012)의 방법론에서 어떤 생물정보 도구가 ‘원래 초파리 piRNA 분석용으로 개발됐다’는 부수적 각주에 불과했다. 제브라피시 연구도 없다.
공정을 기하자면 모델생물 ‘전체’가 배제된 것은 아니다. 위 난모세포 siRNA 논문은 예쁜꼬마선충(C. elegans)과 생쥐 유전학(난모세포 특이적 Ago2 녹아웃)에 단단히 기반하고 있고, SFTSV 항체 논문과 AAV CAR-T 논문은 생쥐·비인간 영장류를 쓴다. 그러나 창간호를 지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cryo-EM 구조생물학, 항체치료, 암, 바이러스학이다. 표지는 인간 Nav1.7 채널 구조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APC를 없앤 것은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선별 기준이 여전히 “결정적 개념적 진전”과 “파괴적 기술적 돌파구”라면, 그리고 실제로 실리는 것이 Nature·Science·Cell의 표지를 장식할 법한 바로 그 화려한 논문들이라면, 셀렉티브 저널의 논리 자체는 그대로 복제된다. 돈의 문(APC)은 열렸지만 명성의 문(selectivity)은 그대로다.
느리고 축적적인 모델생물 기반 기초연구, 재현연구, 음성결과, 그리고 자원논문—새로운 스톡, 시약, 방법, 데이터베이스를 기술하는 논문—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이것들은 ‘개념적 돌파구’로 포장되지 않지만, 과학이라는 건물의 벽돌이다.
여기서 초파리 커뮤니티의 도덕경제를 대조점으로 놓아야 한다. 토머스 헌트 모건의 fly room에서 시작해 캘빈 브리지스(Calvin Bridges)와 밀리슬라프 데머렉(Milislav Demerec)으로 이어진 초파리 유전학 전통의 핵심은 ‘공유’였다. 자신의 돌연변이 계통을 누구에게나 나눠주는 규범. 이 정신이 오늘날 블루밍턴 초파리 스톡센터(BDSC), FlyBase, 그리고 칭화 초파리센터(Tsinghua Fly Center), 한국 초파리자원센터(KDRC) 같은 공공 인프라로 제도화됐다(flybase.org). 미국유전학회(GSA)가 소유한 GENETICS와 G3는 이 커먼즈 모델의 저널 판본이다. FlyBase·WormBase·SGD 같은 모델생물 데이터베이스와 직접 연결되고, Peer Community In·bioRxiv·figshare와 연동되며, 비영리 학회가 소유하고 과학자들이 운영한다(genetics-gsa.org). 흥미롭게도 초파리 신경생물학의 아시아-태평양 학회(4th Asia-Pacific Drosophila Neurobiology Conference)는 2026년 4월 선전에서 열린다—중국에도 칭화대·베이징대·중국과학원 계열의 활발한 초파리 커뮤니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새 플래그십 저널은 그들의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셀렉티브 저널은 ‘스타 논문’을 고른다. 커먼즈는 ‘모든 벽돌’을 보존한다. Vita가 진정으로 서구가 정의한 탁월성에 도전하려 한다면, Nature의 selectivity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커먼즈의 논리를 확장하는 데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APC 없는 셀렉티브 저널은 여전히 셀렉티브 저널이다.

11. 제안 — 기초과학을 위한 중국 학술운동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운동이 기초과학에 복무하도록 만드는 구체적 제안을 던진다.
- 셀렉티브 저널이 아니라 커뮤니티 저널을. 12억 위안의 일부를, ‘개념적 돌파구’를 고르는 또 하나의 Nature가 아니라, 건전한 연구를 폭넓게 싣는 커뮤니티 소유 저널(PLOS의 커뮤니티 액션 퍼블리싱, GSA 모델)에 투자하라. 선별 기준을 ‘중요성(importance)’이 아니라 ‘건전성(soundness)’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배제되던 다수의 벽돌 논문이 자리를 얻는다.
- 모델생물·자원·재현·음성결과를 위한 지면. 스톡·시약·방법·데이터셋을 기술하는 자원논문(resource/stock/method papers), 재현연구, 음성결과를 정식 논문 유형으로 인정하고 평가에 반영하라. 이것이 없으면 어떤 저널 생태계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 다이아몬드 OA 인프라의 국제 공유. APC 없는 모델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 인프라(플랫폼·심사 시스템)를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cOAlition S의 다이아몬드 OA 행동계획(Action Plan for Diamond Open Access), EU의 DIAMAS 프로젝트, Open Research Europe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와 상호운용 가능하게 개방하라. 그래야 ‘주권’이 ‘고립’으로 변질되지 않는다.
- 심사의 투명성과 공개심사. eLife의 심사·출판 개혁 모델처럼 심사 보고서를 공개하고(published reviews), 편집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라. 국가 주도라는 의심을 씻는 유일한 길은 절차의 공개다.
- 국제 편집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100명의 국제 자문위원을 ‘장식’이 아니라 실제 게재 결정권을 가진 편집자(handling editor)로 전환하라. 신뢰는 명단이 아니라 권한 배분에서 나온다.
- 평가지표에서 저널명 배제. 동비지수·신루이가 임팩트팩터의 복제가 되지 않으려면, 저널 등급이 아니라 개별 논문의 내용을 평가하는 방향(DORA·라이덴 선언, 그리고 Plan S의 “Towards Responsible Publishing”)으로 가야 한다.
- 공공재에 대한 투자. 스톡센터, 모델생물 데이터베이스, 큐레이션 인력 같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저널만큼 투자하라. FlyBase 없이는 초파리 논문도 없다. 인프라는 저널 클러스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이중언어 정책과 지역 커먼즈. 영어 일변도가 아니라 중국어-영어 이중언어를 지원하고, 이를 동아시아(한국·일본 포함) 지역 커먼즈로 확장할 여지를 열어두라. 다극화가 진짜 다극화가 되려면 중국 단일 극이 아니라 여러 극이 필요하다.
12. 맺음 — 한국 독자를 위하여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연구자 역시 ‘두 끝단이 해외에 있는(two ends abroad)’ 딜레마—해외 저널에 게재하려 APC를 내고, 해외 데이터베이스를 구독하려 또 돈을 내는—를 매일 겪는다. 한국연구재단(NRF)·KESLI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escienceediting.org, Korean Council of Science Editors)에 따르면 한국의 APC 지출에서 MDPI 한 곳이 38.71%를 차지한다(이탈리아 37.53%와 함께 최상위). 이는 우리가 얼마나 특정 대형 OA 출판사에 포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대학 평가는 여전히 SCI/SCIE 게재를 KCI보다 2~2.4배, Scopus를 1.2~1.4배 높게 친다(27개 대학 조사). 한국연구재단의 평가 관행도 저널 명성의 위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실험은 우리에게 두 갈래 교훈을 준다. 하나는 규모와 국가 의지가 결합하면 서구 과점의 벽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만든 명성이 또 다른 폐쇄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 중국만한 물량은 없지만, 바로 그렇기에 다른 길—커먼즈, 다이아몬드 OA, 지역 협력, 저널명이 아니라 내용을 보는 평가—을 개척할 자유가 오히려 크다. KCI를 ‘국내용 위계’로 굳히는 대신 개방형 커먼즈 인프라로 재설계하는 상상, 한·중·일 학회가 공동 소유하는 다이아몬드 OA 저널이라는 상상은 결코 허황되지 않다.
Vita의 창간은 분명 하나의 사건이다. 서구가 정의해온 탁월성에 중국이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순간이다. 그러나 그 도전이 진정한 새로움이 되려면, Nature가 만든 게임의 규칙을 더 잘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건의 fly room이 100년 전에 이미 알고 있던 것—과학은 나눌 때 자라난다는 것—을 21세기의 인프라로 되살리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초파리 한 마리 없는 창간호는, 아직 그 길이 멀다는 조용한 증거다.
주: 본문의 수치·인용은 확인된 1차·2차 자료에 근거했다. CAS의 APC 정책은 공식 발표 없이 내부 전달된 내용을 Science 등이 보도한 것으로, 세부 사항(정확한 30개 저널 목록, 예외 규정)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Vita 창간호의 논문 목록은 사이트가 자바스크립트로 렌더링되어 개별 논문 메타데이터를 통해 재구성한 것으로, 편집 사설 등 일부 항목의 누락 가능성이 있다. 20~50% 국내 게재 방침은 ‘정책 논의’ 수준으로 보도된 것이며 전면 시행 여부·시점은 확정적이지 않다.
*블로그 글 작성에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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