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김우재 (2014-)

WNT, Frizzled, Armadillo — 초파리가 붙여준 이름들이 암 연구를 이끌다

포스텍 대학원 시절부터 알아온 구본경 단장의 논문이 나왔다. 비엔나 IMBA에서 함께 연구를 시작했던 Gabriele Colozza, 구단장이 ‘가브리’라고 부르는 그 친구와 7년에 걸쳐 완성한 이야기라고 한다. 오래된 질문이 드디어 하나의 논문으로 정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WNK kinases control RNF43 plasma membrane levels to fine-tune WNT signaling”이다. 세포 성장의 브레이크를 세포 표면에 얼마나 배치할 것인지를 WNK라는 효소가 조절한다는 발견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그림을 보라.


이 논문을 읽다가 나는 또 한 번 그 생각을 했다. 세포생물학 교과서를 펼치면 나오는 WNT 신호전달 경로에는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붙여준 이름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WNT라는 이름 자체가 초파리에서 왔다. 1973년 샬로트 널셀인-폴하르트와 에릭 비쇼스의 집단에서 발견된 초파리 돌연변이 wingless — 날개 없는 파리를 만드는 이 유전자가 나중에 마우스에서 발견된 종양 유전자 Int-1과 한 가족임이 밝혀지면서, 두 이름을 합쳐 WNT(Wg + Int)라고 부르게 되었다.

Frizzled도 초파리에서 왔다. 날개의 미세한 털이 제멋대로 뒤틀리는 돌연변이에 붙여진 이름이다 — 마치 습기 먹은 머리카락처럼.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돌연변이에 붙여준 그 엉뚱하고 직관적인 이름들 중 하나였다. 이 단백질이 WNT의 수용체임이 밝혀지면서, 포유류의 WNT 수용체는 모두 Frizzled라고 불리게 되었다.

Armadillo도 있다. 초파리 체절을 조절하는 이 단백질의 포유류 버전이 β-catenin이다. 아르마딜로의 갑옷처럼 반복적인 단백질 구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Dishevelled는 초파리에서 털의 방향이 흐트러지는 돌연변이에서 왔고, Porcupine은 돌연변이 큐티클이 고슴도치처럼 뾰족해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WNT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를 담당하는 단백질이다. Arrow, LRP5/6의 초파리 버전도 초파리 돌연변이의 이름이다.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1970~90년대에 붙여준 이름들이 오늘날 대장암 치료 연구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논문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WNT 신호전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단백질 RNF43이 세포 표면에 얼마나 많이 배치되어 있는지를 — 즉 브레이크의 세기를 — 무엇이 조절하는가?

WNT 신호는 장 줄기세포의 유지와 조직 재생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과하면 암을 일으킨다. RNF43은 세포 표면의 Frizzled 수용체를 낚아채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분해하는, 말하자면 브레이크 단백질이다. 이 브레이크가 충분히 세포 표면에 있을 때는 WNT 신호가 억제되고, 없어지면 신호가 폭주한다. 많은 대장암에서 RNF43이 망가져 있는 이유다.

연구팀은 대규모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근접표지 프로테오믹스)을 통해 RNF43과 함께 일하는 단백질들을 망라하는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WNK 인산화효소(kinase)다.

WNK는 본래 세포 부피 조절과 이온 수송에 관여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초파리에서 WNK가 WNT 신호의 Dishevelled를 조절한다는 연구가 이미 있었다 — 초파리가 또 먼저였다. 이번 연구는 그 연결고리를 포유류 세포와 장 오가노이드 수준에서 기능적으로 규명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WNK를 억제하자 세포 표면의 RNF43이 약 30% 증가했다. 브레이크가 더 많이 배치된 것이다. 그 결과 Frizzled 수용체가 더 빠르게 세포 안으로 회수되고 WNT 신호가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효과가 RNF43과 그 자매 단백질 ZNRF3을 모두 제거한 세포에서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WNK의 작용이 반드시 이 브레이크 단백질을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증거다.

이 발견의 임상적 의미도 있다. 대장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RSPO3 유전자 융합을 도입한 오가노이드에서 WNK 억제제를 처리하자 성장이 억제되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부 암에서 발견되는 RNF43 돌연변이(I48T) 단백질도 WNK를 억제하면 세포 표면 수준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망가진 브레이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나는 초파리를 연구한다. 그러다 보면 WNT 신호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익숙한 이름들을 자주 본다 — Wingless, Frizzled, Armadillo, Dishevelled. 세포생물학의 중심에는 초파리 유전학자들이 열심히 붙여두고 간 이름표들이 붙어 있다. 연구자들이 늘 초파리를 의식하며 연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이름들은 초파리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개념들을 가리키고 있다.

구본경 단장의 연구실이 7년에 걸쳐 완성한 이 논문도, 그 계보 위에 하나의 돌을 더 올린 셈이다.

서동우·Eric Sosa·Ingrid Jordens 등, Bon-Kyoung Koo·Gabriele Colozza (공동교신저자)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026). doi:10.1038/s12276-026-01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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