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lyandbee, Woo Jae Kim (2014-)

솎아내는 뇌: 태어날 무렵 사라지는 뉴런에서 초파리의 세포 경쟁을 생각하다

TL;DR

  • 태아의 뇌는 낯선 게놈을 품고 자란다. 보스턴 아동병원 크리스토퍼 월시 연구팀은 뉴런 하나하나의 유전체를 읽어, 태아 대뇌피질 뉴런의 상당수가 염색체 일부가 늘거나 빠진 게놈을 지녔다고 보고했다. 프리프린트 기준으로 태아 뉴런의 평균 4분의 1, 많게는 46%였다. 네이처는 10월 28일 이 연구를 뉴스로 전했다.
  • 태어날 무렵 그 뉴런들이 사라진다. 출생 뒤 뇌에서는 그런 뉴런의 비율이 4~5분의 1로 줄었다. 연구진은 프로그램된 세포 죽음이 게놈의 품질을 관리하는 핵심 장치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초파리유전학자의 결론. 생명은 오류를 처음부터 막기보다, 오류를 내면서 자라고 나중에 솎아내는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초파리가 반세기 전에 보여 준 세포 경쟁의 교훈이 사람의 뇌에서 다시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공동체에는 그런 솎아내기 장치가 있는지 묻게 된다.

초파리 연구실의 하루는 고르는 일로 채워진다. 이산화탄소로 잠재운 파리를 하얀 패드 위에 쏟고, 붓으로 하나씩 밀어 가며 눈 색깔과 날개 모양과 털을 본다. 원하는 표현형을 지닌 파리는 새 병으로 가고, 나머지는 기름이 담긴 병, 우리가 흔히 ‘모르그(morgue)’라고 부르는 곳으로 간다. 유전학자의 손은 하루에도 수백 번 이 판단을 내린다. 남길 것인가, 버릴 것인가.

그런데 이 고르는 일을 우리 몸도 스스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번 주에 들려왔다. 네이처는 10월 28일, 사람의 뇌가 태어날 무렵 유전적으로 어긋난 뉴런을 대량으로 없앤다는 연구를 뉴스로 소개했다. 헬로디디의 조간브리핑도 다음 날 아침 이 소식을 짧게 전했다. 나는 이 연구를 읽으며 연구실의 모르그 병을 떠올렸다. 그리고 반세기 전 초파리의 날개에서 처음 관찰된 한 현상을 떠올렸다.

4분의 1의 낯선 게놈

연구를 이끈 것은 보스턴 아동병원의 크리스토퍼 월시 연구팀이다. 이 팀은 오래전부터 뇌세포 하나하나에 생기는 체세포 돌연변이를 추적해 왔다. 연구진이 bioRxiv에 공개한 프리프린트에 따르면, 이들은 임신 14주 태아부터 90세 노인까지 여러 사람의 대뇌피질에서 뉴런 2,100여 개를 골라 각 세포의 전장 유전체를 따로 읽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단일세포 증폭 방법을 썼고, 4만 개가 넘는 세포핵의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 상태도 함께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태아의 피질에서는 염색체의 큰 덩어리가 늘거나 빠진, 이른바 복제수 변이가 넓게 퍼진 뉴런이 평균 약 26%였고, 개인에 따라 많게는 46%에 이르렀다. 작은 변이까지 포함하면 태아 뉴런의 60% 남짓이 어떤 식으로든 게놈 일부가 어긋나 있었다. 우리는 흔히 몸의 모든 세포가 같은 게놈을 지닌다고 배운다. 적어도 자라는 뇌에서는 그 말이 대략적인 근사일 뿐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 숫자를 보며 발생이라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거칠다는 데 놀랐다. 태아의 뇌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수의 세포가 분열한다. 분열이 빠를수록 염색체를 나누는 일에서 실수가 나기 쉽다는 것은 세포생물학의 오래된 상식이다. 이 연구는 그 실수의 규모를 처음으로 사람의 뇌에서 꽤 정밀하게 세어 보인 셈이다.

태어날 무렵의 대청소

더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출생 뒤 사람의 피질에서는 넓은 변이를 지닌 뉴런의 비율이 약 6%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 감소를 4~5배라고 요약했다. 변이가 큰 뉴런은 태어날 무렵에 빠르게 사라지고, 변이가 작은 뉴런은 그 뒤로도 천천히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네이처 뉴스는 이 과정을 두고 뇌가 돌연변이 뉴런 수십억 개를 청산한다고 표현했다.

왜 사라지는지에 대한 단서도 있다. 변이가 많은 뉴런일수록 시냅스를 만드는 유전자들의 발현은 낮고, 세포 사멸과 자가포식에 관련된 경로는 높았다. 연구진은 여기서 프로그램된 세포 죽음이 게놈의 품질관리를 맡는 핵심 장치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다만 연구진 스스로도 염색체 이상이 어떻게 세포의 죽음으로 이어지는지 정확한 기전은 앞으로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누가 방아쇠를 당기는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조심스러워진다. 이 숫자들은 죽은 사람의 뇌 조직에서 서로 다른 시점의 서로 다른 개인을 비교해 얻은 것이다. 한 사람의 뇌에서 같은 세포들이 사라지는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출생 전후에 뉴런이 대량으로 죽는다는 사실 자체는 신경발생학의 오래된 지식이지만, 그 죽음이 ‘불량’을 골라내는 일이라는 해석은 이번 연구가 새로 내민 가설에 가깝다. 이것은 나의 해석이지만, 가설로서 아주 매력적이다.

파리가 먼저 보여 준 것

초파리 유전학자에게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1970년대 중반 스페인의 히네스 모라타와 페드로 리폴은 초파리 날개에서 이상한 현상을 보고했다.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 하나가 절반만 있는 이른바 미닛(Minute) 세포는 혼자 있으면 조금 느리게 자랄 뿐 멀쩡한 날개를 만든다. 그런데 정상 세포와 한 조직 안에 섞이면, 미닛 세포들은 이웃에게 밀려 사라진다. 세포가 혼자서는 살 수 있는데 이웃과 비교되면 죽는 것이다. 이 현상에 ‘세포 경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뒤 초파리는 세포 죽음의 분자 장치를 밝히는 데도 앞장섰다. 1990년대에 찾아진 reaper, hid, grim 같은 유전자들은 초파리 배아에서 세포 사멸을 켜는 스위치로 알려졌고, 그 원리는 포유류에서도 거의 그대로 되풀이된다. 초파리의 날개 원기에서는 염색체 수가 어긋난 세포가 사멸로 제거된다는 연구들도 나왔다. 나는 이번 사람 뇌 연구를 읽으며, 초파리가 오래전부터 보여 준 원리가 사람의 뇌라는 가장 귀한 조직에서도 작동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사람의 뇌에서 세포 경쟁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변이가 큰 뉴런이 스스로 죽는지, 이웃 세포와 비교당해 밀려나는지, 미세아교세포 같은 청소부가 거두어 가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질문의 모양은 초파리 날개에서 던졌던 것과 같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는가. 그 질문을 처음 정밀하게 던질 수 있게 해 준 것이 작은 파리였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해 두고 싶다.

오류를 허락하는 체계

생명은 왜 처음부터 완벽한 세포를 만들지 않을까. 나는 이것을 속도와 정확성 사이의 거래로 읽는다. 짧은 시간에 수백억 개의 세포를 만들어야 하는 발생 과정에서 모든 분열을 완벽하게 검사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일단 넉넉하게 만들고, 나중에 쓸모없거나 해로운 것을 솎아내는 편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뉴런이 필요보다 많이 태어났다가 상당수가 죽는다는 오래된 발견도 같은 논리 위에 있다.

같은 주에 나는 과학이라는 또 하나의 큰 체계에서 오류가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관한 소식도 읽었다. 리트랙션 워치의 10월 28일 뉴스레터는 과학·공학·컴퓨팅 논문 50만 편에서 지어낸 참고문헌을 찾은 연구, 그리고 AI가 쓴 것으로 의심되는 초록의 비율이 학술지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프리프린트를 소개했다. 과학도 발생처럼 빠르게 자라고 있고, 빠르게 자라는 체계는 오류를 낸다.

차이는 솎아내는 장치에 있다. 몸에는 어긋난 세포를 골라내는 장치가 발생 단계부터 깔려 있다. 과학에서 그 일을 맡는 것은 재현 실험과 공개된 데이터, 그리고 다른 연구실의 눈이다. 초파리 연구자들이 계통을 나누고 소식지로 결과를 공유해 온 전통은, 내 해석으로는, 공동체 수준의 세포 경쟁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이상한 결과는 그 파리를 받아 본 이웃 연구실에서 금세 드러났다. 반면 논문의 숫자와 학술지의 이름으로 경쟁하는 체계에서는 오류가 이웃의 눈에 띄기도 전에 인용되고 쌓인다. 솎아내기가 늦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패드 위의 파리를 고를 것이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가르는 손은 유전학자의 오래된 습관이다. 이번 연구는 그 습관이 우리 몸 깊은 곳에도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태어날 무렵 우리 뇌는 이미 한 번 크게 고르는 일을 치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덜 어긋난 뇌로 세상을 본다. 과학이라는 공동체도 그렇게 스스로 고를 줄 아는 몸이 되기를 바란다. 고르는 일은 버리는 일이 아니라 지키는 일이다.

보통 과학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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