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행동을 연구하는 유전학자들에게 편향이 하나 있다면, 지나치게 중추신경계, 즉 두뇌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간도 그렇듯이, 초파리의 행동 역시 두뇌 혼자서 조절하지 못한다. 위장을 비롯해서 다양한 기관이 행동의 조절에 관여한다.
말피기소체, Malpighian tubules (MTs)는 보통 인간의 콩팥의 내부 소기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혈액을 여과시켜 원뇨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곤충에도 말피기소체가 있고, 인간의 말피기소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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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w JAT, Krause SA, Herzyk P. Updates on ion and water transport by the Malpighian tubule. Curr Opin Insect Sci. 2021;47: 31–37. doi:10.1016/j.cois.2021.02.018
준비중인 논문에 관여하는 세포들 중에 반복해서 말피기소체가 등장해서 공부 중이다. 뉴로펩타이드 수용체 중 상당수가 말피기소체에서 기능한다. 즉, 중추신경계와 말피기소체가 활발하게 뉴로펩타이드를 통해 의사소통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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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말피기 (Marcello Malpighi, 1628-1694)는 17세기의 이탈리아 생물학자이자 외과의사였다. 당시 이탈리아는 생물학의 중심지였고, 세포생물학과 전기생리학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시의 분위기는 헨리 해리스가 쓰고 한국동물학회가 출판한 <세포의 발견>이라는 책에 자세히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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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피기에 대한 국내연구를 살펴보니, 2014년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논문 한 편이 보인다.
윤일희, 안명환, 민기홍, & 김종석. (2014). 서양 과학학회 창립의 초기 역사와 기상학의 선구자.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357-360.
말피기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제자인 죠반니 보렐리와 함께 ‘치멘토 아카데미(Accademia del Cimento; Academy of Experiment)’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나저나 초파리의 말피기소체는 인간의 콩팥과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연구할 생각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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